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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고 줄 있으면 그냥 다른 데 가야지. 유명한 이케부쿠로 머메이드 커피에 가 봤다. 줄이 세 팀인가 서 있었는데 사장님 같아 보이는 젊은 남자분이 싹싹하게 나와 몇 분만 기다리면 앉을 수 있다고 여기 메뉴 보고 계시라고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마음을 바꿨다. 금방 차례가 돌아왔다. 

줄 서는 계단에 있던 커다란 조명에 바깥 꽃 무더기 비쳤다.

인어를 테마로 한 카페는 앤틱과 미술관 느낌의 판타지스러움이 막 섞여있었다. 1층부터 3층까지 의자랑 테이블이 다 제각각이어서 자리마다 전혀 다른 카페 같았다.

난 그리고 파이 반죽에 소세지가 와일드하게 꽂힌 음식을 주문했다. 카페가… 너무 예뻐서 뼈 잡고 뜯어먹기가… 살짝 곤란하였다.. 이런 데서 소개팅하다가 갈비 뜯은 사람 있으면 정말 불쌍하겠는데..

녜쁨 커피 마시씀


다른 지점에서 헬퍼를 부탁해서 이케부쿠로에 일하러 다녀왔다.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면 엄청 신선한데 실수할까 봐 멘탈적으로 칼로리를 많이 소비하는 느낌.  일 끝나고 너무 배가 고팠다. 백화점에 입점 된 가게여서 일 끝나고 옆 집에 가서 오므라이스를 시켰다.

소고기 함박스테이크 화이트소스.. 헉헉

아니면 그라탕이랑 세트??

와.. 버터 치킨 카레 오무라이스래.
결단의 시간이 왔다.

결국 북해도 옥수수 버터 베이컨 화이트소스 오므라이스로 했다. 불맛 나는 옥수수 볶음… 맛있어주금..

 
7월에는 정말 파스타 가게 알바만 갔다 하면 지옥같이 바빴다. 사람은 부족한데 요즘 음식점처럼 힘든 일하는 사람이 없는지 신입은 안 오고 점장은 어딘지 삐딱해져만 가는 게 일하는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알바생들이 점장 때문에 다 같이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보통은 다섯 명이 해야 할 타임에 나, 점장, 그리고 타무라상 덜렁 셋이서 점심 장사를 하고 있었다. 나 혼자 홀을 뛰어다니며 주문받고, 음식을 나르고, 치우고, 안내하고, 계산을 했다. 중국 영화처럼 저 끝까지 접시를 던지면 테이블에 안착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어느 50대 여자가 혼자 카운터에 앉아 식사를 하고 계산대에 왔다.
“어? 디저트를 아직 안 드셨는데..”
했더니
“시간도 늦었고 됐어요!.”
기다리다 기다리다 안 주니까 화를 내면서 취소하고 간다는 것이다. 아니… 여기가 코스 나오는 식당도 아니고… 이게 내가 잘못한 거야?
“달라는 말씀이 없으셔서 몰랐어요. “
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를 내 귀로 들으며 순간 아-  싸가지없는 말투네.. 실시간으로 아차 싶었는데 날카롭게 손님이 정말 무서운 기세로 반격을 가해왔다.
”그럼 처음부터 말을 하라고!!!!!“ 소리를 지르며 한 손을 들어 식모 구박하듯이 확 때리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악에 받친 모습을 보고 나는 한 마디로 쫄았다. 
전국 체인점 유니폼을 입고 그래도 대기업을 대표하는 얼굴인데 내가 참고 말아야지 라는 건 나중에 갖다 붙인 변명이다. 갑자기 거품물고 화를 내는 사람을 보자 힘으로 밀릴 거 같은 본능이 순수하게 쫄게 만들었다. (개무섭)

잘잘못은 모르겠고 사과하며 어찌어찌 모면했다. 멸시감이나 무시당했다는 마음보다도 난 왜 이렇게 사람이 졸렬할까 부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객관적으로 내 말투가 너무 불친절했다는 게 너무 창피했다.

그리고 선영언니한테 전화로 그때의 부끄러움을 털어놓았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다시 안 그럼 되지.. ” 하면서 언니는 그런 상황이 올 때마다 이렇게 생각한댄다.

“나는 말이야. 손님들이 아니면 주변에 보이는 그런 사람들이 내 가족이나 친구라는 생각을 해. 예전에 내가 쌈지 매장에서 지갑 팔 때 있잖아. 그때 난 화로 가득했었어. 매일매일 손님들이 진상 진상 그런 진상들이 없는 거야. 무슨 명품 브랜드도 아닌데 비싸다고 더 좋은 거 없냐, 이건 소재가 좀.. 그렇네 색이 좀 그렇네.. 아니 싫음 그냥 가던가.. 너무 화가 났거든. 근데 친구가 어느 날, 쇼핑을 가재는 거야. 그래서 따라갔는데 내 친구가 가게에서 똑같이 그러고 있는 거야. 우리 가게 손님들이랑. 똑같이. 그래서 느꼈지. 아 사람들은 다 그렇구나. 내 친구가 내 가족이 쇼핑할 때도 다 그렇구나.

