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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시각 8:11분​

촬영시각 8:13분
이렇게 네가 모든 면에서 빠릿빠릿 했으면 엄마 사전에 잔소리란 단어가 사라질게다. ​

한국 오고 다음 날 천둥번개가 치고 억수처럼 비가 쏟아졌지만 훗- ​

날씨는 우리에게 태클을 걸지 못하죠. 왜냐면
-엄마, 여기 맞지? 3번 홈이지??
-어 맞아! 하루 최고야 멋져.!
우리는 케이티엑스를 타고 전라도 광주로 떠나기로 한 날 이었기 때문에

서울보다 용산이 편하고 열차편이 많아서 처음 왔는데, 정말 좋다. 특히 한국의 디지털화는
-엄마! 이 쪽 맞지?
-어어, 거기서 뭐 좀 사자!
흠흠.. 디지털화는 아직도 카톡으로 온 동영상 다운 받는데 시간 걸리는 일본에 비교하면 정말 미래로 타임슬립한 기분! 코레일 어플로 티켓을 사고 알아서 바로 착석. 인력낭비 자원낭비 스트레스 제로. 참고로 일본의 경우 인터넷으로 산 열차티켓을 역에서 발권기로 뽑아서 개찰구에 통과시켜야 한다. 혹은 전자카드가 있어야 함.

나의 버킷리스트였던 김밥집에서 만든 김밥이 전부 품절이어서 어쩔 수 없이 편의점..
-엄마, 우리 자리 여기 맞지?
-어어, 하루 진짜 혼자 잘 찾아간다. 엄마 없이 혼자 광주 가도 되겠는데?
-음... 그건 안 될거같아.(급 진지..)
-... 왜..?(뭐라 하는지 그냥 궁금)
-나쁜아저씨가 잡아 가
앗, 이것은 내 입버릇 ㅋㅋㅋ

아무튼... 난 편의점에서 김밥을 샀다.

오늘도 아이동반 차량에서 맘 편히 간다​

미디어에 지친 눈을 풍경으로 달래기도 하더라. ​

도착했다!​

다 한국 말이지만 왠지 어딘가 신선한 지방여행! 광주는 두번 째라 익숙하고 너무 좋다.​

멋짐을 풍기며 잘 나가는 홍이이모가 데리러 왔다.​

무려 벤츠로 나타난 이모 차에 홍이이모=좋은사람 되었다.
결혼식을 못 가서 참 미안했는데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찍더니 홍이는 새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흔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좋다 할 땐 언제고 말이다.
아무것도 안 보고 나만 봐 줄 거라 믿고 한 결혼이었다. 근데 딴 데만 본다. 한 눈만 판다. 능력있고 지적인 네가 좋다고 하더니 이젠 네가 너무 잘나서 무시당하는 기분이래. 함께 잘 살게 노력한다더니 나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말래. 그 관계를 치웠다는 말을 듣고 나는 축하해줬다. 여자가 헤어지기로 마음 먹었을 때는 이미 얄짤없는 거라고 누가 그랬다. 홍이는 전보다 더 든든한 경험치를 입고 당당해 보였다. ​

부동산에 빵집 겸업하시는 가게였다. 에잉 재치쟁이~ ​

오늘도 놀아보자 광주 양산동 치카치카! 나는 이렇게 위대한 키즈카페를 본 적이 없어. 한국의 자랑이야!​

일본에 돌아가서 마마토모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면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정말 부러워 했다.
-어머어머 여기 뭐야???? 이걸 진짜 운전한다고?
-키즈카페 안에 범퍼카가 있어.​

-엄마들은 여기서 안주와 맥주를 마실 수 있지
-스고이.. 마지데???
-저 옆에는 코시츠(개인 룸)도 있어. 단체로 오면 방도 잡고 막 파티도 하는 거야.
-신지라레나이. (믿을 수 없어!)​

-물론, 이런 편백나무 놀이 같은 건 기본으로 있고
-야바쿠나이?? 이거 만으로도 너무 좋다. 작은 애들도 놀 수 있겠네!!​

-이건 레이싱카야. 시간 되면 타러 오라고 알려줘
-이게 공짜야??? 데체 얼마나 큰 거야???

-wii 게임도 있었어
-어머어머어머!!!!! 가족끼리도 좋겠네. 초딩들도 좋아하겠네.​

-트램폴린도 있어
-스고이!!! 트램폴린은 트램폴린 전문가게 안 가면 일본은 없는데!!

-로보트도 운전할 수 있지
-여기 뭐야... 유원지야?? 나 저런 거 처음 봐. 애들 환장하겠다.

-소라쿤!!! 이거 눌르면 총도 쏠 수 있는 거야!(하루)
-아!!!! 야리타이!!! 야리타이!!! 나도 가고 싶어!!(소라)

-이것도 공짜였어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UFO캣쳐(인형뽑기)가?? 한 번에 최소 200엔은 하는데???
-아 근데 인형이 진짜 뽑히면 카운터에 갖다 줘야 돼
-아! 아니 근데 이걸 무한으로 연습할 수 있는 거잖아. 와 이건 내가 하고 싶다. 꿈의 설정이다. 스고스기루!

