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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게 평양식 냉면이나 안동식 찜닭 이런 건 줄 알았는데 창업주 이름이 옥동식씨셨어. ㅋㅋㅋ 실례지만 왜 이렇게 웃기지. 돼지 곰탕을 먹어 본 적 없어서 노멀 한 돼지곰탕보다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모르겠다만 깔끔하고 고기가 고급진 국물 요리? 설렁탕 보다 덜 자극적이고 갈비탕 보다 기름지지 않고.

부산 토박이 장금이 언니는 매우 아숩 떨떨한 표정으로 먹었다는 걸 난 눈치챘지. 언니가 부산 구석구석 얼마나 맛있는 돼지곰탕을 알고 먹어봤을 거야. 그리고 솔직히 요리라는 건 아무리 유명하다 맛있다 해도 취향의 문제니까. 한 가지 확실히 좋은 점은 혼자서 한국 음식집에 가기엔 참 마땅한 메뉴가 없는데 김밥집 말고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듯. 신촌 설렁탕 아니면 옥동식에 오면 좋겠어. 거기다가 테이블 세팅이랑 무드가 진짜 깨끗하고 안정감 있더라고. 또 절묘한 건 신촌 설렁탕과 옥동식이 오오쿠보 거리의 끝과 끝에 위치한다는 거야.



조용한 분위기지만 장금이 언니가 인생 첫 피부과 시술했던 이야기 보따리를 증말 수다스럽게 떠들면서 먹었다우. 요즘엔 돈벌이에만 급급한 병원보다 자기 일처럼 최선을 다해 양심적을 시술을 하는 병원이 많아진 거 같애. 언니도 다행히 좋은 선생님한테 필요한 것만 받고 적정가에 경험을 해서 대성공. 근데 정말 사람마다 통각이 다른가 봐. 어떻게 그게 안 아프지? 생각보다 괜찮았다니.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가는 거야? 나의 각오가 지금껏 부족했을까? 다음엔 불구덩이에 맨발로 들어가서 온몸이 녹아내리다 죽기 직전까지의 각오를 한 다음에 하고 가 볼까. 그러면 나도 생각보다 괜찮은 날이 올지도 몰라.
가게정보
https://maps.app.goo.gl/hV9FDyUFD5bFGm3f9
옥동식 · 일본 〒169-0072 Tokyo, Shinjuku City, Okubo, 2 Chome−6−10 新宿第二アルプスマンション 109 B1F
★★★★☆ · 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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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제안으로 우린 가까운 와세다 대학교 안을 걸었어. 대학교 캠퍼스라는 건 언제와도 설렌다. 왜 그럴까. 청춘과 젊음에는 묘한 페로몬이 있는 게 아닐까. 야릇한 게 그득한 느낌이야. 도전, 열정, 시작, 의욕 이런 게 공기 중에 묻어있어. 정작 대학생 때는 불안함과 막막함 시험을 앞둔 급박함만 가득했는데. 매일 가던 학교 식당 계단, 승마장 앞 잔디, 자판기 앞의 작은 벤치에 다시 가 보고 싶다. 왜 그땐 소중한지 몰랐을까 싶었는데
와세다에 와 보니 알 것 같기도 해. 확실히 별로였어. 시설도 분위기도. 와세다 봐. 건물 하며 디자인하며 식물들 호화스럽고 와... 햇빛이 여기만 내리 쬐는 거 같애. 일본 최고 사립 (돈 냄새 완전..) 와세다니까 설레는겨. 대학교라고 다 설레는 게 아닌겨.





장금이 언니는 그 날도 오늘의 나를 분단위로 촬영해 줘서 대량의 프사를 만들어 줬어. 프사 제조기. 색감을 가지고 노는 여자. 비율 발명가.

사실 난 이렇게 다리가 길지 않아.
언니 카메라에 들어갔다 나오면 신기하게 팔다리가 길쭉길쭉 목에서 쇄골로 이어지는 뼈가 만들어져 있고 숨겨져 있던 콧대 이런 게 생겨. 막 생겨. 이게 사진을 잘 찍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야.


언니 앞에서만 내가 이렇게 웃는 걸까.
왜 이런 웃음은 언니 카메라에만 찍히는 걸까.
이게 무슨 능력인지 모르겠어. 비율이나 표정을 순간 포착하는 뭐 그런 초능력.


초능력자.



오늘 내가 데려간 곳은 와세다 대학 캠퍼스 안의 <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 야. 여긴 근처에 사는 미니가 알려준 곳. 근데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한국인이 다녀갔는지 포스트잇에 한국어가 엄청나게 많이 적혀있더라. 다른 외국어는 거의 없었는데 외국인 중에는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어. <상실의 시대>를 딱 한 번 읽어봤지만 모르겠다... 어떤 부분이 매력이었을까. 결국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책이었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다 봤다는 건 (나는 영 내키지 않으면 중간에 책을 내팽개치는 일도 흔하거든)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는 거 같기도 하고.


