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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모공밖에 안 보이는 어느 날이 있지 않나. 거울의 내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눈 코 입을 제치고 거뭇거뭇하고 무수한 모공만 계속 보였다. 저 속엔 뭐가 있는 거지? 케미컬 필링, 모공 레이저를 열심히 검색하다가 흔하디 흔한 블랙헤드 팩을 안 해봤구나 큰돈 쓰고 후회하기 전에 작은 돈을 질러봤다.
까만 모공은… 아직 까맣다.
잘 모르겠다.
그런데 손으로 우둘투둘 만져지던 화이트 헤드가 줄어들어서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거 같다.
음.. 잘 모르겠지만
한국의 티몬 위메프 사태가 터졌을 때 큐텐 사이트도 술렁였다. 오로지 큐텐에서 한국 화장품을 배송받았는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차선책을 찾다가 올리브 영 글로벌 사이트가 오픈한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첫 구매는 40프로 할인. 이건 1+1 서비스가 없는 일본에서 황송한 할인율이었다. 비플레인의 클렌징 밤을 구입해 봤다. 성분이며 성능보다 대패처럼 깎이는 패키지 기술에 감동해서 샀다. 이렇게 스트레스 없이 쓰는 밤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당신의 천재적 발상과 실용화 한 수많은 관계자 여러분들의 노고를 구입! 하겠습니다.
한 가지 당황 한 건 큐텐이랑 올리브 영 글로벌의 배송 서비스가 똑같이 큐익스프레스였다. 하지만 무사히 왔으니 그걸로 됐다. 그래도 이제부터 올리브 영 글로벌을 사용해야겠다. 큐텐의 한국화장품은 어이없는 게 정말 얼마 하지도 않는 째깐한 화장품의 복제품이 판을 친다. 껍데기의 폰트 인쇄까지 똑 닮아서 분간이 안 가는데 가끔 신들린 듯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뭐지? 이 느낌… 이 가벼운 용량은… 이 알 수 없는 짜퉁감은..
참고로 비플레인의 대패 클렌징 밤의 재구매 의사는 없다. 오랫동안 헹구고 그래도 기름져서 폼을 또 해야 했다. 너무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마음에 드는 한국 클렌징을 만나지 못했다. 내가 일본 클렌징에 너무 익숙해진 것인지 클렌징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제품의 클렌징은 항상 이중 세안이 필요한 텍스처뿐인 거 같다. 깨끗이 박박 닦아야 개운할 수도 있는데 난 마찰을 일으키는 제형이 다 싫어서 한국 걸로 성공해 본 적이 없다. 한 번에도 찜찜하지 않은 일본 젤 제형이 맘에 든다.
일본제품도 다 좋은 건 아니라 많은 걸 써 보고 지금 2개로 정착했다. 오일 타입 안 됨, 젤 제형이지만 화장 싹 지워질 것, 물에 닿으면 분리되지 않을 것, 클렌징 후 당기지 않을 것, 기름 느낌 남지 않을 것. 이 기준에 합격한 것이
하나는 에피스의 클렌징 젤
하나는 아카란 클렌징 젤이다.
뭐 더 좋은 것도 많겠지만 비싼 건 뺀다. 아마존이나 드럭스토어 생활권에서 살 수 있는 것들만 추렸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이 없으니까.
하루 여름 방학 끝나고 빨빨 먹으러 엄청 다녔다.
베트남 요리 집에 가면 자주 먹는 반쎄오.
계란일 줄 알았는데 쌀가루 반죽이라고 한다. 아무튼 탄수화물 거의 제로의 귀한 외식 메뉴다. 난 저 젓갈 같은 달달하고 짭짤한 소스가 좋아서 반쎄오가 좋은 거 같기도 하다.
중국 면 요리 중에 제일 좋아하는 산라탕면.
마라탕 보다 산라탕면이 압도적으로 좋다.
새콤 매콤. 게다가 이 집은 면발이 퉁퉁해서 (라면도 오동통 너구리면을 제일 좋아함) 대만족이었다.
나 엘스컬레이터 손잡이랑 깔맞춤…..
