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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1층의 조식 회장은 외부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이런 곳은 호텔에서 주는 실내복 입장 불가다. 이렇게 친절히 실내복을 어디까지 입어도 되는지 알려주면 편하다. 가끔 눈치게임을 걸어오는 곳이 있다. 딱히 그런 룰은 없지만 아무도 실내복 안 입고 와서 뻘쭘한 곳도 있고 다들 편하게 유카타 입고 와서 괜히 옷 갈아입었네 하고 손해 보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일본 여행을 다니다 터득한 마이 오피니언인데 테이블이랑 조명이 집 안 거실 스타일이면 실내복 입어도 되고 인테리어가 외식 분위기면 외출복이 어울린다. 아니면 말라리아.
뭘 입고 먹든 상관없었지만 하루가 애기 때 꼭 조식 먹다 흘리고 엎어서 호텔 실내복을 입고 먹는 게 좋아졌다. 갈아입을 옷이 없는 여행지에서의 안전장치가 되어 주니까. 하루랑 둘이 카마쿠라에서 일박했을 때 어김없이 하루가 옷에 음식을 먹여줬다. 그때 나도 하루도 실내복을 입고 있었다. 전혀 짜증이 나지 않았다. 부처처럼 온화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하루는 호텔 옷이 아니라 집에서 가져온 파자마가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밥을 먹고 싶어 했다. 그려~ 누가 널 신경 쓰겠냐. 마음대로 해~하고 같이 내려갔는데 외출복 차림의 또래 여자애를 보자마자 쏜살같이 다시 방으로 돌아가 갈아입고 왔다. 참 나~ 누가 널 신경 쓴다고!!!

맛있었던 고기 국물.
맑은 갈비탕 맛이 났다.

서구적인 건물들 사이를 지나 어제 갔던 고베 항에 유람선을 타러 다시 갔다. 도착하자마자 멀리서 케군의 꿈의 배가 보였다.

그가 무거운 뱃살을 들고뛰기 시작했다.

여행 중 처음으로 카메라 앱을 켰다.

연사를 한다.
촤촤촤촤차!!!!

조기 퇴직하고 죽기 전에는 아스카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는게 꿈인 케군. 엄청나게 비싸고 사치스러운 일이지만 누구나 꿈꾸는 일은 아니다. 평생 멀미를 달고 사는 나는 24시간 둥둥 떠 있는 건 조금 겁났다. 수영도 못하고… 제일 끔찍한 게 익사 같기도 하고… 나는 좀 생각을 해 볼게요.

간사이 한정 카페오레.
뭐가 다른지 봤더니 호랑이 얼굴 티셔츠입은 아줌마가 있다. 오사카의 촌스럽고 기 센 이미지는 언제 사라지려나.  오사카 살 때 소문처럼 저렇게 무서운 티셔츠 입고 다닌 아줌마 본 적 없는데.

우리가 탈 클래식한 유람선
평일 아침 아무도 없어서 쾌적했다.

에도시대 분위기로 만든 유람선 너무 특이하잖아.

출항하고 잠시 있다가 아스카 호화 유람선과 스쳐갔다. 직원들만 있는지 일제히 베란다 청소를 하고 있었다. 동남아 쪽 인종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몇 달 동안 배를 타고 세계를 다니며 돈을 벌고 있는 거겠지..? 나… 저거는 하고 싶다… 휴일에는 배에서 좀 놀고 몇 달간 여기저기 다니면서 돈도 벌고!!!! 매력적이야. 하…나는 전생에 뭐였을까? 집사? 하녀? 노예? 아니면 움직이고 싶어서 환장하는 나무.. 감자..?

하루가 손을 흔드니까 창을 닦던 청년들이 다 같이 손을 흔들어줬다. 따뜻해… 감동이야….
멀쩡한 성인이 손을 흔들면 나도 너도 부끄럽지만 아이가 있으니까 동심을 깨지 않도록 합심해서 열심히 화답하게 된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더 애를 빙자해 진심으로 손 흔들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이 또 손을 흔들며 답해주면 그게 그렇게 따숩고 정감 있어 중독적이야 ㅎㅎ
버스 타고 가다가 바깥에 애기한테 손 흔들면 거의 백 프로 아기가 손 흔들어준다. 그때 얼마나 몽글몽글 귀여운지 모른다.

고베에서 아카시라는 도시로 왔다.

