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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었던 책 제목이다. (엘렌 L.워커) 이 책의 내용이나 결론보다는 이런 주제의 책이 있고 나는 그걸 손에 들었고 그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들이 좋았다. 몇년 전에 블로그로 알게 된 한일부부가 가까이 살면서 친해졌다. 그녀는 세계를 날아다니는 승무원이었고 한,중,일,영어까지 다재한데 어느 날 천직이라 느꼈던 그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티 내지 않으려 했지만 기대 가득한 말투로 뭐야? 뭐야? 혹시... 임... 그래서 그만 두... 흐흐. 왜 그만 뒀는지 물어버렸다. 왜냐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언니 애기는 언제 낳아서 언제 키워야 좋을까요?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안한 얼굴로 (미안해하다니 내가더미안해...)
언니, 사실은 그동안 저는 여러 생각을 하고 우린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어요. 라고 말했다.
(오~ ) 한 번은 (남들처럼) 아이를 자연스레 생각했던 사람이였던 만큼 그 반대의 결정을 했다니 진정하고 굳건한 의지가 느껴졌다.
나는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출산을 원하는 친구들에게 상당한 공감대를 느끼는데 이유가 뭐냐면 그놈의 둘째 때문이다.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맞아. 그런 선택도 당연히 있어야지.
맞장구가 나왔다.
-언니 근데 이런 말 하면 주변에서 난리도 아니에요. 낳아보면 다르다. 힘들어도 이쁘다. 낳기만 하면 어떻게든 된다.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절대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왜 낳아야하는지 2박 3일 말할 수도 있다. 귀가 따가워요.
아아.... ㅋㅋㅋㅋㅋ 진짜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나도 그렇다. 하나만 낳아도 그렇다!! 첫째랑 둘째는 다르다. 둘이 놀면 세상 행복하다. 하나는 외롭다. 첫째를 위해서 형제가 필요하다. 첫째가 자립하면 급 쓸쓸해진다. (? ;ㅂ;) 둘째의 이쁨을 찬송하는 합창대를 나도 한트럭은 겪었다.
우선, 아이 안 낳아요. 하면 ‘왜?’ 부터 들어야한다. 둘째는 차라리 ‘안 생겨요’ 하면 그만인데 비출산자인 경우 급 불쌍한 사람 취급하는 얼굴이 되어버린다. 솔직히 말하기도 뻥을 치기도 참 귀찮은 일이다.
내가 둘째를 갖지 않는 이유는 길러보니 육아에는 소질은 있을 지 몰라도 적성에 안 맞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억지로) 여겼다. 육아는 진짜 많은 능력을 요구한다. 양육자의 너그러움, 여유, 아이에 대한 애정, 그 애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현명함, 적당한 육아지식이 있으면 더 좋고, 아이의 관심사를 캐치하는 섬세함, 이야기를 들어 줄 관대함, 육아에 필요한 체력, 24시간을 잘 쪼개 가사를 병행 할 일머리 등등... 게다가 평일엔 아침부터 밤까지 혼자가 케어 해야 하는 우리 집엔 참 지랄맞은 여자가 살고(저요) 그나마 아이가 순해서 하나는 어떻게 어영부영 여기까지 왔지만 한 번 할 거면 또 잘하고 싶어하는 내 욕심때문에 눈 마주치고 이야기 많이 해주고 상호작용에 시간을 할애하려면 벌써 내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멘탈이 파스스스 부식 해 버린다. 아- 또또 논점과 달리 내 징징이 멈추질 않 ㅋㅋㅋㅋ(요 부분은 잊어버리세요.)
-아니 언니, 다 낳아보면 이쁘다는데 전 아직 모르잖아요. 그리고 모를거에요. 어차피 지금 그 기분을 모르고 알고 싶지 않으니까요 아쉬울리 없죠.
-헉. 맞어... 둘째가 그렇게 이쁘다는데 난 그냥 모를래. 1도 안 궁금해.
-그리고, 그렇게 예쁘려면 또 그만큼 힘든거 아닌가? 힘든 건 힘들잖아요.
-헉. 맞어.... 둘째가 아무리 예쁘대도 또 애가 기고 걷고 사람 구실 할 동안 안아주고 업어주고 기저귀 갈고 밤에 몇번을 병원을 뛰고. 생각만 해도 칼로리소모 된다 하아.....
-그리고 나중에 나이들면 후회한대요. 말이 댐?
-헉!!! 그래!!! 내 말이!!! 난 세상에서 그 말에 제일 할 말 많아. 부모님 세대가 더 자세히 보이는 나이가 되니 알겠더라. 자식들 많으면 바람 잘날만 없고, 다 키워놓으면 손주들 데려다 놓고 또 키워달래고, 하나가 잘 되도 누구 하난 아픈 손가락이라 걱정이 끊이지 않고. 제일 해피엔딩이란게 다 잘 되서 결혼시켜 자기들끼리 오손도손 살아주면 한시름 놓고 부부만 남아 단 둘이 건강하게 여행도 가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지내는 거라더라. 어차피 기-승-전-금슬좋은 부부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알콩달콩 둘만 사는 게 제일인거 아닌가?
