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노시마라는 섬은 섬 전체가 에노시마 신사(절)를 위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모든 상권과 주변 환경의 중심엔 그 절이 있다. 원래는 에노시마 이와바라는 江の島岩場 동굴 안에 에노시마 절이 있었다. 찾는 사람이 많아져서 동굴 밖으로 이전했기도 하고 안전상의 이유로 옮겼다고 들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이렇게 초를 하나씩 주신다. 사실 이게 없어도 보이긴 하다. (칠흑처럼 깜깜한 곳은 아님) 미취학 아동에겐 초 대신 초모양 전기불을 주는 걸 본 하루는 자기가 당당히 위험한 초를 취급할 수 있는 엉아가 된 것에 자부심이 폭발하였다. -엄마, 초등학생이 된 다음에 여기 와서 너무 좋았다. -엄마 저기 봐봐, 쟤는 진짜 초 아니다. 애기네 애기. -엄마 초등학생은 돼야 불을 잘 들지 그치..
우리 여행의 첫 시작은 작년에 함께 본 한 만화부터였다. 직역하면 ‘나 홀로 여행 1학년생’ 이란 제목이다. 하루가 빌려달라며 도서관에서 골라 왔다. 본인이 1학년이니 진짜 초1이 주인공인 줄 알고 재밌어 보였던 것이다. 한국에도 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그림이 몽실몽실해서 너무너무 추천하는 책. 혼자 여행 가는 일이 처음인 주인공이 여행 홀로서기하는 과정이 위트 있고 어찌나 섬세하게 그려져 있는지 신이 된 기분으로 (전능하진 않고 보고만 있어야 하니 무능함이 느껴지지만)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함께 여행하는 착각에 빠진다. 혼자 간 가마쿠라 편이었던가? 밥 집에 들어갈 용기가 안 나서 결국 편의점 음식을 싸 들고 호텔에서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엥?? 그게 용기가 안 난다고? 엄마는 좀 이해가 안..
일어나또요? 애미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도둑걸음으로 수건을 하나 들쳐매고 목욕탕에 이미 다녀온 길이다. 천정까지 전면 유리로 되서 시내가 탁 트여 보이는 큰 욕탕이 있는 호텔이었다. 이른 아침 빛이 와이드하게 스며들어 마음이 평온해지고 희망이 막 차오르는 느낌이 드는 광경을 만끽하고 왔지 움화화 어제 편의점에서 사 둔 고구마를 아침밥 대용으로 먹으며 짐을 쌌다. 양말 달라고? 옛다 이것도 못 잡아요 조아 죽네 죽어 호텔 안 매점. 가고시마에 왔으면 '시로쿠마 빙수'를 먹어 줘야했었는데 못 먹었다. 일본 편의점에 가면 반드시 찾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상품 중에 빙수에 연유 뿌려서 색색의 과일이 박힌 '시로쿠마'라는 게 있는데 가고시마 어느 카페에서 고안해서 전국으로 뻗어간 음식이라고. 오늘은 관광 마치고 ..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여기 여기가 제일 즐거워... 내 호텔 (인수한 줄) 늦은 오후로 넘어가는 지금 이토록 인자한 정적 속 풍경과 손목의 시계가 매칭이 안 된다. 이 시간 도쿄라면 학교에서 집으로 달려오는 (천천히 와도 돼...) 하루가 총을 쏘듯 초인종을 누르면 (제발 살살 눌러줘..) 바빠지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우리 애기 다음 스케줄을 위해 머릿 속도 손 발도 풀가동이 시작되는 시간이라서. 게다가 이번 여행 내내 하루는 아빠 손 잡고, 아빠 차 옆좌석을 꿰차고, 온천탕도 아빠랑만 가니까 나는 같이 이동만 하는 관광객인 것처럼 (같은 투어 상품 쓰는 다른 손님? ㅋ) 퍼스널 스페이스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럼 나는 혼자 여성 전용 노천탕을 가 볼까? 밖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
이제 밖으로 나와서 여러분은 나가노현 경치를 볼 차례입니다. 白樺湖 시라카바코 라고 하는 호수를 들렀다. 이건 또 어제와 다른 호수였다. 외국 같은 호수가 한 개도 아니고 차로 조금만 가면 여기도 저기도 있었네. 연애 때 느낌으로 커플사진. 하루 키가 많이 컸는지 그렇게 올려다 보는 느낌도 안나서 신기합니다~ 하여간 뭐 타는 거 좋아하는 하루를 위해 리프트 타러 갔다. 여행이 딱히 별거 없다. 그냥 차로 가다가 서고 탈게 있으면 타고 하지만 별 거 아닌게 아닌 하루. 리프트라니!!!! 미친 조아!! 주거!! 여름을 잊게 해주는 습도와 기온을 가르며 내려서부터는 정상까지 걸어 오르기. 구름 속 !!! 오르고 나니 '쿠루마야마'라는 산이었다. 엽서 같은 풍경을 우리에게 고마워 이제 내려간돠~~~ 아휴. 이렇..
