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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이 언니랑 카페 나들이를 계획했다. 

인기 많은 가게라는 말에 오픈런에 맞춰 카페로 향했는데

분위기가 아주 조용해서 우리 거의 개시 손님인가 보다 일찍 오길 잘했다 뿌듯하게 정원 배경으로 막 사진 찍고 안채 문을 열었더니 예약 손님 밖에 못 받는댄다. 그게 무슨 말이죠. 하루 종일 예약 손님으로 꽉 찼다고.  sns 보급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 수 없다. 고요한 주택가 안에 숨은 카페를 찾아내게 해주기도 하지만 그걸 수만 명이 찾아낸다. 전 세계인이 동시에. 다음에 예약하고 다시 도전해야겠다... 아... 현타 온다... 아니 무슨 카페까지 예약을 하고 가야 하는 세상이 된 거야. 뼛속까지 J지만 그래도 충동적으로 들렀다가 만나는 그 어떤 기쁨 같은 것도 즐기고 싶은데 이제 어딜 여행해도 바람 따라 구름 따라다니는 나그네 스타일이 어려워졌다. 슬프다. 
 
언니가 코리아 타운에 설렁탕 전문점이 생긴 걸 모르고 있길래 밥부터 먹기로 했다. 뜨끈한 국물로 밥 한 끼 후루룩 한 게 언제 적인지 기억도 안 난다며 신나 했다. 신촌 설렁탕은 벌써 2호점까지 생겼다. 오픈 시간 기다리며 새로 생긴 한국 슈퍼 구경을 했다. 

김치맛 김부각 사진 찍고 신박해하는 언니.
저거 일본사람들이 좋아함.

나는 오징어 땅콩에 분노하고 있었다.
제일 좋아하는 과자에 무슨 짓을...ㅠㅠ 
청양 마요맛, 불닭 맛이라니요…
 
언니랑 결국 여기서 뭘 고를 거 같냐고 했더니 똑같이 닭다리, 죠리퐁, 자갈치, 맛동산 ㅋㅋㅋㅋㅋ 불멸의 클래식 과자만 나열해서 빵 터졌다. 심지어 왕소라랑 오란다를 너무 사랑한다는 취향까지. 갑자기 할미 둘이 손 덜덜 떨며 마실 나온 느낌이었다. 같이 보는 것마다 어찌나 취향이 올드한지. 뭐 안 물어봐도 비비빅 바밤바 좋아하겠지. 

꼬리곰탕 세트
설렁탕 세트를 하나씩 시키고 

왕만두를 추가해서 하나씩 먹었다.
만두 2개를 단품으로 시키면 600엔인데 세트에 만두 1개 추가하면 350엔이었다. 그러면... 2개짜리 시켜서 나눠먹는 게 싼데...? 뭐지? 손님을 바보로 아는 건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국 혼자 온 손님이 호구되는 시스템인 것이었다. 혼자서 2개 먹기엔 뭐 하니까.. 하나만 시킬 거면 돈 더 내라....장사 수완이구나. 혼자 다니면 손해였구나. 
 

진로 두꺼비 스티커가 붙은 물병에 보리차가 들어있는 것까지 한국 스타일이었다. 한국은 왜 맹물이 아니라 보리차를 자주 마셨던 걸까? 옛날에 정수기도 많이 없었고 수돗물을 이왕 끓일 거 보리차로 끓였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 봤다. 한국은 사시사철 보리차를 마시기도 했는데 일본은 보리차 = 여름에만 많이 마신다. 탈수 방지용으로 카페인이 없고 미네랄이 풍부해서 남녀노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포장지에 여름을 떠올리는 이미지가 많다. 뻘뻘 땀 흘리는 아저씨나 부채, 여름 풍경 등등. 아무튼 일본에 와서 보리차가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음료라는 게 생소했던 기억이 난다. 
 

밥을 먹고 사람이 들끓는 코리아 타운을 도망치듯 벗어났다. 코리아 타운의 중심인 신오쿠보 역은 도쿄 야마노떼라인 중에서도 으뜸으로 작은 역인데 아침부터 끊임없이 출구에서 승객을 토해냈다. 이 작은 역이 안쓰러울 정도다.  동선이 엉키면 큰일이라 콘서트 장처럼 입장객을 정리하는 라인도 생겼다. 일단 밖으로 나왔으면 지체하지 않고 바로 어딘가로 비켜줘야 하는데 친구 기다리는 사람들로 또 북적댄다. 그래도 괜찮아. 코리아 타운으로 가는 역은 헬이지만 케이 컬처 멈추지 말고 쭉 가자. 한국! 자존감 높아진다 크~
 
언니가 찾은 공원을 가기 전에 
내가 찾은 도서관을 가보자 했다.
커피 마시러. ㅎㅎ 

도서관 주변에 이렇게 가을가을한 공원이 함께 있었다. 

어우- 어떡해-
장금이 언니
스냅사진 정말 잘 찍는다. 
오늘 내 아웃핏이 시커매서 하나도 안 보인다 투덜대면서도 하나같이 마음에 들게 찍어 놓았다.  

하... 나도 
은혜에 보답하고 싶은 까마귀.
까악-

구글에서 보니까 스기나미쿠 중앙 도서관 안 카페가 너무 좋아 보였다. 왠지... 카페라테 때깔이 내 스타일일 거 같은 느낌이었어... 

 

역시...꼬소한 것이... 간이 딱이었다.
통창이 둘러져서 세상 개방적인 분위기에 바깥 풍경이 죄다 나무에 자연들이라 안식처처럼 너무 포근했다.

언니는 이 지역 주민인데 지금 알았다며 지나간 시간들이 아깝다했다. 당장 이용카드를 만들어 자기가 낸 주민세에 빨대를 꽂기로 했다. 