스시집 가면 두어 개 시켜 먹다가 배가 불러오는 바람에 뭘 먹어야 할지 몰라 시간 아까울 정도로 고민을 한다. 한 접시에 스시가 두 개씩 들어있는 것도 생각해 보니 불만이었다. 똑같은 거 두개 먹으면서 위 용량을 낭비하고 있었다니. 그래서 하나씩 골고루 나오는 모둠 세트를 시켰다. 계절메뉴가 있으면 그냥 이렇게 먹어야겠다. 메뉴 고를 시간이 아까워 매일 똑같은 거 먹는다는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 같네 꼭. 놉. 별로 음식에 대한 주관 없는 막 입이 여러 맛을 한 끼니에 먹고 싶은 욕심이다.
하루가 친구랑 둘이 영화관에 갔다. 같이 간 친구 엄마는 둘이 버스 타고 갔다 오라고 하쟀는데 나는 아무래도 불안했다. 우에노 시장 옆 복닥복닥한 영화관은 외국인 관광객이 반이고 근처 음식점의 절반이 동남아 중국계라서 골목을 조금 들어서면 담배피고 쪼그려 앉아 깡술을 마시는 외국인으로 그득한 곳이었다. 나는 답톡을 하기 전에 친한 엄마 그룹에 초4는 혼자 어디까지 가냐고 다른 집 사정을 물어봤다.
철도광팬의 아들을 둔 엄마가 우리 집은 엄청 특이한 케이스니까 참고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며 혼자 다른 지방까지 철도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단다. 입이 떡 벌어졌다. 다른 엄마는 웬만한 곳은 다 혼자 보내도 우에노는 동네 꼬락서니 때문에 싫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 수신하는 한 엄마는 절대 못 보낼 거고 동네도 뒤를 밟을 거래서 미친 듯이 웃었다.
그 친구 다운 답변이었다. 아들이 HSP 하일리 센스티브 퍼슨이라는 굉장히 예민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건 알고 보니 유전이라 이 엄마가 어릴 때부터 그랬다고 한다. 아이가 진단받고 나서 내가 어릴 때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남들과 달랐구나… 드디어 많은 걸 이해해서 속이 너무 시원했다고. 요즘처럼 자료가 넘쳐나는 시대에 아이를 이해하고 지도해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아이는 엄마가 어디든지 나를 안심시켜 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전제하에 여러 가지 도전을 할 수 있다. 엄마의 적극적인 지도로 어릴 때에 비해 예민함은 몰라보게 나아졌다. 내 친구도 누군가 자기를 이해하고 늘 지켜주었더라면 그렇게 불안에 떨면서 크지 않아도 되었을 거라고 했다. 항상 어른들이 유난 좀 떨지 말고 그냥 하라고 윽박지르는 상황이 늘 상처였단다.
그렇게 난 적당한 선을 택해 친구 엄마한테 영화관까지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자고 말했다. 과보호하는 엄마라고 여겨지면 싫은데… 잠깐 생각했지만 며칠 후 우연히 만난 그 엄마가 생각해 보니 우에노에 애들만 걸어 다니는 걸 본 적이 없더라고요. 하면서 내 판단을 평가해 줬다. 가는 길은 그 엄마가 맡았고 집에는 내가 데리고 왔다. 조금 일찍 도착한 우에노 백화점에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처음으로 HARBS에 가 봤다.
17년 만에 처음 와 보는 거 같기도 하고. (맨날 줄이 엄청 길다) 케이크가 너무 맛있게 생겼다.
둘 중에 고민 중..
어쩜 이렇게 폭신하고 보드랍고 안 달면서 고급지게 만들지?
한국 빵이 비약적인 발전을 해서 이젠 일본이랑 비교하면 자존심 상할 정도지만 케이크는 아직 일본에서 즐기는 게 본전을 뽑는 거 같다. 수준 높은 파티세리가 발 길에 채일 정도로 널렸다는 점이.
동네 케이크 전문점.
내가 이것들 때문에 살이 찐다. 내 인생을 망치는 것들.
한국어 수업 끝나고 혼자 살바토레에 파스타를 먹으러 갔다. 체인점이지만 유명한 가게였다.
어머 빵스틱을 주시네. 집에 가져가야지.