저녁밥과 아침밥을 몰아서 포스팅 해 보겠습니다. 왜냐면 저녁 먹고 필름이 끊긴 듯 기절하고 눈을 떠 보니 아침밥 시간이었거든요! 개별룸으로 안내 받은 레스토랑 층도 전체적으로 다크한 나무 창살이 돋보이는 멋진 곳이었다. 조명이랑 우드 컬러가 고급집니다…;ㅁ; 먼저 전체요리와 스프가 세팅 되어 있었다. 그릇 개뿔도 모르는 여자지만 그냥 봐도 너무 이쁘다. 앤틱한 식기… 냅킨 고정 시켜 놓은 링… 감탄…. 왼손이 벌벌 떨렸나봐. 크림 스프에 껍질 벗은 토마토가 익어있었다 이걸 먹기 전에 부셔서 먹으라고 했다. 두부와 완두콩요리, 소고기 고로케 아보카도 연어 타르타르 소스 나가노현 사과가 유명하다고 해서 사과 종류별로 착즙 쥬스를 시켜봤다. 개인적으로 ‘시나노 스위트’품종이 꿀 수준으로 달고 맛있었다. 성게 ..
월요일 되기 2시간 남은 늦은 밤. -추짱! 내일 뭐 해! 나 내일 5시까지 시간 많은데 무례하고 상식 없는 권유에도 추짱은 콜을 해줬다. 동네동갑친구플렉스. 게다가 나는 도쿄에서 한 시간 넘게 떨어진 가마쿠라에서 에노덴을 갈아타고 바다 보며 밥을 먹고 싶다는 황당한 희망 사항을 늘어놓았다. 근데 좋대. 추짱..너의 자비로움이란… 다음엔 내가 아무리 느닷없고 장황해도 너의 버킷리스트를 다 들어주겠노라 다짐했다. 밤 11시 45분에 패션쇼가 벌어졌다. 빨간 티를 입었다가 다시 벗고 초록 티를 입었다. 요즘 나의 공식은 롤업 한 진청에 흰 양말이지만 왠지 내일은 이 베쥬 바지가 정답이다. 늑낌이 왔어. 우에노에서 만나 가마쿠라로 가는 전철을 타고 그린석에 카드를 찍었다. 이 한 장은 오늘 있을 일을 누군가 ..
홍콩과 마카오 사이를 왕래하며 일본사람과 연애하던 미니가 평생 생각해 본 적 없던 일본으로 시집을 왔을 때 미니 눈에 도쿄는 어딜 봐도 우중충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난 이게 왤케 웃겨) 중국어 영어에 능통한 한국인이 일본어 못해서 일본에서 주눅들은 얼굴을 할 때가 생기다니 이건 지구적 차원에서도 인재낭비고 내가 생각해도 쌩뚱맞아 죽겠다. -생각해 봐요 언니 내가 얼마나 우울했겠어요 근데 사람들은 맨날 도쿄 갬성이다. 일본 늑낌있다. 좋겠다. 부럽다. 하나도 이해가 안 가는 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계속 웃김) 덧: 그 후 미니는 일본 온지1년만에 일어 마스터하고 현지 대기업에서 산전수전 다 겪음. 이런 행동파 두뇌 가까이서 처음 본다... 청운의 꿈을 안고 자발적으로 일본행 비행기를 탔던 사람들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