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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하는 여자

발리 둘째 날 후편

Dong히 2020. 7. 15. 16:12

잠깐 쉬고 다시 나왔다.
아이폰을 열면 쏟아져 나오는 코로나 뉴스에 오만가지 상상을 하다가 숙소 문을 열고 나와서 발리 햇살을 맞으면 까맣게 잊었다. 마치 인문학 책과 소설 책을 번갈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저 멀리 깨알처럼 보이는 케군.
이제 내 전신샷 찍어 주는 건 하루 전담이 되었다.
(잘찍죠?)

-어! 하루야 얘는 머리 채 잡고 싸웠나봐. 다시 묶어야겐네.
-으캬꺄꺄꺄. 엄마 너무 우껴~

 3coins에서 산 300엔짜리 비닐 에코백이 아무데나 잘 어울렸다!

상점과 밀림이 함께 있음.

여기는 낮이고 밤이고 교통체증에 시달렸다는데 내가 느낀 르기안 거리는 폐점시간 다 된 명동만큼 한산했다.

호주인들이 즐겨 찾는 스테이크 집.
왜!!!!

현지에서 현지음식 안 먹는 2호. 이 분 때문에.

수박 쥬스를 시켜 봤다.

JMT!!!

하루는 잔뜩 튀긴 음식과 오렌지 쥬스

나는 미 고랭. (오, 일본 야키소바 비주얼)

케군은 호주 스테잌.
이렇게 모두가 행복한 초이스를 했다.

밥 있냐고 물어보더니 한 그릇 시켜서
하루는 직접 챙긴 일본 카레를 가져와 뿌려먹었다.
제 살 길은 자기가 챙기는군요. 다 키웠네.

나와서 걷는데 술에 취한 젊은 호주인 들이 바이크에 기대서 시시덕 거리다가 우리가 지나가니까 케군에게 능글맞게 다가와서 “헤이! 코로나!!!” 하며 기분나쁜 제스처를 했다. 심장이 쿵. 너무 놀랐다. 하루와 케군의 손을 끌고 빠른 걸음을 재촉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무섭고 뱀처럼 징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직접 당한 케군은 오늘 하루를 망친 건 아닐까 슬쩍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안심했다. 케군의 장점은 사소한 일에 하나하나 감정동요가 없는 점이다. 자신에게 득이 될 것 없는 일에 관심이 없는 마이페이스인 특징도 있고 가끔 공감능력 떨어진다고 내가 잔소리를 해 댈 때도 있지만 작은 일을 구태여 분석하고 의미 부여하지 않는 것이 좋은 점이 될 수도 있구나. 다행이다.
뼛 속까지 개인주의인 일본사람이라서 그런 것도 같고.... (코로나 대처포함) 들리는데 안 들리는 척. 보이는데 안 보이는 척. 겁나 잘 하잖아. (칭찬으로 위장한 디스ㅋㅋㅋㅋ)

나도 케군흉내내며 자기감정 컨트롤 잘 하는 척. 방금 그 일을 열심히 잊었다.

르기안 거리 끝에 맞닿아있는 해변가에 왔다.

그 날 밤은 정말 판타지 한 노을이었다.

모래 털어드려야 하는 것 빼고

오마이갓 로맨틱 해라...

너네도 빨리 영원한 사랑을 맹세해.

아빠, 얼마나 많은 유산을 남겨 줄 수 있어?
아들은 아들일 뿐 너는 너고 나는 나지.
얘네라면 이런 대화를 나눠도 이상하지 않을거야.

지나가시다가 해외여행이라니 눈을 의심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많은 핑계 중 하나만 대 본다면 그래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 포스팅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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