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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본 신기한 것들

몇년 전 자전거 스탠드를 처음 봤을 땐 아기라서 걸쳐 앉는 게 어려웠다. 이게 뭐라고 여기 걸쳐 앉은 형들이 엄청 멋있어 보였다나? 드디어 성공한 기쁨에 기념사진도 찍어야 한단다.

성취감 느끼는 중

횡단보도 앞에서 아저씨가 도라지를 팔고 계셨다. 의문의 의자에 앉아. 저 의자의 용도는 혹시 횡단보도 기다리는 동안 쓸 수 있는 노약자용인가? 아저씨 도라지 파는 데 쓰시고 계시는데 ㅎㅎㅎ 근데 아무리 힘에 부쳐도 성격 급한 한국인이 저 의자를 펴고 앉느니 그냥 서서 기다리실 거 같은 느낌도 든다. 신기한 의자였다.
(도라지도 아저씨 등산가신 김에 캐 오신 스멜~)

일본 버스 천장에도 벨은 있는데 한국 버스는 훨씬 높다. 하루는 정말 저길 닿는 사람도 있냐면서 놀라워했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고등학교 때 통학 버스 안에서 (특히 여름에 반팔 교복 사이로 쭉 팔을 뻗어) 간단히 천장 벨을 누르고 내리는 남고생을 보면 개설렜었다. 이거 참 부끄럽구만 ㅋ 하루에 쑥쑥 커서 저 벨 눌러죵

백화점이나 몰에 가야 나오는 터치 안내판이 한국은 지하철에도 있다는 거. 17년 전 한국에서 일할 때 거래처에서 일본인이 오셨다. 일본에서 교토공대를 나와 (넘사벽 대학) 기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엔지니어셨는데 일정을 다 마치고 반나절 한국 관광을 하셨고 나는 가이드를 담당했다. 그때 남대문 시장 거리보다 지하철 터치 스크린 사진을 더 많이 찍어 가셨다. 17년 전에도 있었던 터치 스크린.. 지금도 한 일본 애가 놀라고 있습니다. 일본에 이민 오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실망하진 마세요. 전원생활이다 귀농이다 생각하시고 슬로 라이프 하기 딱 좋거든요 ‘ㅂ’ 우갸갸

- 엄마 이 의자는 공짜야? 너무 신기해. 다른 사람들은 돈 주고 지정석 사서 앉는데 여기에 앉으면 너무 나쁜 거 아니야?
KTX 타면 문 앞에 있는 접이식 의자의 용도는 무얼까? 애미도 모르겠어 ㅎㅎ 입석 요금만 내고 저 자리에 앉아도 되는 건가요? 궁금하다.. 저 의자를 만든 의도는.. 입석 승객이 많으면 눈치게임이 시작되능건가…

-엄마 이거 봐!!!  횡단보도 바닥이 빛나!! 신호등 색깔대로 빛나!!!

나도 신기했다. 멀리서 보니 미래시대를 방불케 했다
ㅎㅎㅎ



# 이게 다 다른 국물이라고요

얕게 일본 생활을 했던 무렵에 문득 일본 음식은 다 그게 그거 같고 별 거 없어 보였다. 전부 간장에 설탕 버무려 놓은 거 같은데 니츠케, 니모노, 츠쿠다니, 스키야끼, 규동, 테리야끼 이름만 다양해서 희한했다. 지금은 각자의 개성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는 건 라멘의 세계다.
- 일본 라멘 맛있긴 한데 다 비슷비슷하다?
하니까 케군이 안타까움에 눈을 이글거리면서
-하아.. 모르겠어? 이건 미소라멘 이건 간장라멘 이건 돈코츠..
- 그래 그런 건 알겠는데 그 세 개 밖에 없잖아.
- 무슨 소리야~ 돈코츠도 소뼈 사골국물, 돼지뼈 국물, 이건 해산물 들어갔지. 이건 면발이 막 이렇게 다르고 이건 세아부라(돼지 기름) 많이 들어갔고~ 마늘 넣고 빼고~ 완전 다르지. 죽을 때까지 세상 모든 라멘을 못 먹고 죽을지도 몰라.

한국 국물은 설렁탕 갈비탕 삼계탕 밖에 없는 줄 아는 하루를 보며 케군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쌀일이질식사

봐봐 하루야 이게 뽀얗고 기름기 없는 설렁탕이란 거야 나중에 김치 도둑이 돼. 알겠지?

이건 완전 달라. 무 많이 들어갔고 소고기 들어갔고 미나리!!! 미나리 팍팍 넣은 이 국은 진짜 특별한 거다잉? 기억해

해조류에 싸 먹는 육회도 그냥 육회랑 달랐고

미나리 찜도 헐… 대존맛

신용산역 능동 미나리입니다
일찍 안 가면 웨이팅이 당신을 웨이트

그리고 하루야 이게 광주의 명물 나주곰탕이야. 이건 서울 국물이랑 천지차이여! 새우젓이 무슨 요리 수준으로 맛있어서 눈 튀어나올 뻔했다.  나 지금.. 새우젓에 곰탕 먹고 있는지 곰탕에 새우젓을 먹고 있는지 모르겠다..

으응.. 엄마 다… 다른 거구나?

하루야 이건 삼계탕인데 옻 들어간 거고

이건 누룽지 삼계탕이라고 흔한 삼계탕이 아냐
하루 삼계탕 먹어 봤는데?
아니 아니 이 삼계탕은 아무 데서나 못 먹어.
으응… 어.. 엄마 이건 다.. 다른 거구나..

그리고 마지막까지 공항에서 나주곰탕과 혹시 안 먹을 까봐 안전빵으로

돈까쓰를 시켰는데

-엄마 역시 한국은 국물이 진짜 맛있는 거 같애!

뭔가에 눈을 떴는지 곰탕만 독차지하고 싹싹 먹어줬다 ㅎㅎㅎ 난 오랜만에 먹는 옛날 돈까쓰에 저 수프 (후추 팍팍 친) 콤비가 너무 맛깔나서 추억여행 했다.

내가 이번에 느낀 게 많아 ㅋㅋ 다음엔 일본 라멘들을 주의 깊게 음미해 볼게 케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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