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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돈을 번다. (뿌듯합니다. ;ㅂ;) 한국에 사는 멩코가 일본에는 그런 거 없어? 하며 ‘숨고’를 알려줬다. 숨은 고수라는 어플인데 누구나 재능을 등록 해 과외의 장을 열 수 있다고!! 알아보니 일본에도 있었다. 제빵기술 요리, 메이크업, 재봉, 사진찍는 기술, 컴퓨터 강의 등등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고 학생도 간단히 원하는 레슨을 원하는 장소에서 고를 수 있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신원을 확인받고 레슨 내용이 심사에 통과해서 한국어 강사 등록에 성공했다. 하루가 유치원에 간 잠깐의 낮시간에 누가 배우러 올까 걱정도 됬지만 고정학생 한 분을 확보했다. 한 달에 두어 번, 카페에서 음료를 시키고 이동하는 교통비를 빼면 고작인 레슨비용이지만 역시 나는 어학을 배우고 언어를 가르치는 일이 정말 즐겁다.
그렇게 앉아서 레슨을 하고 없는 날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레슨 준비를 하다보니 옆구리에 살이 붙는 느낌이 났다. 아- 헬스를 끊어서 다녀볼까? 뭐!? 겨우 이거 벌어서 헬스에 다 쓰겠다고? 것보다 돈을 내고 몸을 움직일 시간이 있으면 몸을 움직여서 돈을 벌면 되지!!
근데 그러기엔 유치원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금새 끝나버리잖아. 방학은 또 어쩔거야. 맞아 그래서 그 동안 경제활동을 포기 한거였지 참.
그리고 그 날 하루를 영어 수업에 맡기고 집으로 가려는데 애매한 오후시간에 너무 배가 고팠다. 근처 파스타집에 들어가서 한그릇 시키고 멍-을 때리던 나에게 가게 포스터가 말을 걸었다.
‘런치 타임 아르바이트 10:30 부터 14:00 까지.
심지어 우리는 시급이 엄청 쎔. ‘
우아. 이거 나 보라고 여기 걸어 두신 건가? 딱 하루가 유치원에 있는 시간이네? 원래 도쿄는 이렇게 돈을 많이 주는 거였어? 1200엔 기본 시급에 점심시간에는 플러스 100엔을 추가로 지급한단다. (나중에 알아보니 도쿄 평균시급은 1000엔이었다. ) 계산하고 나가는 길에 주부로 보이는 직원분에게 운을 띄워보았다.
-혹시 아르바이트요. 애가 아직 어려서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밖에 못하고 그... 방학도 한 달 정도 끼어있고 하는데 그렇게 드문드문 일하면 좀 민폐죠?
-아뇨? 일주일에 한 번도 괜찮고요. 학생아르바이트는 시험기간에 줄 곧 안나오기도 하고 그래요. 점장님한테 물어볼게요. 잠시만요.
헏. 얻, 어. 네!
도도도도도. 딱 보기에도 일잘하고 시원시원한 직원분은 속히 점장을 데려 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점장은 끄덕끄덕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는 면접 날을 약속하고 몇일 후 나는 후다닥 인쇄한 이력서에 굴러다니던 사진을 붙여 면접을 보게 되었다. 오 이런 미드보다 빠른 전개보소.
전국에 400개가 넘는 체인을 가지고 있는 파스타집은 무수한 알바를 확보해서 스케쥴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없으면 다른 지점에서 사람을 빌려오는 합리적 시스템) 내가 한 달을 쉬고 나와도 아무 문제 없었다. 나 따위 ㅋㅋㅋ
첫 날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건네는 물 잔의 얼음들이 사정없이 컵에 부딪혀 종소리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이렇게 공손한 일본어를 써 본 건 또 얼마만인지. 기분이 좋았다. 출근하고 1시간 동안은 오픈을 위한 준비만 맹스피드로 하게 되는데 10초에 한번씩 엄마!! 엄마!! 하고 부르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세상에 내 몸은 날다람쥐처럼 날아다녔다. 기분이 째져!!! 맨날 요리를 나르고 청소를 해도 못 들어 본 소리를 이젠 물만 갖다 줘도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작은 휴지만 치워도 고맙습니다. 나한테 감사를 한다. 오예!! 집에선 내가 못하면 그대로 집안 일이 쌓여 있기 마련인데 내가 못하고 놔 둔 일들이 다시 와보면 다른 알바생이 깔끔하게 해치워둔다. 캬!!!! 3시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있다. 빨리 메뉴를 외워 손님들한테 멋지게 술술 말해야지. 생각했을 뿐인데 다들 김상, 일이 너무 빨라요!! 정말 최고에요!! 왜이렇게 잘해요!!! 금방 배웠네요!! 폭풍칭찬을 받았다. (아니 저는 집에서 하던 집안 일을 여기서 했을 뿐인 거 같은데요! ㅋㅋ) 내 능력에 관해 칭찬을 받아 본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일상에서 받아 본 칭찬이라곤 가끔 내가 치마 입으면 하루가 “엄마 누나같다~” 해 준거 밖에 생각이 안났는데 말이다. ‘ㅋ’
그렇게 두 달째 월급이 들어왔다. 통장에 돈이 찍힐 때마다 학생에게 레슨비를 건네 받을 때마다 지금까지 소홀하게 느꼈던 감정이 뜨겁게 올라온다. 보람 차다는 느낌. 일 끝나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너무 시원해서 꼭 헬스하고 나온 느낌. 하지만 돈을 되려 받았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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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먹어보자. 그러면 길이 말을 걸어 올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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