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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냥냥한 파라다이스
써녕엉니네는 ‘달이’라는 샴고양이가 있다. 나는 드디어 달이를 만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렜었다. 그런데 이게 웬 빅잼. 때마침 언니 지인이 여행가 있는 동안 맡은 고양이 둘이 추가로 득실득실. 이곳은 천국행이었다.
펫이 있는 집에서 자는 게 처음인 하루는 아침에 눈뜨고 밤에 잠들 때까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냥냥이들과 함께 기상. 아직 꿈인가 싶고요!!
애교 작살이던 개냥이 연두
새침한 호두
#죽을 준비해
그리고 그 다음날 나는 코로나에 걸렸다.
어쩐지… 죽을 만큼 아프더라… 진짜 천국 가는 줄 알았다. 하아… 검사 결과 나오자마자 나는 고양이 못 만지… 하루는 엄마를 피하고.. (와 이게 제일 슬펐음) 다행히도 나는 집에 남았고 언니들은 예정대로 하루를 데리고 캠프를 가 주었다. 하루가 안 간다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기특하다 못해 아주 속상하리만큼 혼자라도 가겠다고 껑충껑충 따라나갔다. 어…. 뭐지… 이 가슴 한가운데 민트향 바람이 싸-싸- 부는 기분.
언니가 죽을 만큼 죽을 사다 줘서 나는 같은 자리에서 먹고 자고를 무한 반복했다. 그땐 언니한테 미안하고 하루도 보고 싶고 형부한테도 죄송하고 찔찔 울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두 번 안 올 기회였지 뭔가.
한국에 있으니 일본에서는 못 보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보인다. 드디어 <김씨네 편의점>을 봤다. 왜 이런 가족 드라마가 일본에선 못 보냐면 김 씨 아저씨가 대놓고 일본을 욕하고 무조건 차별해서이다 ㅎㅎㅎ 일본군의 잔혹한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는 <미스터 선샤인>은 볼 수 있는데 이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거지만 김 씨 아저씨의 대사들은 그냥 일본이면 일제면 걍 싫어 이 느낌이라. 편의점 앞에 한국차가 불법주차 돼 있으면 못 본 척하고 일제 차면 신고하는 장면 같은 거 80년대생으로서 너무 빵 터졌다. 그리고 한국 병원에서 받은 약을 먹으면 자동으로 기절해서 연극 막이 내려가듯 몇 편보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 내 뒤의 킹동일씨
가만히 집에 혼자 있으니까 뒤늦게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내가 접수하러 들어갔을 때부터 바로 뒤에 김동일씨가 따라 접수하시는 걸 봤다. 이름 좀 비슷하네… 생각하고 있었구만 아!! 자꾸 진료실에서 김동.. 내 이름 부르는데 자꼬 그 아저씨가 먼저 들어가고 주사실에서 나 부르는데 그분 들어가서 빠꾸당하고 수납하라고 내 이름 부르고 있는데 그분 어머님이 자꾸 일어나서 먼저 가 있다. 이미 병원비 카드로 내버리셔서 다시 환불하고 다시 계산함. 하아… 그리고 약국 가서 기다리는데 또 김동… 어머님 벌써 가서 내 약 받고 있엄… “제 꺼예요. 제 꺼..” (이 킹동일씨…) 이 대사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이름 반토막만 듣는 데다 손이 빠른 이 분들은 왜 하필 내 뒤였나.
#악몽
또 생각해 보니 나보다 하루가 먼저 코로나에 걸렸던 게 아닐까 싶었다. 언니들이 가지고 있던 자가키트로 검사를 몇 번 했는데 하루는 음성이었기 때문에 심증만 있지만 며칠 전으로 한참 거슬러 올라가서 서울 써네언니네서였다. 하루는 먼저 잠이 들었고 형부가 우리 옷 빨아주신 밤이었다. 건조기가 투탕 투탕 투탕 북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는데 하루가 엄마!!!!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튀어가니 나를 두 살배기 아이처럼 끌어안고 급박한 말을 쏟아냈다.
”엄마!!! 왜 여기 있어!! 나가야 돼!! “ 안돼 안돼!!! 거리는 하루가 처음엔 웃기다가 우리 죽어!! 빨리 도망가!! 별소리를 다하며 사색까지 되길래 갑자기 무서웠다가 오만가지 기분이 오갔다. 일단 그 방엔 못 있겠다고 하니 거실에 이불을 펴고 누웠는데 열이 펄펄 나는 것이다. 가지고 온 해열제로 진정시키고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걱정과 다르게 아침이 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 컨디션이 전부 돌아왔다. 언니랑 나는 여독이 쌓였었나 보다.. 정도로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한참 지나고 물어봤다.
-하루야 그날 왜 그렇게 무서워했어? 뭐 때문에 자꾸 도망가자던 거야?
- 뭘 봤냐면 세탁기들이 엄청 많이 있었어. 근데 어떤 세탁기 하나가 옆에 있는 세탁기를 먹은 거야. 그랬더니 이렇게 커져서 또 다른 세탁기를 먹었어. 먹고 먹고 계속 먹으면서 나한테 막 오는 거야. 그래서 하루가 너무 무서웠어.
아 그 무시무시한 범인이 세탁깈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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