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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 뭐 할거야?
매일이 설레는 강아지. 평소 같았음 부러웠겠지만 한국에 있는 나는 그렇지 않아! 나도 설레니까~​

오늘은 ㅆ,ㅅ언니들과 효워니 하루와 바다로 떠난다.​

우선 마트에 들러 고기를 산다!
어머.... 언니.. 나 이런거 해 보고싶었어. 캠핑클럽 같지 않아? 핑클 된 기분인데? ​

음.. 아니군. 핑클에겐 이런 똥깡아지들이 없지.

한 시간 정도 달렸을 뿐인데 벌써 을왕리다. 주이가 아들을 데리고 벌써 도착해 있었다.​

일단 배를 채우자.​

회 비빔밥이랑​

세숫대야만한 해물칼국수 등장​

여자 셋 아이 셋이 배 불리 먹고 세수해도 될 만큼 넉넉했다.​

이런 느낌 바다 어릴 때 와보고 오랜만이다. 물놀이는 안 된다는 걸 납득해 주려나 싶었는데 ​

이 분. 신나셨다. 눈 앞의 일거리가 가득하니 몸이 근질근질 하신 소라게잡이 달인이 되셨다. ​

살아있는 녀석들을 추적해서 형아한테 잡아달라 시키시는 것이 현장감독의 주된 업무. 가끔 예쁜 조개와 특이한 돌도 추가로 수집하심.​

애미들은 텐트 안에서 바다가 애들이랑 놀아주는 이 상황에 흐믓해하며 수다를 떨었다. ​

과자를 초코에 찍어먹는 거 진짜! ㅎㅎ추억돋는다. 물론 이런 초심자가 초코양 배분에 실패해서 마지막에 과자스틱만 잔뜩 남기는 결말이죠.​

후에에엥.. 엉엉
무슨 일 이십니까 대감마님!!!
신발에 모래... 떼 줘!!!
예예 대감마님 쇤네가 있습니다요~​

아직 안 됐어!!!! 꽤액!!!
에끼. 모래들 네이놈! 어디 우리 대감마님 발에!
이제 다 됐습니다요~ ​

신나게 놀고 가끔 수발을 들고 오후늦게 숙소에 들어왔다. 구석구석 걸레질이 잘 되어있었다. 이것만으로 이 숙소는 무조건 합격. 인테리어? 최신가구? 이런 건 쾌적하기 위해 아무 쓸모가 없다. 여자 셋은 먼지 소복하고 기름기로 찐득한 방구석을 보자마자 쓸고 닦고 환기시키는데 바쁠테니까 우릴 그저 편하게 쉴 수 있게 해주는 곳은 바로 이렇게 청소 잘 된 곳!​

냉장고며 싱크대까지 어디 불필요한 곳도 없고 불청결한 곳도 없었다. ​

침구에 냄새도 안나. 오오 푹신푹신​

자 이제 본격적으로 풍악을 울려야지! 고기 구우려고 가져온 전기 후라이팬 좀 봐. 우리의 의지와 목적이 느껴진다.​​

하나는 밥 차리는 동안 잠깐 전의상실.​

씻겼더니 대감마님 심기 안 좋으심.
엄마... 형아들이 어으어으...
예예. 쇤네 여기있습죠. 말씀 하십시오.
대감마님은 형아 등쌀에 밀린듯한 뭔가를 호소하셨는데 피곤도 하시고 그냥 짜증을 내시느라 잘 내용은 모르겠다. 그냥 쇤네는 곁을 지킬 뿐입니다요. ​

울다가 지치면 누우시소사소섭서~ 쇤네 반 쯤다른 생각 중.. 엄마!!! 내 말 듣고 있어?? 꽤액!!!
예예. 대감마님 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여~

진정 될 때까지 옆에 있어주는게 제일 귀찮은 일이지만 제일 효과가 좋은 일이란 걸 아는 쇤네는 가끔 이렇게 무한 어리광 받아주기 기술을 쓰는데 이 기술은 랜덤으로 불시에 찾아오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렇게 한 번 무한 사랑을 느끼면 피곤하던 아이도 힘내서 평상심으로 돌아오곤 한다. 그렇다고 내가 해 줄 수 있는게 많은 것도 아니어서 결국 네가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것 뿐이지만 그것만큼 부모와 자식 사이에 가장 중요한 메세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 만큼은 꼭 알아주었으면 해..​