그래서 그 후부터 손님이 오면 내 친구 쇼핑하는 거 같이 해 주는 맘으로 아휴~ 비싸죠. 그래도 망가지면 애프터 서비스 해 드리고 시장 거 보다 여러모로 좀 낫죠. 그러니까 돈 좀 더 주시고 이런 거 사죠. 이렇게 인간적으로 판매하게 되더라. 화도 안 나고. 우리 이모, 고모, 막 친척들도 보니까 어디 가서 막 불평도 하는 날이 있고 서비스 맘에 안들 때도 있고 그래. 그런 내 가족이라고 늘 생각하는 거야. 나는.“

”와.. 언니.. 무슨… “
요즘 강의 다니나… 너무 큰 통찰력에 계속 감탄을 했더니 언니가 깔깔 웃으면서

“아니 얼마 전에 거래처 남 직원이 같은 방향 갈 일이 있어서 내가 차를 태워줬거든. 근데 앞에 어떤 차가 끼어들었어. 언니는 누가 끼어들어도 그냥 조금 놀라고 먼저 가세유~ 내 갈 길 가. 근데 그걸 보고 그 남자애가 선영씨는 어떻게 화를 안 내요? 하면서 자기는 운전할 때 저러면 너무 화가 나서 미칠 거 같다는 거야. 막 쌍욕이 나온대. 그래서 내가 나이 드신 분들 다 저래요~ 내 아버지나 삼촌이 운전하신다 생각해 보라고. 일부러 저러는 거 아니고 뭐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는 거고 순발력이나 주의력이 없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가족이라고 생각해 보라고. 그랬더니 그 남자애가 갑자기 나보고 종교가 뭐냐고 ㅋㅋㅋㅋㅋ 뭐 믿으시냐고 자기도 데려가 달랰ㅋㅋㅋ”

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그 순간에 종교가 뭔지 물을 생각을 했지. 둘이 한참 웃었다.  

그 후로, 내가 이해할 수 없을 거 같은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우리 이모나 시아버지가 어느 날 잘 몰라서 저럴 수도 있다고 상상을 한다. 그러면 정말 언니 말대로 누그러진다. 서녕교. 이런 거 하나 창제를 해야 하나.

디저트 안 먹고 간 손님 일을 생각하다가 문득 궁금했다. 이건 다 먹었으니까 이제 디저트를 달라고 손님이 말하는 건가. 직원이 때 되면 알아서 갖다 주는 건가. 뭐가 메뉴얼인지 알고 싶었다. 이런 게 다 메뉴얼로 존재하는 게 일본이라서 단체 그룹 방에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고 메뉴얼을 물어봤다.
그랬더니 점장한테
아… 또 클레임 들어오겠네. 손님 퍼스트라며 우리가 갖다 주는 거다. 우리가 백번 잘못했다. 역대급으로 재수없는 말투의 답톡이 왔다. 이런 밑천 개나리 사방에 신발 수백개 색맹… 일 그만둬야겠네. 절레절레.. 오만 정이 떨어지려고 하는 순간

웅-
웅-
웅-

개인 톡이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옳은 말과 필요한 말만 하는 냉철한 나가하라 상이 선두였다. ‘손님이 감정적으로 말하면 그거 정말 상처되는데 무섭지 않았어요? ’ 다독이는 말투에 (나가하라 상이 보내서 더) 감동이 밀려왔다. 이어서 타무라상이 ‘아… 오늘 고작 세 명이서 일해서 얼마나 바쁜지 알면서 너무 했네요… 점장 이번 달 15일까지만 하고 그만둔대요. 쟤 그래서 지금 완전 막 나가는 거예요’ 위로와 개꿀 정보를 알려줬다.

타무라상이 나 있으니까 자기는 여기 다니는 거라며 점장들은 바뀌지만 매일 보는 내가 있지않냐고 우는 야옹이 얼굴을 보내왔다. 한참을 그 따뜻한 마음들에 감동해서 굉장히 깊은 동료애를 느꼈다.

ㅠ..ㅠ 그만두지 말아야지..

얼마 후 점장이 그만두고 거짓말처럼 일하기 편해졌다. 어떤 일이든 인간관계가 9할이구나. 부끄럽기도 했지만 따뜻했던 사건이었다. 

참고로  디저트를 시켰을 때 직원이 알아서 갖다주는 게 맞냐 아니냐의 문제는 일본 온라인에서도 논쟁거리였다. 쌍방으로 할 말이 너무 많아 왈왈 대고 있었는데, 디저트를 알아서 안 갖다준다는 불평에는 반드시 이런 댓글이 있었다. 2천엔도 안 하는 저렴한 체인점에서 상전 노릇하지말고 5천엔 넘는 코스 집 가라고. 보자마자 속이 뻥 뚫렸다. 아니야.. 손님은 그냥 돈 내고 곱게 가려고 했는데 내가 싸가지 없이 한마디 보태서 일이 커진 거였지. 본질을 흐리지말자. 나는 정말 멀었다. 이런 낯뜨거운 경험들이 한층 나를 겸손하게 만들어주길 바래본다. 

케군이랑 신오쿠보 한국 식당에 갔다. 엄청 인기 많아서 예약하기 힘들다는 가게였는데 밥 집이 아니라 완전 호프집이라 나는 조금 실망을 했다.

젊은 일본 사람들한테 인기 있는 가겐가 봥…
케군이 좋아하는 간장새우 양념새우 반반이랑

후라이드  치킨을 시켜봤다.

그리고 내가 짬뽕이 너무 먹고 싶어서 우겨서 시켰는데 기름이 둥둥 뜬 엄청 자극적인 맛이었다. 시원한 국물일 줄 알았는데…  나의 늙은 입맛은 술안주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근데 짬뽕은 별론데… 하던 케군이 저걸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ㅇㅂㅇ 역시.. 일본 주당이나 한국 주당이나 입맛에 국경이 없군… 술안주로 하나 되는 주당들..

타이완 디저트 가게를 지나다가 맛있어 보이는 풀빵을 시켰다. 사진 찍게 들어보랬더니 먹던 걸 든다. 왜 그러는 거야?

먹고 싶어서 혀가 마중 나온 거야?
하루 학원 끝날 시간이다.
허겁지겁 둘이 서둘러 집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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