우아
이 시장 난리 났다.
무슨 대회 같은 거 하는 날 아니지?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현수막이 화려하다.

타코야끼가 아닌 아카시야끼를 먹으러 왔다.
문어가 들어간 공 모양의 밀가루 반죽으로 굽는다. 타코야끼랑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같은 취급을 하면 안 된다는 야끼를 먹으러 왔다.

지금도 이 빨갛고 길쭉한 아이의 정체는 모르겠다. 명란인가..?

너무 귀여운 문어 발견.
(문어 맞지?)

어차피 얜 대답을 못하기 때문에 우리 둘이 에워싸고 한국어로 말했다.
안녕!! 너 뭐야? 아유 귀여워!!!
팔을 파닥거려줌.

(뭔지는 모르겠지만) 얘도 너무 귀엽다며 백허그 갈김. 이분은 뒤에 뭐가 뜨뜻하게 덮쳤는지 모르신다. 어떤 느낌일까.

아카시야끼 비주얼은 타코야끼랑 너무 똑같은데 전혀 달랐다. 그리고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이제 생소한 일본요리 만나는 일이 거의 없어지려할 때 지금까지 알았던 음식과는 비슷하지도 않고 게다가 맛있어서 너무 기뻤다.

이런 육수에 담갔다가 마시듯 먹는다.
타코야끼와의 결정적인 차이는 이건 반죽의 반이 계란이었다. 육수에 담가놓으면 퉁퉁 불면서 보들보들해지는데 마치 차왕무시처럼 부드러웠다. 거기다 깊은 다랑어 육수 맛이 더해져 자극적인 타코야끼가 간식거리라면 이건 완전 국물요리 느낌의 한 끼 식사였다. 오뎅국물  한 사발 한 것처럼 뜨뜻하고 만족스러웠다. 이거 50알 정도 그 자리에서 부술 수 있을 거 같아… 아카시 야끼 거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가게는 줄이 너무 길어 아무 데다 자리 있는 곳에 들어간 여기서도 이렇게 맛있으니 도대체 그 집은 어떤 맛일까. 다시 오고 싶다.

다음은 타코 센베이 집에 줄을 섰다. 주문받으면 그때 납작하게 눌러주는 곳이었다. 동대문에서 먹던 오징어가 생각나는군. 그런데 한참 기다려서 딱 우리 차례에 아주머니가 실수로 깨뜨리셨다.
난 어차피 뱃속에 들어가면 똑같은 것을 너무 수고스러우실 거 같아 괜찮았지만 주문한 건 내가 아니라 하루니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때 하루가
-스미마셍~ 저 그거 잘라진 거 먹을게요. 다시 안 해주셔도 돼요.
아줌마한테 그냥 달라고 말했다.
아주머니는 이러면 안 되는데… 하시며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하셨다.

나는 더 기다리기 싫었는지 아줌마가 다시 만드는 게 불쌍했는지 물어봤다. 너의 F 기질로 봐서는 아줌마가 또 막 고생하는 게 공감돼서 슬펐겠지?
그런데 하루의 대답은 내 예상 밖이었다.
-저기 안에 갇힌 문어들이 그대로 버려지는 게 너무 슬프고 불쌍했어. 우리랑 못 만나고 세상에 나와서 그대로 다시 쓰레기통으로…
워워… ㅋㅋㅋㅋㅋㅋ 어디까지 공감하는 거냐.
진짜 못 이기겠다.
의인화 그만…

그렇게 공감해 놓고 먹어치우는 건
난 잘 모르겠네…
어렵네…

여기서 우리는 잠시 헤어져서 나는 다방에 가고 하루랑 케군은 <일본 표준 시각>을 보러 갔다. 일본 표준 시각을 알리는 어쩌구가 이 동네에 있었다. 아니 시계를 보러 왜 거기까지 가는 거야. 손목에 있는 걸 봐. 이랬는데 시계가 아니라 그 선을 보러 가는 거야. 그니까 바닥의 선은 뭐 하러 보는 거야. 그니까 표준 시각의 선을 보러 가는 거라고. 아…알겠어~ 잘 다녀와.  

어렵네…
난 잘 모르겠네.

혼자 웹툰을 보며 커피와 디저트를 즐겼다.

하루는 다녀와서 너무 걸었다며 힘들어했다.
그러니까 왜 시계를…
아니 시계 아니고 선을…

맞다. 응~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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