ㅆ언니는 내가 놀러가면 꼭 먹고 싶다던 메뉴를 그대로 불에 올려줬다. 도톰한 삼겹살에​

고기 많이 넣은 고추장찌개. 턱 양 옆으로 침이 폭발하죠? 햇반이 무한을 들어가는 무서운 조합. 흘흘흘​

수수하다고 했지만 사실 청도도 잘 되있고 이렇게 예쁜 방이었다.​

약속이나 한듯 세로로 눕혀놓은 애들은 가로로 돌아가 있다. 이른 아침에 혼자 깨서 멍 때리고 있었더니 효워니가 침대 머리맡 틈 사이로 쑤욱 빨려들어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음소거로 웃고 있었더니 내 들썩임에 ㅆ언니가 눈뜨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음소거로 터졌다. ​아무리 쪼꼬미들이라곤 하지만 인간이 저런 틈에 들어가냐. 코코아에 마쉬멜로 녹아내리듯이 너무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되게 편해 보였네.​

이 쪽도 자는 얼굴 마쉬멜로. 먹구싶다.​

두둥!
느끼한 눈을 뜬 머쉬멜로. 깜놀 ㅋㅋㅋㅋ

마지막으로 삼둥이 애미 포스로 대걸레와 함께 사진을 남기고 체크아웃을 했다. ​

근처에 핫하다는 카페에 가 봤다.​

어제 해물칼국수보다 더 비싼 커피 값을 내고 ​

사진을 건진다.​

​​

​집에 가는 길엔 하늘공원이 어딘가 한 참 돌다가 포기하고 휴게소에 앉아 맞바람 맞으며 김밥을 먹었다.

동네에 돌아오는 길도 순식간이었다. 아이들과 오렌지 색 하늘에 감탄하며 설렁탕을 먹으러 갔다.​

이 정도면 특별히 밥 투정 안하고 어디서든 대강 잘 먹어주는 기특한 하루. 편식쟁이라서 안 먹는 거 투성이인데. 살려는 의지로 어쨌든 뭔가는 먹어줘서 안심이었다. ​

ㅆ언니랑 아저씨처럼 하루 왜 저런대냐? ㅋㅋ
-하루야, 웃 옷 그렇게 들지마~ 감기걸려.
이런 대화를 하며 몇 번이나 애를 들볶다가 진지하게 물어봤다.
-하루야. 왜 옷을 자꾸 드는 거야?
-등이 간지러워서 그래.

ㅆ언니랑 나는 동시에 아.... 하며 눈을 마주쳤다.
등이 가려우니까 옷을 당겨서 부비부비 긁었던 것이다.
-참... 애들이 하는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어. 그치?
-그러게.. 어른들이 섣불리 결론짓고 다그치면 안되는 거네.

그 날 보습크림을 잔뜩 발라주었다. ​

출근도장 찍는 불광천 아이스크림 할인점​

강변에 앉아 하는 저녁산책은 잠시 일상이 되었다.​

현금없는 우리에게 오락실은 그림의 떡이었지. 형부와 아이들을 재우고 언니들이랑 옛날 통닭을 먹으러 갔다.​

어릴 때 그렇게 무서웠던 늦은 밤 가게에 앉아있던 아저씨들 무리 사이에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로 닭을 뜯으며 ㅅ언니 건강을 걱정했다. 하지만 ㅆ언니와 내 면박에도 꿋꿋하게 “죽으면 죽는거지 뭐”라는 ㅅ언니는 참 한결같다. 예전에 언니는 버는 족족 쓰고 집시처럼 사는게 꿈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가게에 젊은 여자 둘이 들어와서 휘청휘청 자리에 앉더니 화장을 고치고 시시덕 댔다. 눈치 없는 나는 말라비틀어져 보여도 고소한 옛날 통닭을 뜯느라 아무생각이 없었는데 ㅆ언니는 쟤들.. 왜 저러냐... 정말... 하며 쓴 표정을 지었다. 한 참을 앉아있더니 주문도 하지않고 깔깔대며 나갔다. 늦은 밤 까지 혼자 영업하고 계시는 주인아주머니가 안쓰러워서 혀를 끌끌 차는 ㅆ언니는 항상 주변사람들을 먼저 배려하고 난 생각지도 못한 여러 위치의 사람들 입장을 생각할 줄 안다. 누가 자매 아니랄까봐 집시 같은 ㅅ언니도 스무 살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나만 안 크고 그대로인 것 같아. 긴장탔다. 그러다가 가게 음악이 꺼진 사실을 눈치챘다. 어머! 언니들 여기 문 닫나봐. 우리 빨리 나가자. 계산하면서 여기 몇시까지에요? 하니 벌써 10분이나 지나있었다. 언니들은 전혀 몰랐던 사실에 미안해 하며 아주머니께 사과했다. 나도 뭔가 만회한 기분이었다. 오예-

언니들은 항상 나를 좀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잘난 척이 특기인 나를 겸손 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항상 고마워. 바다, 삼겹살, 고추장 찌개도 언니들이 주는 사랑이란 걸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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