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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우연히 독서하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었다. 내용 중에 책을 다시 읽지 않아도 될 만큼 메모해 놓으면 좋다는 말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와닿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책도 영화도 두 번 보지 않는다. 좋아하는 작품을 여러 번 읽는 사람들 이야기를 종종 듣지만 생각만 해도 지루하게 느껴졌었다. 영화를 다시 본다? 다 아는 내용을? 그것처럼 재미없는 콘텐츠가 또 있을까. 해보지도 않고 그런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어떤 영화를 다시 봤다. 세상에… 너무나 새로운 것이었다. 영화의 수많은 정보를 당시에 다 이해하지도 못했다는 걸 깨달았고 줄거리를 쫒는 대신 다른 세밀한 부분에 정신을 파는 일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나는 나의 좋지 않은 기억력을 간과하고 있었다. 나는 모든 걸 깡그리 까먹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뭘 다시 봐도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로운 사람이었다. 가성비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 읽는 이 책도 반드시 희뿌연 실루엣만 남기고 다 날아갈 것이다.
책에 나온 대로 독서 노트를 마련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한창 육아서를 파기 시작했던 무렵이었다. 이것만큼은 휘발되지 않기를 정말 가슴에 새겨버리고 싶다 생각하며 읽은 육아책들이었다.

10년 동안의 독서 메모가 겨우 이 얇은 노트에 담겼다. 왜냐면 다시 읽었을 때 또 전율이 일어날 것 같은 문장만 적어놨기 때문이다.

다시 빠르게 훑을 수 있도록 일본어로 읽은 책은 한국어로 번역해서 적어놓았다.
어렸을 때부터 악필이었다.
성격이 급해서 리을을 끝까지 쓰고 다음 글씨로 넘어가질 않는다. 또 운동신경이 없는 것과 글을 줄 맞춰 쓰는 능력은 상관이 있을는지? 아무리 균형을 신경 써도 글씨는 삐뚤빼뚤 모양새가 고르지 않다. 그래서 글쓰기에 심혈을 기울여 써 보기도 한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좋아하는 필기구로 천천히 예쁜 글씨를 쓰면 명상이 된다.

조승연 책에 있던 말이었다.
열심히 하는 놈 못 이기고 열심히 하는 놈이 좋아서 하는 놈 못 이긴다.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면 이 말을 되새기며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리라.

나는 국적과 민족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저 인간으로서 무엇이 가장 옳은지 그것을 생각하고 싶다.
일본에 사는 대만 국적 출신의 여자가 쓴 책이었는데 항상 저런 마인드로 아이들을 키워 세 아이들은 국경이나 자신의 국적을 신경 쓰지 않고 미국 명문대를 나와 방황하지 않고 잘 컸다고 한다. 나도 일본, 한국 편 가르기 하는 글을 볼 때마다 리마인드 하고 싶은 문장이었다.

인간에게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켜 주는 육아서였다. 온갖 것을 아이에게 선택하게 만드는 것은 과하지만 선택의 기회를 계속 주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고 책임감을 배우고 자주성 독립심 그리고 선택지를 준 부모에게 애정까지 느낀다고. 10년째 육아하면서 정말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너무 중요하면서도 효과 대만점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2월의 승자> 만화책 21권을 다시 읽으며 다이제스트를 정리하고 있다. 일본 중학교 입시의 모든 것은 다름 아닌 이 만화에 담겨있었다. 이 만화를 정리하고 나면 첫 번째 독서 노트의 여백이 남지 않을 거 같다.
생각보다 나는 여러 번 노트를 다시 읽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더 이해가 가는 문장도 있었고 이제 더 이상 상기하지 않아도 몸에 배어있는 문장들도 있었다. 두 번째 노트를 준비했다.

아 그리고 오랜만에 감동한 문구 하나.
이 길쭉한 녀석은 말입니다.

이렇게 변신해서

사용하는 북클립이다!!!
이렇게 책을 펼쳐놓고 두 손 자유롭게 필기할 수 있다.

이게 왜 감동적이냐면 대빵 큰 북클립만 세상에 있는데 길쭉한 형태로 변신시키면 필통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 진짜 대박이라고요….
누가 생각했냐고요… ;ㅂ;



이런 옷 입었다고 찍고 있음

독서노트와는 따로 줄 없는 노트에 필사를 하며 명상용으로 했던 글쓰기. 모아놓지는 않는다. 영수증 뒷장이나 이면지에 명상하듯 글씨를 쓰기도 한다.
오랜만에 파일로트 하이텍C 0.4mm를 사서 써 봤다. 여전히 독보적인 필기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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