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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한 길 고양이

그 짧은 시간에 별거 별거 다 하고 왔죠?

못 본 새 언니는 고양이 키우면서 세상에 위험하고 악한 것들에 대한 고찰이 늘었다고 한다. 항상 고양이 밥이랑 그릇, 담배꽁초를 주울 쓰레기봉투까지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보이던 쓰레기들이 (냥이들에게) 얼마나 해롭고 위협스러운지 다시 보인다고. 고양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공중도덕, 지구 환경, 윤리 문제 모든 걸 생각하게 된 언니. 

이날 밤 언니가 몇년 전에 자전거 타고 가다가 날아간 이야기를 해줬다. 비싼 자전거를 하나 장만해서 룰루랄라 좀 멀리까지 돌던 날  갑자기 돌뿌리에 걸렸다. 몸이 몇 미터나 떠올라 슬로 모션으로 땅을 향해 낙하해서는 밭두렁 같이 깊은 바닥으로 온몸이 패대기 쳐졌다. 기어올라오며 너무 아픈데도 제 멋대로 헛웃음이 나왔다. 코로나 때문에 거리 두기가 한창이었는데  “괘…괜찮으세요?” 하고 한 아저씨가 친절하게 다가왔다. 근데 언니는 이렇게 화려하게 엎어진 게 생전 처음이라 너무 아파서 얼굴이 일그러지다가도 아하하하하 웃음이 멈추질 않더란다.  다시 아아 아파하다가 또 자기도 모르게 하하하하하하 웃음이 나왔다. 그런 모습을 보고 아저씨가 뒷걸음질로 도망가시는 게 보였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코로나보다 더 무서웠을 거 같댄다 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다락방에서 언니가 몇번이고 리플레이 하는데  제대로 미쳐 보였다. 몇 번이나 난 자지러졌다.

갈비가 나오기 전에 깔린

생선 반찬에 내 눈이 튀어나왔다. 새콤 달콤한 양념이 내 취향이었다. 게다가 한 마리를 통째로 주다니. 반찬 스케일...

살얼음 띄운 동치미… 와….

양념게장이 반찬으로…. 와….
이걸로 밥 뚝딱 인디.

돼지갈비도.. 와…..
쥑인다.

마지막 날 아침에 언니가 싸 준 김밥을 든든히 먹고 서울 다녀왔다. 1층에서 잤던 형부가 어제 둘이 우당탕탕 뭘 했냐고 물었다. 어..언니가 ㅋㅋㅋㅋ 자전거 타다 자빠진 거 계속 재연했어요ㅋㅋㅋㅋ 또 생각나 웃었다.

나는 멀어서 생각지도 않았던 곳을 언니가 먼저 가자고 했다. 북한산 기슭의 엄마를 모신 절이다. 마지막 날엔 정말 아무 계획이 없어서 형부랑 나랑 언니랑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드라이브 겸 엄마 절에 다녀왔다. 차 안에서 듣는 컬투쇼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제 세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엄마 흔적은 여기가 전부인 거 같다. 묘지도 납골당도 없는 엄마는 삼천사 본당에 영구 위패이름을 새겼다. 작은 나무 명패에 엄마와 언니와 내 이름이 나란히 적혀있다. 그런데 여기 원효대사가 터를 닦은 절이고 고려시대부터 있었을 거라고 추측되는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곳이다. 정말 커다란 바위에 부처님이 새겨져 있는데 한 번 보면 크기와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앞에 서면 경건하게 신발 벗고 넙죽 절이 나올 자태였다. 그런 곳에 (나라의 보물임) 엄마 이름과 내 이름이 있다니... 대박쓰. 갑자기 여기에 엄마 모시게 도움 준 주변분들 모두에게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다시 동네로 돌아와서 탕슉을 먹으러 갔다. 

으쌰 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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