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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편은 어디에
일본도 널린 게 떡이지만 나라마다 떡이 또 다르다. 팥, 물엿, 흑당, 인절미 가루와 떡 조합은 똑같이 있지만 꿀떡…. 설탕물에 깨 섞은 그 꿀떡은 일본에서 본 적이 없다. 한국슈퍼에서 냉동 꿀떡을 사 준 이후로 하루는 그 이름을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 ‘송편’ … 삼송빵집에 가면 팔 줄 알았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그래도 납작하게 구운 호떡을 발견하고 무진장 맛있게 먹은 하루. 꿀 들어간 것도 모자라 겉이 바삭바삭 아스라 진다니 삼송빵집 지니어스다. 전철역 근처에 떡집이 있길래 일부러 길 건너 다녀왔는데도 없었고 아무튼 송편 찾아 며칠 다니다가 평택 언니네 갔더니 역 안에 팔고 있었다. 하루 머리 위로 빵빠레가 울렸다.
이모: 하루야 인절미도 맛있는데 먹을래?
(도리도리)
인절미는 일본에도 많으니까 온리 송편이면 된대요.
# 멋지다 내 사람들
주말에 캠핑장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친구들을 평일에 쪼개서 만날 수밖에 없었다. 워킹맘 친구들을 평일에 만나자니 송구해서 몸 둘 바를 몰랐지만 나를 언제 또 보겠냐며 선뜻 시간을 내 준 친구들.. 도헌이는 올해 학교 입학을 해서 평일을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가방 던지고 할머니 손 잡고 엄마 회사 앞으로 먼 길을 와 주었다. 우리를 위해 할미 고생, 초1 신입생 고생, 워킹맘 희생.. ;ㅂ; 뻔뻔하게 강행했지만 사실 되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아모레 퍼시픽 본사에 보안 신고하고 방문자 카드 받아서 들어간 기분이란 내가 다 신분상승 한 거 같고 친구부심 넘쳤다. 그리고 전 상품 반액 할인 받.. 오.. 마이.. 내가.. 이러려고 온 건 아닌데 입 꼬리가 내려가질 않음. 복리후생 빵빵한 대기업 직원이라 멋진 것도 있지만 이곳에서 내가 상상도 못 할 고초를 버티고 넘고 극복하며 강직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진짜 위대해 보였다.
광주에서 만난 홍이는 말 그대로 보험 왕이다. 왕. 내가 홍이 이야기 각본으로 쓸 능력만 되면 우영우 못지않게 히트시킬 수 있을 것도 같음. 감동과 반전의 기록이지 말이다. 실리에 따르지 않고 이념을 추구하는 보험 왕.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보험을 설계하는 홍이. 돈을 벌려고 한 것도 아닌데 안 벌릴 수가 없는 메커니즘이 생겨버린다는!! 럭셔리한 홍이 아파트에 들어가는 순간 넘 이뻐서 벽이랑 구분 안 가는 냉장고에 뭘 눌러야 되는지도 모르겠는 모던한 가전들에 하루는 컬처쇼크도 받았다.
하루: 이모 이거 뭐야? 버리는데 왜 카드가 필요해?
홍이: 이거는 음식 쓰레기 버리는 만큼 돈을 내야 돼서 이 카드에 기록하는 거야.
헐, 대박쓰. 최첨단 친환경 미래시스템 밋친.
하루: 엄마!!! 이모가 여기 집 인터폰으로 엘리베이터 부를 수 있대.
헐, 만화에서 보던 미래세계 밋친!
홍이: 언니 여기 아파트 단지에 풀장 있고 썬베드랑 엄마들 이용하는 카페테리아도 있어.
왓? ㅋㅋ 로스앤젤레슨줄.
# 멋지다 내 사람들 2
이번에는 평택 써녕언니네서 지내면서 동탄 신도시에 사는 친구들을 차례로 만나고 왔다. 병점에 갔더니 없는 게 없어. 짜장면 먹고 마트 갔다가 알라딘 중고 서점 갔다가 붕어빵 카페에서 수다.
못 보던 사이 공부하고 시험 봐서 회복 탄력성 강사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똑똑이를 만나고
수원에 갔더니 여긴 또 없는 게 없어!
대학 동창 친구랑 아이들 데리고 명동 칼국수 먹고 한참 수다수다를 떨었다. 밀렸던 수다를 침이 마르도록 떨고 다시 새로운 법률 공부를 도전하는 마지막 한 마디에 댕! 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내 친구들 왜 이렇게 멋진 건데요.