물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할많안하도 많겠지만 막연했던 생각들을 입밖으로 내고 보니 내 결심은 훨씬 더 뿌리깊고 단단했다. 그런데 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 조차 후회하고 있는 걸까? 그래서 손에 집어 든 책이 ‘아이없는 완전한 삶’이었다. 비출산 결심을 한 친구를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둘째만 안 낳아도 온갖 설교 아닌 설교를 들어야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아예 안 낳겠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가만 둘리 없다. 그럴 때 좀 더 현명한 방법은 없을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도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하루를 낳아야만 했고 낳은 사실은 뱃 속에 찾아와 준 그날 부터 지금까지 후회한 적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이뻐 할 땐 이뻐하다가 성질머리 나오면 아이를 혼내고 이상만 높고 실천은 어려운 내가 육아에 안 맞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건 잘못이라고 깨달았다. (아니 그렇게 나를 넌 애키우면 안 되는 사람이야 라고 자학 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왜냐면, 육아가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키운다는 건 그런 일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둘을 낳아도 셋을 낳아도 실수하고 배우면서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럼 그들은 둘,셋을 낳았는데 우리는 하나면 됐거나 낳고 싶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 나는 나에게 깔끔하게 설명 될 만한 핵심 키워드를 그 책에서 찾았다. 아주 강력하고 불가항력적인 아이를 갖고 싶은 열망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이다. 맞다. 나는 그랬고 그 열망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기억 해 냈다. 가졌다는 걸 알았을 때의 희열은 기쁨이 폭발하듯 터졌고 낳고 키우며 힘들어도 이 상황을 어떻게 하지라는 한탄은 해도 왜 낳았을까라는 의문 따윈 들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한 건데 인간은 번식을 위한 동물이고 머리로 아무리 사고해도 아이가 갖고 싶은 열망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찾아온다. 다산을 하지 않아도 한 명으로 만족하는 사람이나 소수지만 그런 열망이 없는 사람이 있는 것일 뿐.
몇년 전 동서와 했던 대화가 전광석화처럼 머리에 스쳤다. 슬슬 둘째를 갖겠다던 동서의 심리가 신기해서 양해를 구하고 솔직한 질문을 막 쏟아냈었다.
-진짜로 낳고 싶어? 아직 첫째가 유치원도 안 갔고 임신하면서 케어 할 수 있겠어? 입덧 진심 오케이? 그리고 서방님은 주말에도 안 쉬잖아... (휴일이 일년에 4번 밖에 없잖아...) 쉬어도 항상 수면부족에 자느라 바쁘지 애들을 봐 주는 사람도 아니고.
-음, 그렇긴 하죠. 끄덕끄덕끄덕(겪한 공감)
-그리고 첫째가 천식도 있고 여차하면 병원에 달려가야 하고, 얼마나 안 자던 애였니. 매일 밤 엄청나게 힘들었잖아. 기억 안나는 거야? 떠올려 봐.
-흐흐흐흐. 맞아요 언니. 근데 언니~ 언니 말도 다 맞는데 그래서 언니가 안 갖고 싶어하는 거도 난 너무 이해하는데 한 가지 언니랑 나에게 차이가 있는 거 같애요.
-뭔데?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가 갖고 싶어요. 제 맘이 그래요.
그 말을 듣고 나도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그렇게 되길 몇 년 기다렸더랬다. 그런데 안 왔다. 내가 기다렸던 것은 ‘아이가 갖고 싶은 열망’ 이었던 것 같다. 물론 좀 더 내 육아부담이 덜어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열망이 가까이 다가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러니, 아이 왜 안낳아? 둘째는 왜 안낳아? 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이유가 있지만 없기때문이다. 그냥 내 마음이 그러한 것. 아직 주변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가만히 있어도 아이를 갖고 싶은 열망이 어느 순간 찾아오고 있다. (아마 출산을 정책으로 막는대도 오고 말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주변의 서포트가 완비되어도 아이는 갖고 싶지 않을 수 있고, 어려운 살림에 도와 줄 이 하나 없는 외딴 곳에서도 아이들이랑 왁자지껄 살 길 원하는 사람도 있다. 상황이 어려워도 낳겠다는 사람에게 왜? 라는 의문을 품진 않지만 결혼했는데 아이는 안낳겠다면 왜냐고 묻는다. 꼭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될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열심히 찾아야했다. 이유없이 그런 마음을 가지는 건 잘못인 것만 같아서. (이 사회 어떤 문제이건 소수파가 겪는 일일것이다.) 그래서 붙여 본 말들이 참 많다. 경제적 이유, 자신의 커리어, 육아의 적성 등등.. 의미없는 일이라고 이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낳고 싶지 않고 갖고 싶지 않은 사람은 있는 그대로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구태여 찾아 붙인 핑계들을 들으며 막 아이를 낳기 위해 해결해 보려고 대화를 늘어 놓을 필요가 없다. 열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남이 원해야 한다고 설득할 수도, 어서 원하게 되라고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열망이 있건 없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과 만난 모든 부부와 파트너야말로 소름끼치도록 행복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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