1층 안쪽 자습실이 창 쪽으로 나 있어서 공부도 명상도 잘 될 거 같은 구조다. 우리 동네 도서관은 하나같이 허름하고 창도 작아서 교도소 도서관 같은데 부럽다. 이 동네 살고 싶다. 

커피 마시고 다시 도서관 테라스 구경을 했다. 

나도 예술적인 스냅샷... ㅠㅠ 뭔 짓을 해도 좋은 결과 값이 안 나왔다. 분명 배운 대로 구도도 잡고 설정도 했지만 고장 난 계산기처럼 왜 내 거는 답이 안 나오는 걸까.

언니는 남의 집 앞에서도 순식간에  비율 좋게 찍어냈다. 

얼굴이 저 지경이건 말건 느낌 있어....
 

모든 사진이 프사감이다..

그냥 좀 분위기 좋은 배경에 서기만 하면 

잡지 만들어 줌.

 

이 사진은 질감이 너무 맘에 들어서 프사로 설정했다. 

도쿄 여행 오셔서 장금이 언니한테 출장 스냅사진 주문하실 분 없나요. 진짜 잘 찍습니다. (장금이 언니는 전혀 모르는 모집임 ㅋㅋ) 

제발 은혜 갚고 싶다.
까악- 까악- 
올해는 실패인가.

그냥 박씨를 물어다 줄까.

언니가 찾은 단풍놀이 명소가 여기였다. 
오오타쿠로 공원.
절 입구 같은 문을 들어서자마자 길게 늘어선 은행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서서 장관이었다. 100년이 넘은 나무들이라고 한다. 다들 첫 발을 내딛고 와아-- 함성을 지르며 걸었다. 아주 작고 아담해서 분위기가 더 응집돼있는 것 같았다.

단풍 엑기스

언제 찍힌 지도 모르겠는데 예쁨

언니는 내가 찍은 사진 중에 이게 제일 맘에 든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욕을 하시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사진 열심히 찍으면서 살았고 많은 고뇌를 했는데 아무래도 사진 찍는 건 타고나는 건가 보다. 그러고 보면 난 예술적인 방면엔 무엇하나 타고난 게 없다. 공부도 운동도 없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내 재능은 꾸준함 밖에 없지 않을까.  예를 들면 가끔 글 괜찮다는 칭찬도 블로그를 20년 가까이 꾸준히 해서 듣는 말인 거 같다. 처음에 내가 쓴 글은 손발이 없어질 정도로 오글거렸다. 요즘에 와서 듣는 말 중에 피부관리나 다이어트 쪽으로 잘한다 해주는 것도 굴 껍데기 같던 피부를(귤 껍데기 초월)  10년 넘게 계속 관심 갖고 관리하면서 조금 듣게 되었다. 다이어트도 출산 후부터 지금까지 10년을 노력해오고 있는 중. 그럼 꾸준함이 빛을 보기 전까지의 어린 나는 어땠지… 그냥 촐싹대고 오만방자했겠군. 어린 나이만 믿고 나는 언젠간 뭔가 될거라는 희망만이 있었던 듯 ㅎㅎ

아무튼... 사진은 포기해야 할까 봐. 아무리 꾸준히 해도 안 되는 것도 많으니까요.

내가 찍은 언니는 지저분한 사진 한켠 저기 오른쪽에.... 

언니가 찍은 나는... 이렇게 호젓해 보이게..
아무도 없을 때까지 타이밍 기다려줬다고.
우월하다.. 장금이 언니.

어느 커플에게 사진을 찍어드려서
우리 사진도 찍어주셨다.

혼신의 힘을 다해 은혜 갚아주려는 까마귀
언니는 찍히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 잘 찍어줄 때 희열을 느낀다며 내 모델 놀이 해 줘서 오히려 좋단다. 정말이죠? 그래도 일 년에 한 장 정도는 맘에 드는 사진 찍어주고 싶어요. 

 

이렇게도 단풍이 예쁜 날에
단 한 장이라도…
단풍을 낭비하는 나 ㅠㅠ

마지막은 아사가야 역 근처에 있는
이란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란 레스토랑 아저씨가 찍어주셨다. 
한국 사람이면 이런 거 좋아하지 않냐고 손수 만드신 매운 소스도 주셨다. 따뜻하당.

기대를 저 버리지 않은 후무스. 팔라펠.
지금까지 먹었던 팔라펠 중에 제일 바삭하고 맛있었다. 깨를 붙여서 튀긴 게 너무 고소했고.

그리고 짐작만 하면서 시켜 본 셀러리랑 닭고기 찜.
-어때? 무슨 맛이야? 맛있어?
-언니... 진짜 맛있어. 우거지 국 맛이 나.
푹 고아지고 우려진 야채의 깊은 맛이 딱 우거지 국이었다. 한 입 먹고 언니도 니 말이 뭔지 알겠다며 웃었다. 
 

아저씨가 주신 매운 소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마무라에서 쇼핑을 했다. 남은 로컬 재고나 땡처리하는 옷을 아주 싸게 파는 가게인데 잘 찾아보면 괜찮은 물건이 가끔 있다. 팔 걷고 보물찾기 하는 심정으로 달려들게 만든다.  무릎까지 오는 양말을 세 켤레에 300 엔하는 세일 상품이랑 1900엔짜리 니트를 두 장 건졌다. 탈의실에서 입어도 봄. 언니가 지 같은 것만 잘 찾았다고 물개 박수를 치며 호응해 줬다. 

다음 날 영어 수업에 바로 입고 다님.


아침 10시부터 10시간 같이 다니는 찰거머리 스타일 친구 접니다. 잘 먹고 잘 다니고 잘 사고 좋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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