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엄마, 하루가 이렇게 컸어.
엄마의 엄마가 공기 맑고 아늑한 곳에 있다고 또 보여주려고 왔지. 하루도 처음 온 거 아닌데 잊어버린 얼굴이야. ​

오늘은 어느 스님 제사가 있어서 엄마 이름 가까이엔 못 간대. 그래서 반대 쪽 문으로 살며시 들어가서 엄마 쪽을 보고 절을 했어. 지난 번에 왔을 때만 해도 어두운 본당 안을 흘깃 보고 무서워서 울고만 있길래 나만 들어왔는데 이번엔 주섬주섬 신발을 벗고 내 옆으로 들어오네. 절 하다가 작은 발이 보여 깜짝 놀랐어. 엄마를 위로하는 것처럼 작은 손으로 내 등을 토닥여서 눈물도 울컥... 나왔어. 뭐를 할 수도 없고 와 봐도 그게 다인 곳이지만 그래도 여기 오면 엄마가 “나 잘 있어”라고 말 해 주는 것만 같아. 마음이 편해진다... 벌개 진 눈으로 짧게 절을 끝내고 나오니까 ㅆ언니 코가 부어올라 그렁그렁 한 얼굴이었어.
-니가 일본에 사니까 가끔 밖에 못와서 올 때마다 가슴이 아픈가보다.
사실은 무뎌질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보다 잘 사는 모습을 못 보여준 게 억울하고 슬퍼서 울 때가 더 많아. 하루가 예쁘면 엄마가 옆에 없는게 짜증나게... 슬퍼... 그게 너무 맺혀. 나중에 살다가 큰 일 생겨 내가 좀 어려워지면 엄마 가슴아프지 않게 이런 꼴 안 봐서 다행이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게 될 거 같다니깐.

엄마, 또 올게. ​​

(여러분, 엄마는 함께 할 수 없지만 여러분은 함께 맛 보실 수 있는 맛집 하나 소개합니다.)
하아.. 이거 널리 퍼지면 아까울 정도라 나만 알고 싶은데.
요리연구가의 솜씨로 정갈하게 만드는 곳. 일산 소담레스토랑을 데려 가 줬다. ​

런치메뉴를 시키면 (고기 메뉴를 두어 개 중에 고를 수 있었다.)​

한 접시 한 접시 허투루 만든 게 없는 밑반찬과 찌개가 나온다.​

강황밥 ​

식감 살아있는 가지​

검은들깨 팍팍 고소했던 나물 ​

깊은 맛 된장찌개​

겹겹히 끼어있는 사과와 꼭 같이 먹길 추천하는 연근샐러드​

너무 맛있다. 젓가락이 춤을 춘다. 따라하고 싶은데 흉내가 안 될 거 같은 반찬들이군.... 넘사벽.... 이 이런 것..​


-야, 너 아들이랑 친한 척 하지마.
ㅅ언니는 커피 한 잔 사주고 출근하러 갔다.

먹고 죽으라는 건가....
언니는 커피를 사발로 사줬다.
커피 가게도 그래 장사를 하자는거야? ​

언니들이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이 동네 명물인 과일가게로 너도나도 빨려들어갔다.
수박이.. 3900원... 이 집은 남긴 남는거야????
헐... 일본에서 390엔이면 조각 수박 한 움큼 들어 있으려나??? ​

복숭아 5000원에 12개 가져가래.. 장사를 할 마음이 있는건지! 이번에 엔씨 백화점도 들러서 하루 옷이며 속옷을 잔뜩 사 오면서 또 한번 한국 물가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심지어 과일 맛도 좋았다. 옷은 한국 면이 제일 짱짱하고. ​

과일가게 앞에서 하루는 귀여운 보라바지 할머님이 데리고 나온 강아쥐를 한참 구경했다.
다가가기엔 무섭고 자꾸 신경쓰이는 너와 개의 거리.​

잠시 묵념의 시간이 있겠습니다. ‘ㅂ’​

하루가 잠깐 조는 동안 ㅆ언니는 고양 어린이 박물관에 우릴 떨궈줬다.​

와- 여기 싼 데 시설도 좋고 내용도 알찼다. 한국에서 보낸 마지막 며칠은 이렇게 단 둘이 데이트를 많이 했다.​

ㅆ언니의 예언대로 건설현장 체험 코너에서 제일 시간을 많이 보냈다. ​

현장감독님 옷도 챙겨입으시고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

정말, 열심히 노동하심. 한 시간 가까이 반복작업을 하셨다. 눈 빛은 이미 2층 높이 뭐 하나 지으신 분위기.​

다른데도 있다니까 아쉬워하며 은퇴하셨다. ​

소리의 방​

프로그래밍 놀이. ​

물 탐구​

평일이라 자원봉사자랑 직원 선생님께 원없이 질문하고 주목받고 미련 없을 만큼 만지고 놀았다. ​

초롱초롱 지적호기심으로 빛나는 아이의 얼굴에 간질간질 해 진다. ​

언니네 집에선 며칠 간 하루의 사랑을 몰빵으로 받은 ‘백몽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카메라를 빌려줬더니 ​

추억의 보물들을 찍어놨다.
얘랑​

얘.

이렇게 어린이 박물관은 대 성공!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