-2층에 가면 어린 애기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랑 인형도 있었지.
-끝없이 넓은 느낌이야...​

-이건 또 뭐야?
-저거 화면을 공으로 맞추면 충치가 없어지는 게임?
-ㅋㅋㅋㅋㅋㅋㅋ 일본은 그냥 볼만 잔뜩 넣어두고 볼풀. 이게 끝인데.
-근데 여기 한시간에 700엔(7000원)이야.
-에에에에에에에에!!!!! 야쓰스기루!!!
-그리고 2천엔이면 무제한이야.
-캉가에라레나이! (말도 안돼!!!)

이렇게 일본마마토모들을 떡실신시키고, 하루 친구들에게 한국이라는 환상의 나라에 가는 위대한 녀석. 부러운 녀석 등의 수식어를 안겨 준 광주 키즈카페를 나왔다.​

노을 지는 광주 도로를 쌩쌩 달리다
-어우 야, 여기 사람들 운전 엄청 세게 한다.
-어, 그래서 조심해야 돼. 내가 왜 벤츠로 다니는 줄 알아?
-왜?
-벤츠니까 그나마 시비 안 걸고 피해 가. 이 맛에 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에구 하루 잔다. 남자친구는 가게로 바로 오라고 했어?
-어. 나 생일인 거 내 동생 때문에 들킨 거 같은데 모르는 척 하고 있어.
-뭔 말이야?
-내가 생일인 거 일부러 말 안했거든? 근데 내 동생이 남친한테 말했더라고. 걔가 알고 있다는 걸 나는 모르는 척 하는 거라고. 크크쿡쿡.

아. 매우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참 연애란 게 이런 거였지. 꽁냥꽁냥하다... 막 아련해 질라그래~~~ 사실 지금 내 머릿속엔 광주 송정 떡갈비만 가득해서 미안해.

이 집도 뼛국을 서비스로 주시네. 떡갈비의 뼛 국은 세트인가 보다. ​

돼지 반, 소 반으로 도톰한 녀석이 나왔다. 작년엔 얇은 녀석이 인삼이랑 누워있었는데 이번엔 함박스테이크 만한 녀석이 듬직하게 쌓여있어. 가게마다 스타일이 다른 건가 보다.윤기~ 촤르륵 (작년이랑 다른 가게에요.)​

비빔밥 한 입, 떡갈비 한 입, 뼈국 한 입, 김치 한 입, 다시 비빔밥 한 입, 이렇게 돌림노래를 부르다 보면 배가 불렀다. 좀 그제야 홍이 남친에게 상냥한 말 한마디 건넬 여유가 생겼다. 상냥한 말 한마디 건네봤다.
-남친님은 광주 출신이에요?
-아. 네.
-(홍이 옆구리를 쿡 가격하며) 어머 자기가 무슨 광주 출신이야. 언니 얘 무안이야. 무안출신.
-아니, 무안 출신인 건 맞는데 내가 광주에...

뭐여. 이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서울 사람이 보기엔 광주나 무안이나 걍 다 똑같애.
하고 빵 터져서 옆을 보니 하루 얼굴이
뭐여. 이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서울사람이나 광주사람이나 무안뭐시기나 그냥 다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이야. 하고 있었다.

아 정말이지. 죄송합니다. ​

허겁지겁 먹다가 홍이랑 남친이 잠시 바깥으로 가고 나는 얘가 주문서를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주문서를 낚아 채 종종걸음으로 마구 계산대에 뛰어가 “사장님 빨리요!!” 사장님은 오케바리 알았다는 듯 냅다 번개처럼 계산하셨다.

-엄마 뭐했어?
-응. 홍이이모 생일이래. 생일선물 줬어.
그걸 눈치채고 종종종 돌아 온 홍이는 한 발 늦어서 무안하다는 듯이 고마운 미소를 지었다.

이런 척하면 척 탁하면 탁 손 발 맞는 우리 한국인의 정.

오늘도 은혜로웠던 떡갈비야 당분간 또 안녕~​

-잠깐 회사 좀 들리자. 뭐 놓고 왔어.
그 틈에 하루는 벤츠 운전대를 돌려 봤다.​
-엄마, 아까 범퍼카는 잘 됬는데 어른들 차라서 그런지 핸들이 엄청 딱딱해.
-아, 그건 시동이 꺼져있어서 그래.
-아.. 그렇구나.

이런 대화를 하면서 집으로 왔는데 먼저 가 있겠다던 남친이 보이지 않네? 집이 왜이렇게 깜깜해?? 하는 순간 저 쪽 주방에서 아련하게 불빛이 흔들리며 한 남자가 쑥쓰럽게 등장했다.“생일 축하~ 합니다~~”

왘!!!! 내 앞에서 하지마 ㅋㅋㅋㅋㅋㅋㅋ안 본 눈 빨리 사 내롸 ㅋㅋㅋㅋㅋㅋ 내가 못살아. 이래서 남의 연애사에 상관하면 안되는 거야. 내가 너무 관여했네. 이자리에 나 왜 있니. 여기 어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귀여운 남친은 직접 만든 수제 케잌에 손수 메세지 까지 써서 서프롸이즈를 꾸며줬다. 홍이는 자지러지고 싫지만은 않은 얼굴이었다. 좋구나. 청춘이다//////

하루는 신기하게도 그 장면에서 재밌는 형아,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주는 형아로 상당한 점수를 준 눈치였다.스윗한 남자는 아이들도 좋아해. 맞아. 홍이 네가 행복하니까 다 좋아. 맞아.

