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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hate English.
(포스팅 하고 다음날 구독자 친구가 이 문장 틀렸다고 알려줘서 고쳐봅니다.ㅋㅋㅋㅋ첫 문장 일부러 틀린거냐고 ㅋㅋㅋ그냥 본연의 실력이야 'ㅂ')
큼큼,, 자 다시. I did hate English.
지독히도 싫어서 울렁증도 아닌 거부 반응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은 하고 싶지만 안되니까 부끄러워하거나 컴플렉스라고 생각하던데 나는 그걸 초월해 너무 당당히도 저 새끼가 싫어 그래서 난 알지 않을 테다. (부끄러움이 없음) 이런 태도였다. (자매품 수학이 있다.) 물론 얼토당토않다. 이건 학급에서 왕따 당하는 아이가 내가 반 애들을 다 따시키고 있는 거라고 나름의 살 길을 찾아 자기 위로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런 내가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태어나서 처음으로 재미있게 영어공부에 빠졌다. 빠졌다라고 하기엔 여럿 유투버들처럼 하루 10시간 쉐도잉 하고 막 그런 건 아니고… 영어 드라마나 영화를 매일 30분씩 보고 필리핀 트레이너와 스카이프로 하는 영어 수업을 총 45회가량 진행했다. (한 수업당 30분) 내가 등록하고 있는 화상영어는 교재를 자기가 고를 수 있고 예습 복습을 안 하면 수업 진행이 어려운 방식이라 수업을 위해 준비가 최소 30분이 걸린다. 처음엔 그냥 몇 번 하다 말겠지 했는데 이틀에 한 번 꼴로 수업을 하는 나를 보고 스스로가 놀랐다. 그런데 의무감이나 부담감이 없고 너무나 재미있다는 것이 감동 포인트!

영어공부 핑계로 연필 모양 지우개를 사 들임 ㅋ

영어를 인생에서 따 시키던 사람에게 갑자기 의욕이 생긴 이유를 다들 물었다. 근데… 몰라… 나도.. 그게 참 아주 여러가지가 동시 다발적으로 와서 나를 겹겹이 둘러쌌다고 밖에…
한 2년 전부터 하루가 아기들 영어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 곳 외국인 선생님들과 이야기할 일이 생기니 나도 좀 해야 면목이 서겠다 싶어 영어 책을 필사하기도 하고 번역도 해보고 중학생용 학습지를 사서 풀어보고 하지만 계속 억지스러움이 있었다.

그러다가 방탄을 추천받았다. 처음엔 누가 누군지 멤버 이름 외우는데도 힘들었는데 덕통이 왔다기 보단 난 그냥 저며들듯 뭔가.. 받아들이는 느낌으로 ㅋㅋ 좋아하게 되었다. 영어로 노래하는 탄이들. 탄이들에 환호하는 영어권 사람들의 영상을 보다가 마음이 열렸다. 무슨 메커니즘인진 나도 모르겠다.
너가… 나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나 좋아해? 그럼 나도 너한테 관심이 가네? 이런 건가? (모르겠닼)

사실 진을 제일 좋아하지만 뷔가 너무 잘 나왔다.

그리고 영화 미나리가 미국에서 상을 타고 (영화관에서 혼자 보면서 오열을…. 멸치 때문에…) 윤여정 씨가 많은 시상식에서 스피치를 하는데 내가 그 분 정도의 나이에 비로소 영어로 문장을 말하게 된대도 늦은 게 아닐 수도 있구나. 앞으로 나에게 남은 생애 중에 영어가 빛날 수 있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꼈을 테지만 ‘영어 하는 중년’에 긍정적인 충격과 환희 희망 기회 용기 멋짐 폭발... 이것저것 다 왔다.

그리고 리디북스에서 <단단한 영어공부> (저자: 김성우)라는 책을 우연히 읽었다. 세상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영어가 있는데 꼭 호주 영국 캐나다 미국인만 ‘원어민’, ‘네이티브’입니까? 이 부분이 지금까지 내게도 뿌옇게 침전되어있던 고정관념들을 확 휘저어 소용돌이치게 해 주었다. 인도 영어, 필리핀 영어, 남아프리카, 싱가포르, 홍콩, 정말 많은 특징의 영어가 있고 가지각색인데 혀를 달달 굴려 말하는 일에만 집착했을까.
그럼 코리안 영어도 존재 못할 이유가 없다. 억양, 악센트, 발음이 한국인 같다 놀림받을까 두려워서 못했던 거라면 아, 말이 통하면 됐지! 바보 같은 생각이었어!! 작게 열렸던 문이 아예 벽까지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출처: 리디북스 (책 표지는 캡쳐해도 되는건가요? 문제 되면 가르쳐 주세요)

