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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군을 통해 얻은 귀한 친구가 있다. 원래도 친구가 많이 없는 케군인데 이렇게 부부끼리 친한 사람은 엠짱네가 처음이다. (아마 마지막이 될 것 같은데..?) 엠짱과 소쿤은 키타센주 복작거리는 동네 한 켠 작은 방에서 오랜 신혼생활을 했다. 마침 근처에서 대학을 다니던 나는 남자친구(케군)의 친구의 부인인 그녀와 가까워졌다. 싱글침대에서 둘이 자던 부부는 첫 눈에 반한 샤쿠지이 공원으로 도쿄 서쪽에서 동쪽으로 횡단하듯 이사를 왔다. 그런데 마침 그 곳도 우리가 사는 집이랑 그리 멀지 않다. 이거슨 운명인가.

엠짱과 소쿤은 친구들 중에 가장 먼저 결혼을 했다. 그리고 8년을 보냈나. 엠짱은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가질 줄 알았고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소쿤은 아니었어. 몇년 전에 나랑 처음으로 그런이야기를 나누며 젠장 그럼 미리 말 하던가 웃으면서 욕을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태어나지 않은 아기보다 소쿤을 더 사랑했다. 소쿤의 의견도 그의 생활도 모두 존중하며 덤덤히기다렸다. 소쿤의 장점은 성실하고 주어진 일에 완벽하려 노력하고 착실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단점이라면 강박관념이 심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자신의 실패를 매우 두려워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언제까지고 담배를 물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여행을 가길 원했다. 겉만 대기업일 뿐이지 매일매일 걸려오는 클레임 전화에 시달리는 회사에서 탈출하는 상상을 자주했고 때문에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하는 건 생각만해도 숨이 막히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 부부와 우리가 친해진 결정적 이유는 소쿤의 한국사랑도 한 몫했다. 우리 결혼식에 왔다가 음악을 좋아하는 소쿤에게 "한국엔 소녀시대만 있는 게 아니야 버스커버스커 같은 밴드도 있어"라던 지나가는 내 말에 완전히 입덕시켜버렸던 것이다. 그 이후로 장범준 팬클럽에 가입하고 장범준이 운영하는 스튜디오에 무턱대고 찾아가 ㅋ 일본에서 온 팬이라고 더듬더듬 (어느새 배운 한국말로) 소개하니까 장범준 본인이 옆집 총각처럼 헐레벌떡 와서 인사도 하고 성덕이 됬다. 소쿤과 엠짱이 한 번은 한국에 갔다가 홍대에서 다투고 서로 따로따로 다른 길로 걷고 있었다. 그 때 엠짱이 전화를 걸어 매우 흥분한 목소리로 "여기 버스커버스커(커버하고 있는 밴드)가 있어!"라고 다급하게 말하자 방금 싸운 사실도 잊고 소쿤은 전력질주로 달려갔댄다. 소쿤이 "길거리에서 그렇게 뛰어 본 거 태어나서 처음이야." 라고 했던 말이 나는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복도에서 뛰지 말라고 주의를 들은 아이는 커서도 어른이라면 사회인이라면 절대 뛰어 다니지 않는 사람으로 정말 큰 것이다. 도쿄에선 한 번도 그렇게 시내를 뛰어 본 적이 없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소쿤이 소심한 것이 아니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성실함을 가졌구나 실감 하고 놀라웠다. 그리고 그 때의 해방감을 기억하며 얼굴이 환해지는 소쿤을 보며 조금 어겨도 괜찮아. 하며 마음 속으로 응원해버렸다.

그렇게 소쿤은 유난이긴해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다가 내 인생에 아기는 필요없어. 라던 소쿤의 철벽요새는 아주 의외의 계기로 조금씩 무너졌다.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온 것이다. 이번에도 소쿤의 강박증은 하늘을 찔렀다. 나나의 몸 상태를 낮이고 밤이고 체크하고 먹는 양, 시간부터 까다롭게 따질 뿐 아니라 (키울 때 제일 편한게 고양이라던데) 출근하기 두 시간 전 새벽부터 일어나 매일같이 함께 놀아주기 타임을 가졌다. (과연 나나는 원했을까요) 엠짱과 나는 머얼찍이 앉아 저거 키우기 시작하면 베이비는 정말 빠이빠이 하는 거 아냐? 라며 동공에 지진이 났지만 엠짱은 보살이 틀림없다. 그녀는 소쿤이 데려 온 나나까지도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나의 한 없이 사랑스럽고 보드랍고 아기같은 모습이 정말 사람아기라면 얼마나 더더더더 귀여울까 내가 나나를 이렇게 잘 보살필 수 있는 데 아기라고 안 될 것 없지! 라며 아기가 갖고 싶어졌다.

할렐루야!!! 리얼 이런 전개 있을 수 있는 건가요!!!! 엠짱과 나는 손을 맞잡고 거의 울 뻔 했다. 그리고 결혼 10년만에 둘은 임신을 계획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서른 후반이었고 자연임신이 힘들자 병원을 찾았다. 내가 겪은 여러가지 경험으로 병원의 절차나 여러가지 조언을 하며 우리는 더욱 많이 친해졌던 것 같다. 부부는 처음 정자상태를 점검하러 병원에 왔다가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야했다. 의사는 엠짱만 조용히 불러 남편분께 이 사실을 그대로 전달 할 까요? 아니면 가능성이 있다고 조금 부풀려서 말하는 게 좋을까요? 물었고 이 순간에도 엠짱은 소쿤을 사랑했다. 엠짱과 소쿤을 앉혀놓고 의사는 지금은 정자 수도... 활동량도 많이 부족하지만 노력하시면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거짓말을 해 주었다. 그치만 소쿤은 눈치가 백단이라 종이에 써 있는 멸종위기의 데이터를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누가 뭐라 해도 꿈쩍도 않던 담배를 끊었다. (기적에 가까웠다.) 단 2주만에 결과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담배란게 이렇게 무서운거였다. 2번의 인공수정만으로 소쿤과 엠짱에게 앙짱이 찾아왔다. 그녀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나는 터질듯이 벅찬 감정을 느꼈는데 엠짱은 이 몇 배의 기분이었을까...

동거인이 정신병 걸리겠다시피 챙기던 나나짱은 보통의 고양이로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샤쿠지이공원 앞에 집을 샀다. 30년 대출로. 소쿤에게 그 빚이 목을 조르는 건 아닐까 걱정 되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소쿤은 앙짱을 보기만 해도 눈꼬리가 녹아 내리는 아빠의 얼굴이 되어있었다. 앙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얼굴이었다.

네가 열일했다 나나야.


그래 너.



한 여자가 엄마가 되는 일도 쉽지 않지만 한 남자가 아빠가 되는 일도 자신의 모든 인생을 뒤틀고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나는 없어지는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되게 하는 건 여자의 사랑이 아닐까. 그의 음악과 장범준과 한국어와 담배와 나나를 함께 사랑해주며 기다려 준 엠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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