우리 넷은 무등산 분위기 좋은 카페로 산책을 갔다.모든 것이 작년과 똑같은데 홍이 옆 남자가 달라. ㅋㅋㅋ 시트콤이구만. ​

삼촌 손을 꼭 잡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삼촌: 하루는 크리스마스때 뭐 받고 싶어?
하루: 장난감 같은 거?
삼촌: 근데 착한 아이한테만 준다던데
하루: 삼촌 이 정도면 하루 착한 아이야.
삼촌: 아.. 그래?ㅋㅋㅋㅋㅋㅋ
(삼촌이 하루에게 반해버린 순간)

무등산에서 복숭아 아이스티 나눠먹자고 혼자 다 처먹지 말라고 그렇게 엄마가 잔소리해도 귓등으로도 안듣더니 홍이 이모 침대에 지도를 그려놨다. 아침일찍 일어나 개미목소로리... 엄마... 부를 때부터 안 좋은 예감이 엄습했지. ;ㅂ;

-언니, 괜찮아 나 매트리스 물빨래 하는 핸드크리너 샀잖아.

진짜 너는 말로 먹고 살고 말로 사람을 살거야. 예쁜 내동생. ​

아침밥은 최불암 아저씨가 간판에 그려 진 나주곰탕집에 갔다.​

맑은 탕은 다 좋아하는 나는 너무 맛있개 후후루루루룹 마셨다.
-언니, 이건 그냥 익은 김치고 이 쪽은 묵은지.
하나씩 먹어보고.
-야... 아니야. 이게 묵은지고 이건 썩었어....
ㅋㅋㅋㅋㅋㅋ 그 정도야?
이건 썩었어!!!!!!!!
서울 아동 입맛인 나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맛의 영역이었다. ​​

내년엔 또 우리가 어떤 상황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참 기대된다.​

(미세먼저 감지기 신기해서 찍어 봄.)​

안녕~ 이모 안녕~​

이름모를 수달들과도 마지막 인사를 했다.​

케이티엑스에서 내려 용산에서 경의선을 타고 돌아가는 길에 자리가 없어 문 앞에 서 있는 하루를 보니 괜히 맘이 짠-했다. 하루종일 힘들텐데 나도 참 피곤한데 떼 한 번 안쓰고 짜증 한 번 안내고 씩씩하다 우리 아들..
-하루야. 엄마가 엄마충전 해 줄게 이리와봐.
-진짜?
17킬로 아들을 들어올렸다. 엄마한테 꼭 안겼다. 엄마 냄새를 맡으면서 엄마 어깨위에 얼굴을 꼬옥 끼워넣고 작은 손으로 어깨를 안는게 느껴진다.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충전하고 있던 때에 참. 애미는 잊고 살았네. 한국 할머니 할어버님은 떠오르시는 대로 말씀을 바로바로 즉각 하신 다는 걸.
등 뒤에서 하루를 툭툭 치며 하는 말씀이 들려왔다.
-야야~ 너 내려와~ 엄마 힘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러다 마시겠지?
-너 임뫄. 몇 살이야. 엄마 힘들어가지고 막 그러면 좋겠어? 아이구 다 큰 놈이. 허허. 이뿌게 생겼다.
계속 하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이었다면 하루는 애앵 울음을 터뜨렸을거다. 어쩌나 지켜봤더니 어라?

베시시 웃으면서 전 네 살이에요.

능청을 떤다. 어머 하느님 고맙습니다. 하루에게 능글함을 선사해주시다니! 일본인에게 없는 능력아닙니까. 이거 되게 레어템인데.
능청떠는 하루가 귀여웠는지 그러다 마신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경의선을 내렸다.

-하루야 할아버지가 말 했을때 안무서워하고 그냥 말해준 거 엄마는 너무 고마웠어.
-뭐를?
-엄... 그냥. 사람들하고 이야기 하는 하루가?

-엄마!!! 가니가 있어!! 가니 타자!!!
음? 안돼.. 가니 타면 쩌어어기 머얼리 가 버려.
로기 타자.​

초록색 로기를 타고 언니 집으로 귀환했다.
작년이랑 조금도 다름없는 코스인 광주여행이었는데 정말 많은 것들이 달랐다. 누리고 즐기는 하루 여유 있어진 여행 홍이와 나의 이야기.

홍이남친: 어? 딱 하루만 있다 가시는 거에요?
나 : 광주에 뭐 더 볼게 있다고 며칠을 있어요?
(일동) 끄덕끄덕 ㅋㅋㅋㅋㅋㅋ

농담이었다.하루가 아직 어려서 갈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을 뿐. 다음에 광주 추천 스팟있으며 알려주세요. 아는 곳이 많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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