그리고 이 책은 영어 할 수 있냐는 질문에 어디까지의 수준을 기준으로 대답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했다.
영어를 학문으로 점수로 따지던 (일본도 마찬가지) 사회에서 자라 온 한국인으로서 예전의 나라면 유학 가 본 적도 없고 토익을 본 적도 없으니까 당연히 아이 캔 낫 스피크 잉글리시였다. 하지만 난 뭉근하게 많은 기초 단어들을 알고 있고, 심지어 철자를 읽을 수 있으며 궁지에 몰리면 어떻게든 전화로 상황을 전달할 능력이 있었다. 이 정도면 영어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만약 귀여운 벌레 친구들이 꼬물꼬물 기어가는 것 같은 타일랜드의 글을 읽고 화장실, 밥, 사과, 과일, 소금, 이 길, 저 길, 바지, 책상, 배게, 전화, 나가다, 화나다, 불을 켜다, 덥다, 부탁하다, 하늘, 별, 똥 이런 단어들을 100개 이상 할 수 있었다면 당당히 “ 저 타이 말 좀 할 수 있어요”라고 자랑을 했을 것이다. 근데 유창하지 못한 영어는 어디 가서 할 줄 안다고 했다간 큰일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프렌즈를 자막 없이 알아듣고, 소시지가 몇 개인지 꼭 따져서 복수엔 s 잘 붙이고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까지는 돼야 아이 캔 스피크 잉글리시인 줄 알았다. 난 카페에서 커피도 주문하고 봉지도 달라고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다른 나라 사람이 열심히 한국어를 배워서 제 이름은 새콤이에요. 저는 남아프리카에서 왔어요. 밥 먹었어요? 이 정도만 말해도 난 뒤로 자빠지며 한국말 진짜 잘한다고 기특해 죽을 것이다. 근데 왜 난 이 만큼이나 영어를 아는데도 대우받을 수 없다 생각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아직 제대로 조합을 못할 뿐 이미 나는 아주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어떤 자신감이 차올랐다. ABCD 읽는 법부터 배워야 하는 거 아니잖아. 이거 이거 매우 유리한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거 아니야? 대박인데?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나는 영어 공부에 점점 빠져들었다. 예전엔 해도 해도 초급자 같아 끝이 보이지 않은 터널처럼 외롭고 쓸쓸하기만 했는데, 이미 내가 꽤 하는 사람 같다 생각하니 터널이 아니라 산 중턱에 쉬고 있는 것 같은 완전히 다른 풍경이 나타났다. 지금도 멋지지만 조금 더 하면 더 멋진 꽃밭이 나타나겠지. 더 멋진 구름이 보일 거야.

에이, 그렇게 말만 해 놓고 진짜 쫌, 영어 하는 거 아니야?라고 이 글을 읽는 많은 구독자 분들이 생각할 수 도 있다. 아니. 나는. 평생 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환경만 선택해 왔기 때문에 기가 찰 정도로 영어를 못한다. 예를 들면, 세 달 전 필리핀 선생님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man 이 아니고 왜 men이에요?
why? This is without s?
man is no one! many! many! mans!
그러자 선생님은 상냥하게 단수와 복수라고 하는 건데 조금 특별한 룰을 가진 게 있어. 이 자료를 보내줄게.
아래 그림을 보내주셨다.

남자의 복수가 men이란 것을 처음 안 것이 바로 얼마 전이다. 차일드와 칠드런이 이런 차이라는 것도 얼마 전에 알았다.
영어를 모르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의무교육을 받기는 했는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난 이렇게나 몰랐다. 하지만 1도 창피하지가 않네.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지금은 마치 너무나 황홀한 비밀을 깨닫기라도 한 듯 신기하고 재밌어 죽겠다. 내가 발이랑 발들을 몰라도 사는데 지장이 없고 일본과 한국에서만 살았던 내가 모르는게 당연하기만 하다. 교과서에 나왔던 내용은 다 알아야 상식있는 사람인가? 과학책에 원소기호 나왔었는데 학교 다녔던 성인이면 다 알아야 하나. 중학교 한문에 나온 기초 중에 기초 한자 전부 다 못 읽는다고 무식하다고 하진 않잖아.
그냥 관심있는 교과목과 별로 흥미없었던 교과목이 각자 다를 뿐이다. 영어의 기본 문장형식 몰라도 졸업장은 받을 수 있었다. 남자의 단수 복수 몰라서 쪽팔리긴 커녕 선생님이랑 거위는 왜 스페셜해? 거위 그렇게 임포턴트 해? 하며 같이 수업하며 막 웃었다. 몰라도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영어가 재밌어진 최고의 비결일 수도 있겠다.

나는 어떻게 영어를 이렇게 몰라도 되었으며, 같은 사회에서 자란 또래 사람들과 왜 이렇게 다를까. 내가 그냥 학창 시절에 공부를 못했던 것뿐일까? 나는 정말 영어를 싫어했을까? 요즘 들어 옛날 일들을 많이 생각했다. 영어와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해서는 제2장으로 넘겨야겠어요 ;ㅁ; 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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