#광주 이야기
하루 데리고 광주를 2번 갔었다. 그때마다 너무 어려서 키즈카페 갔다 떡갈비 먹은 게 전부였는데 (갈 때마다 새로운 떡갈비. 떡갈비의 세계 무궁무진함) 이번에는 담양 여행도 계획했었다. 그런데 쏟아지는 비… 담양 죽녹원은 비가 오면 흙길이라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일단 홍이 얼굴 보러 KTX를 탔다.
경의선을 타고 용산역에 내리자 플랫폼에 엄청 그리운 가게 하나가 있었다. (옛날) 와플 2000원.
이건 못 지나치지.
하루: 엄마.. 와플이 너무 싼 거 아냐??? 근데 이렇게 큰 거 줘??
내가 얼마나 어릴 때 자주 먹던 건지 설명해 주고 반갑게 하나를 샀다. 하루가 못 먹는 사과잼과 크림은 빼 달라는 말을 해야 했지만 (아주머니 앙꼬 없는 붕어빵 달라는 거 아니유? 라는 얼굴로 진짜 빼냐고 물어보심.) 기차에서 와플 한 입 먹고 눈이 똥그래져서 말했다.
하루: 엄마!! 너무 맛있어! 근데 엄마 이게 왜 2천 원인지 알 거 같아. 뭔가 되게 반죽이 안 들어간 느낌이야. 약간.. 공기가 많고 가벼워.
ㅋㅋㅋ 그랬던가?
홍이는 슬슬 떡갈비를 졸업시키려는 듯 장어 집에 데려가 줬다. 내 인생 첫 한국 장어였다. 이런 어른의 상차림은 사실 많은 경험이 없다. 그지 깽깽이로 20대 초반까지 살았던 한국에서 제일 사치 부린 음식은 기껏해야 햄버거 짜장면 스파게티 삼겹살이었던 거 같다. 케군이랑 연애하면서 양대창도 먹고 잠시 회사 다니면서 코스요리도 먹어보고 했지만 횟수와 년수가 턱 없이 부족해서 내가 누려보지 못한 한국의 고급 음식은 너무나도 많다.
하아.. 그런데 그런 귀한 음식을 심지어 광주에서!!
반찬이.. 화수분처럼 계속 나오는 거시야. 밑반찬으로 탕수육 주는 서울 식당을 내가 가 본 적이 있었던가. 하루는 자꾸 올라오는 그릇들을 보며 말했다.
하루: 엄마… 이 상이 되게 크다고 생각했는데… 상이.. 모자라네? 설계 미스 아니야?
ㅋㅋㅋㅋㅋㅋ 그러게. 감당하지 못할 반찬들을 상이 막 받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바삭바삭 지글지글 구워져 가는 장어가 너무 소중하고 담백하고 영롱하고 막 그래. 이렇게 살코기가 맛있는 생선을 왜 일본사람들은 찐득한 소스에 푹 절여 먹는 걸까. 안타깝기까지 했다. 본연의 맛을 느끼는 장어 쌈을 케군이 먹어봤으면!!
또 우리를 날라다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 한잔 같이 하고 (아.. 나랑 홍이는 둘 다 이날부터 몸살 기운에 헤롱헤롱하고 있었다.) 홍이 (남친)오빠님이 일제 물건에 항상 긍정적인 평가를 해 줄 때가 많다 하셔서 우리 오기 전부터 많이 기대하셨고 만나자마자 오빠가 친일파라 너무 다행이에요~ 라며 매국노 개그도 개그로 잘 받아주셨다.
하루한테 동생이 있었다면 이틀이었겠다며 이를~ Ettle 영어발음으로 나불대 보고 은근히 글로벌한 게 갱찮네. 홍이랑은 똘끼 대화가 익숙하게 술술 나왔다.
하지만 하루의 질문공세와 끼어들기로 대화가 7초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홍이는 애 키우는 빡침을 간접체험해야 했다. 그래놓고 우리가 다음날 집에 간 뒤 휑한 아파트에 앉아 뒤늦게 하루… 너무 귀여웠다며 다시 그리워했다. 제대로 육아 간접체험 ㅎㅎ 맞아 안 보이면 원래 또 보고 싶어 지는 법이짘
우리를 역에 데려다주고 집에 들어와서 홍이는 500원을 발견했다. 하루가 홍이이모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세워두고 왔다고 한다.
둘이 카톡으로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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