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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갈 때 되니까 퉁퉁 붓고 쭈글쭈글

그건 5살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왜이렇게 부었어 ㅎ

나는 주어진 환경 안에서 열심히 현지 음식을 찾아먹었다. 조식에 나온 닭 수프에 면을 넣었다. 아마도 소또 아얌? 국물은 괜찮았는데 조금 밍밍했고 면이 너무 뚝뚝 끊어져서 역시 뷔페의 한계를 느꼈다.. 아쉬워..

마지막 물놀이도 해 주고

점심은 룸 서비스를 시켰다. 오 그런데 여기가 맛집이었네.

이거 누가 시켰니. 정말 분위기 파악 못한다. 근데 웃긴게 다른 나라 가도 굳건히 자기나라 음식만 먹는 외골수 입맛은 봤어도 아니 자기나라 음식도 아닌데 주구장창 양식만 찾는 케군아 넌 대체 뭐야. ㅋㅋㅋ

대충 미 (면)였고 소또(국물)이었고 그래서 시켜봤는데 오오오오!! 이 면발은 쫄깃해. 육수가 엄청 진해서 일본 라멘을 먹는 듯했다. 정말 맛있게 싹싹.

그리고 첫 날부터 느꼈지만 파드마 리조트 사떼는 진짜 맛있었다. 불 맛 나는 닭꼬치.



갑자기 억수같은 스콜이 쏟아졌다. 그 소리가 너무 환상적이라 동영상으로도 남겨놓고 가끔 틀어보는데 순간적으로 발리에 있는 착각이 들게 만드는 시원한 빗소리였다.

스케쥴도 기가막히지. 체크아웃 시간까지 (레잇 체크아웃 신청) 방에서 쉬려는데 때마침 비를 주다니.



늦은 오후까지 비 구경하다 짐을 맡기고 나왔다.


아무도 없는 발리에 한가한 해변가 바에서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검게 탄 현지인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어 왔다. 너희 나라 괜찮아? 큰일이다. 하며 진심으로 걱정해 줬다.

엄마... 비행기는 타고 싶은데 인도네시아에서 집에 가긴 싫어. 엄만 비행기도 안 타고 싶고 집에도 안 가고 싶어. ‘ㅂ’
현.지.음.식. 노래를 부르는 나를 위해 케군이 마지막 결심을 했다. 정말 고-맙다 고-마워.

르기안 거리를 걷다 눈에 띄었다. 와룽 파드마사리.

손님이 거의 없었던 모든 식당.



메뉴는 일본어 한국어 골고루 다 적혀있었다.

하루가 먹을 닭튀김과 밥.
왠지 많이 굶은 닭을 심지어 튀기기까지 한 것 같은 비주얼이라 마음이 아팠다... 치킨에 일가견이 있는 나라에서 온 나와 그 치킨 때문에 한국과 사랑에 빠진 케군에겐 좀 성이 안 차는 닭요리였다.

카레일 것 같았는데 엄청 짰다.

이게 바로 꼭 먹어야 한다던 가도가도.
샐러드에 땅콩 소스를 뿌린 음식이다. 땅콩 맛이 가득한.... 샐러드였다. 꼭... 먹어야 할 필욘 없을 것 같아.

어디서나 실패없던 미고랭.
나는 생각보다 별로여서 혹평을 내렸는데 케군은 다 먹을 만 하다고 괜찮은데? 맛있는데? 나쁘지 않은데? 이랬다. 뭐야... 그럼 지금까지 왜 그렇게 양식만 고집한거래? 입맛이 예민한 건지 둔탱이인지. 케군을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어둑한 불빛 아래 팔락팔락 돌아가는 선풍기와 친절했던 직원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내가 계속 아빠 까바르~(안녕하세요) 하며 들어와서는
아빠 인니 페다스? (이거 매워요?) 물어보고
똘롱 사뚜~ (하나 주세요) 시켰는데
직원분은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다이죠부데스 이러면서 일본어로 계속 대답하셨다.
인도네시아어를 현지인에게 써 먹어 보고 싶은 나와, 열심히 연습한 일본어를 써 먹어 보고 싶은 그와의 팽팽한 줄다기리 중에
하루의 질세라 달달 외워 온 말이 훅 들어왔다.
사야 띠딱 비사 마칸 사유르!!!!!
(저는 야채를 먹을 수 없어요!!!!)
직원과 우리는 동시에 빵- 터졌다.
그 분은 알았다며. 너에겐 평생 야채 따위 주지 안 줄듯 단호한 얼굴로 안심시켰다.