작은 전시도 열리고 있음.





1층 카페에서 한참 수다를 떨고 있는데 자꾸 케군이 어디냐고 묻는다. 얘는 오늘 드디어 대망의 차를 렌트하기로 한 날이었거든. 고속도로를 달리고 도쿄로 돌아와서 대리점에 차를 가져다 두려다 시간이 남았다고 자꾸 타랜다.
"언니 케이타가 차로 데리러 온대."
미쳤나밬ㅋㅋㅋ 연애할 때도 안 하던짓을
우린 둘이 동시에 낯간지러워서 깔깔 쳐 웃었어.
왤케 웃겨.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https://maps.app.goo.gl/dSFA1MVXdHyJy2xdA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 일본 〒169-0051 Tokyo, Shinjuku City, Nishiwaseda, 1 Chome−6−1 4号館
★★★★★ · 대학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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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나와 언니랑 헤어지고 주차된 차를 찾아 뛰었다. 차로 데리러 왔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서 내가 헐레벌떡 차 있는 곳을 찾아 뛰어가야 되는 현실. 상상이랑 차암 달라. 드라마에서 보면 차를 그냥 아무 데나 대고 태우고 내려주고도 길바닥에서 한참 꽁냥꽁냥 이러고 있는데 말도 안 된지. 정말 민폐야.


어떠냐, 이번 차는 마음에 드니?
가격 빼고 다 마음에 들겠지.


영업사원하고 잠깐 미팅을 가졌는데 이 차는 사고 싶다고 다 살 수도 없고 돈을 들고 싸 와도 줄 서서 대기하래. 15명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분들도 차를 받기까지 일 년이 될지 이년이 될지 모른대. 멋있다 진짜. 내가 뭔가를 판다면 다음 생애에는 포르셰 세일즈맨이 되고 싶어지네.. (딱히 이분하는 일이 없지 않아? 근데 대박이다.. ㅋㅋ)
차를 반납하고 내가 찾은 샤오룽바오 먹으러 갔어.
신바시 역 앞의 오래된 상가 건물 지하였는데 매우 허름하고 서민적인 분위기가 꼭 야근하고 괴로운 얼굴로 술 한잔 걸치러 와야 할 것 같았어. 그런 가게들 사이에 딱 내가 찾은 거기만 되게 힙하고 젊은 사람들로 넘치더라고. (봐라, 내 선별력. 트렌디한 걸 알아보는 늙지 않는 눈) 지긋한 표정으로 케군을 향해 눈빛을 발사했지. 만약 상대방이 이랬다면 난 개무시할 초짜였을텐데 케군은 나와 달리 무림의 고수다. 역시 니가 최고다 띄워주며 앞으로도 계속 좋은 가게 다 찾아내라 하면서 일 떠넘기기 기술 시전. 셀피쉬에도 등급이 있다면 단연 고수야... 멀리 보고 확실하게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바로바로 접수하지. 대개 자존심 따위는 없지.



요게 바로 간판 메뉴 야끼 쇼롱포. 엄청 두꺼운 만두피에 반은 튀기고 반은 찐 식감이었다. 후루룩 마실만큼 흥건한 국물도 진했다. 내가 인생에서 먹은 샤오롱바오 중에 제일 맛있었어. 나는 바삭한 음식이면 눈이 돌아. 내 취향...
사장 아저씨가 진짜 서글서글해서 우리한테 말도 많이 시켜주셔서 좋았고 케군의 알코올 섭취 속도를 보시고 개깜놀하셔서 내가 엄청 웃었다. 방금 한 잔 내주고 돌아서셨는데 케군이 원샷으로 삭제.
"어???!!! 우아!!! 없어졌어요"
우리 가족의 은밀한 비밀을 들킨 거 같아 왜 이렇게 웃긴지 ㅋㅋㅋㅋㅋ 케군도 지가 먹어놓고 쑥스러워서 헤헤헤헤 웃는다. 야 그게 무슨 자랑할 재주라고 ㅋㅋㅋㅋㅋ 아저씨가 서비스로 소흥주 紹興酒 를 한 잔 더 주셔서 주량을 오버한 케군을 끌고 집으로 왔어. 아저씨 놀라는 얼굴 보니까 어디 가면 장기가 술 빨리 먹기라고 말해야 되겠네 이거.
가게정보 : 야끼 쇼롱포 마니아
https://maps.app.goo.gl/AeYD9q1AU8LMf9rM9
Yaki-Shoronpo Mania · 일본 〒105-0004 Tokyo, Minato City, Shinbashi, 2 Chome−16−1 ニュー新橋ビル 地下1階
★★★★★ · 중국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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