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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일주일만 학원이 연휴에 들어갔다. 현 6학년의 중학교 입시 기간이 된 것이다. 5학년인 하루에겐 꿀 같은 휴가가 주어졌지만 그말인즉슨, 정확히 1년 후에 우리가 시험대에 서게 되는 계절이라는 말이었다.

눈 앞에 숙제도 없고 예습 복습도 없는 일주일을 알게되자마자 여행을 계획했다. 하루 데리고 한국에 가려고 했더니 케군이 어깨를 떨구며 소곤거렸다. “사비시이나…” 쓸쓸하다고.  
꼭 따돌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한 사람을 외롭게 남겨놓기까지 하면서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빠도 우락부락해지기전에 뽀송뽀송한 아이랑 많이 함께 하고 싶을텐데 세상의 아빠들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같이 3박 4일 효고현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고베 - 아카시 - 카고가와 - 히메지 - 도쿄로 돌아왔다. 간사이까지 가서 적적한 아카시와 카고가와를 들러 생뚱맞게 히메지에서 턴하는 코스였다.

먼저, 하루가 그게 어디라도 좋으니 LCC말고 일본 국적기를 타보고 싶다고 했다. 한 번이라도 ANA나 JAL 타 보고 싶다고…

야… 하와이 ANA로 갔잖아.
기억이 안 나니까 무효랜다.
야…

아무튼 저장된 파일이 날라갔으니 다시 새로 써 봅시다. 여행 갈 때마다 현타가 오네.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는데 머리 검은 짐승을 지금 애지중지 키우는 것이 이거 맞나 모르겠다.

하네다 공항도 필수로 관광.

성스러운 비행기 모형에 무릎을 꿇고 있심.

간단히 소바를 먹고 탑승했다.

비행기 안전수칙 꼼꼼히 살피면서 이미 여행의 하일라이트 만끽 중. 2:3:2 비행기라 가운데 자리였는데 창밖의 아주 가까스로 보이는 비행기 날개 부품들을 설명하면서 기능이 어쩌고 지금 상황이 어쩌고 의자랑 팔걸이도 꼼꼼히 살피고 누가 보면 보잉사에서 시찰하러 온 줄 알겠다. 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벌써 착륙한다며 온몸으로 아쉬워했다. 여행은… 이제 시작인데요…이 비행기를 욱여 넣느라 엄빠가 얼마나 여러번 여행 일정을 다시 짰다구.

나도 처음 가 본 이타미 공항


친절했던 호텔 JURAKU
체크인이랑 체크아웃할 때 담당했던 여자 직원분을 나도 모르게 넋 놓고 봤다. 무쌍의 김연아 스타일 미인이셨다. 한참을 쳐다 본 건 그녀의 샤프한 아이라이너였다. 나는 지금까지 눈을 떴을 때 얼굴이 어떤지만 중요했다.  뜬 눈이 예쁘면 됐다. 그런데 반쯤 감은 눈, 아래를 보는 눈을 정말 많이 보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날 정면으로 쳐다보는 사람을 얼마나 만날까. 아래로 내려다보며 작업하는 반쯤 감긴 내 얼굴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얼룩덜룩한 아이라이너가 훨씬 더 많이 사람들 눈에 들어오겠구나. 직원분의 아이라이너가 매혹적일만큼 정교하고 섬세했다. 아마 붓글씨도 잘 쓰실 거 같애… 이제라도 서예학원에 다녀볼까…

호텔에 짐 맡기고 고베 해양 박물관 안에 있는 <가와사키 월드>에 갔다. 오토바이로 유명한 가와사키 중공업의 박물관인데 비행기, 배, 자동차, 오토바이, 로봇까지 기계 좋아하는 애들의 천국코스였다.

전철도 만들었나봄.
각자 흩어져서 놀았다. 나는 전철 모형이 다니는 디오라마를 뜯어보며 한참 재밌었다.

자세히 보니 스카치 테이프로 공사 하고 있음 ㅋㅋ

얘네들은 뭐하는 거지…. 소가 풀 뜯어먹는 목장 한 가운데 자판기가 열려있다. 외계인 하나가 나와있고 인간들이 옷을 벗고 있고

저 하얀 물체….뭐야… 자판기 뒤에 뚫린 지하로 시선을 이동하니까

외계인들이 지구인들 물건을 가져다가 꼼꼼히 살펴보는 중인 거 같다. 등신대 사이즈 메이드 인형은 왜 저기… 뭘 알고 싶은 거냐 외계인 자식들아.

지층 깊숙한 곳에 정박한 우주선

카우보이가 무단횡단 하고있고 빌딩 앞에 총 겨루고 있는 사람… 무슨 사연이야…

강에 사람 던지고 있는 범인 발견

지옥에서 온 사신 발견

차 사고 났음.
쩍 갈라진 앞유리까지 섬세해 ㅋㅋㅋㅋ
숨은 그림처럼 구석 구석에서 해외토픽 찾아냈다. 와… 진짜 재밌다… 그리고 역시 간사이는 도쿄와 달랐다. 도쿄에서는 그렇게 사람이 많아도 늘 혼자있는 것처럼 서로 투명인간 취급했는데 여기서는 언제봤냐는듯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말을 걸어도 반겼다. 모르는 여자분이랑 ”이거 보셨어요? 카우보이?” “혼마야~ 뭐하는 걸까요? ㅋㅋㅋ 이건 또 뭐죠?“ 이러면서 같이 찾았다.

비행기 조종 시뮬레이션도 무료.
천국이 따로 없다.

하루 옆 유치원생도 간사이 출신답게 처음보는 엉아한테 친근하게 말걸고 같이 이 기계에 대해 토론을 했다. 이 엄마도 완전 프렌들리….
하루가 이런 분위기 너무 좋다고 모두가 다정하다면서 맘에 들어했다. 여행은 정말 좋구나. 맛있는 거 먹고 신기한 거 보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과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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