그리고 알뜰히 초코아이스까지 먹고 가게를 나왔다.
발리 사람들 얼굴은 눈이 커서 그런지 웃는 얼굴이 정말 선해 보인다. 감사했어요. 와룽 파드마사리.


오후 8시쯤 다시 호텔로 돌아와 데파추어 라운지로 갔다. 습한 지하실에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침대랑 콘센트 간단한 과자, 커피가 있어서 쓸만했다. 옆 헬스장에서 무료로 타올 서비스를 받고 샤워도 할 수 있었다. 씻고 디바이스를 빵빵하게 충전하고 9시 호텔 버스에 올랐다.
운전하시는 인도네시아분이 알아듣기 쉬운 발음으로 대화 해 주셔서 긴 이야기를 나눴다.
발리 사람들은 다 영어를 배우나요? 아 저기 옆에는 고등학교에요. 비행시간은 몇 시죠?
어쨌든 영어로 뭔가 통하는 엄마와 아빠를 하루가 존경스러운 눈으로 번갈아 봤다. 조금만 더 크면 금방 실력이 들통나겠지? ‘ㅂ’

이제 이 비행기만 타면 좋았던 여행도 끝이나지만 이 시국에 외국나온 죄인의 마음으로 어딘가 애태우던 일도 끝날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헉스. 항공사 카운터에서 제동이 걸렸다. 나의 초록초록한 여권을 보자 가루다 항공 여직원이 검고 무거운 속눈썹을 여러 번 깜박이며 보스를 불렀다. 중년의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여성이 뛰어와서 또 입국심사 때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연출되었다. 준비 못한 상황에 엄청 당황했다. 그래도 두번째라고 입에서 술술 “아이 해븐트 비지틷 코리아 신스 라스트 썸머. 아..아이 아이 리브 인 도쿄.” 나오다가 중간에 말 더듬었다. 수상하게 왜 그랬어 내 주둥이! 다 된 밥에 재를 뿌린다랑 똥줄이 탄다는 건 이런 걸거야.
고작 2,3분의 시간이었는데 그들의 표정을 읽느라 나는 너무 길게 느껴졌다. 무사히 소중한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십년감수란 이런 것.

비행기 타길 학수고대하던 아이는 앉자마자 고꾸라졌다.

계속 이 모습이었는데 내려서 한 숨도 못잤다던 케군.


일본이다. 일본인데.... 나 또 어디로 끌려갔다.....
외국인은 이 쪽으로 서시고요. 내국인 여기 줄이요.
또 엄마빼고 가족들은 헤어졌다.
어느 한 쪽 사무실에서 의욕없어 보이는 공무원아저씨가 후... 노란 종이에... 이것 좀... 써 주세요.
<대구. 경북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까? >
아니요에 체크하고 내밀자, 내 머릿 속을 읽고 있다는 듯이. “이거 참, 번거롭게 해서 미안합니다. 안 갔다 왔다 말해도 증명할 방법이 없는데 이런 걸 또 써야 한다네요. 뭔 의미인지...” 비아냥이 아니라 진짜 안타까움이 묻어나서 동조해드렸다. 그러게요... 이게 다라니...참.....심장 졸이는 경험은 많았지만
어쨌든 발리는 사랑스러웠다.
따스한 사람들 따스한 햇살 따스한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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