쫀득한 파스타를 맛있게 먹고 계산하려는데
그 빵 스틱이 330엔이나 했다. 맙소사. 난 술도 안 마셨는데 한 끼가 왜 이렇게 비싸. 외국여행 온 것도 아닌데 왜 17년 산 곳이 낯설어지는 겨.
어느 날의 백화점 런치.
식후 편의점 스타벅스 커피.
하필 빨대를 그녀의 눈깔에….
징그럽고 미안해…
어느 날의 한국 음식
솥밥 전문점에 가서 시킨 런치.
반찬은 요기 따로….
그래서 사실 이렇게 왕창 먹음 ////
청소병 도져서 막 치우던 생리 전 어느 날.
내 방 한 켠에 300엔짜리 목심 캔들이랑 드라이플라워를 사서 분위기를 바꿨다.
자기 전에 목심 타는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으려는데
너무 관심가지시는 아드님…
엄마… 이거 소리 너무 좋다.
너무 좋은 냄새난다.
하루도 갖고 싶다….
엄마 좋겠다….
이제 나가시라고요…
얘 것도 결국 사줬다.
우에노 사쿠라이에서 먹은 오므라이스
이 집 유명한 양식당인데 오므라이스의 계란도 밥도 평범했지만 데미글라스 소스가 환상적이었다. 양식당이 실력을 뽐내려면 저거밖에 없겠구나. 다음에 집에서 비싼 데미글라스 소스를 사다가 기분내야겠다.
푸드코트에서 먹은 연어 참치 덮밥.
어? 기름진 사시미 되게 좋아했는데 지금 잠깐 나 위에 부담 왔어…. 연어 참치만 연달아 먹고 후식으로 삼겹살 먹을 수 있는 위장인 내가… 슬프다. 늙었다.
이이다바시를 걷다가 찜콩해 둔 생선 구이 전문점에 들어갔다. 유리벽이 뿌옇도록 생선만 줄기차게 굽는 그릴이 길게 늘어선 주방 앞자리에 앉아 태블릿을 주문을 마쳤다. 평소 먹어 본 적 없는 생선 이름이 보이길래 골라봤다. 잘 모르는 이름이라 벌써 잊어버렸다. 기억해 둘걸… 왜냐면… 맛없진 않았는데 잔가시가 너무 많아서 두 번 다시 안 먹으려고. 빨리 한 덩이 입에 넣고 싶은데 가시가 레이스처럼 계속 나왔다. 근데 난 가시 보면 다 빼고 싶은 강박증세 있어서 내적 발동동하며 끝까지 다 빼먹었다.
싹 다 발라먹었다.
누가 보면 내가 되게 배고팠다고 생각했겠다. 가시에 붙은 살점을 못 보는 것뿐이다. 가시만 빼고 흰 살을 쌓아두면 너무 제정신 아닌 거 같잖아. 끝장을 보고 말겠다는 강박감과 뇌를 두고 손만 움직이는 단순 노동할 때 그 느낌이 합쳐진 것 같다.
세븐일레븐이 가게에서 막 튀겨내는 도넛을 출시했다. 나쁜 자식들.. 내 인생을 망치는 케이크 다음으로 도넛 색히. 밥 먹고 여름밤을 걸으며 세븐의 막 튀긴 도넛을 먹었는데 집에 도착하니까 케군이 세븐 도넛 아냐며 똑같은 걸 사다 놨다. 보니까 또 먹고 싶었다. 두개나 먹는 내가 돼지같애 보일까 봐 암말 않고 오늘 처음 먹는 사람처럼 또 먹었다. 하아… 너무 맛있어…
내 콘택트렌즈는 다 쓴 박스를 재활용해 산처럼 쌓아놓고 쓰고 있었다. 나쁘지 않았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렌즈 수납장을 보고 반해서 구입해 버렸다.
렌즈 저스트 사이즈로.
서랍이 6칸.
촘촘히 올망히 들어가는 사이즈.
솔직히 이게 더 불편한데 신데렐라 유리구두 딱 맞는 것처럼 저스트 사이즈! 그냥 너무 쾌감이다!!!
꺼낼 때마다 렌즈 다시 채워 놓을 때마다 렌즈가 딱 맞게 투명 통에 비칠 때마다 걍 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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