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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까지 차로 바래다준다는 언니를 떽!!! 말렸다. 평택에서 인천공항까지 버스가 이렇게 잘 되어 있는데 무슨 막노동이야. 이제.. 자주 올 거니까 이러지 마. 나중에 후회한다. 이래도 저래도 자꾸 들러붙어서 “제발 혼자 좀 있자.” 했더니 피식- 웃으며 물러났다.
혼자 이동하는 거 엄청 재밌다구요.
마지막 날 언니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2017년도 드라마를 하나 틀어줬다. <부암동 복수자 클럽> 이… 이… 점쟁이… 나의 완벽한 개취였다. 스토리의 소소함하며 계속해서 깊어지는 우정하며 조금씩 드러나는 사이다 하며 조연들 하나하나 따스하고 말이야. 버스 타고 오는 내내 재미있게 봤다. (비슷한 자매품으로 <조립식 가족>이 있습니다.)

버스에서 챙긴 면세점 할인 쿠폰을 들고 신라 면세점으로 갔다. 아버님이랑 동서네 줄 선물이랑 알바 동료들 돌릴 과자랑 직원분이랑 머리 싸매고 할인 받을 금액을 맞췄다. 한 20년 전에 신라 면세점에 근무했다고 했더니 어디 어디? 장충동? 거기? 어머어머. 갑자기 옆집 언니처럼 순한 얼굴이 되셨다. 언제든지 돌아와요. 공항에 자리 엄청 많아. 이러시다가 일본에 시집갔다니까 일본에 자리 잡았다고? 성공했네 다시 오지 말고 잘 살아요. 하면서 날짜 얼마 안 남았지만 괜찮으면 가져가라며 갈비탕이랑 고추창을 막 넣어주셨다. 따흑.. 따숩잖아요...
두둑해진 쇼핑백과 던킨에서 커피랑 도넛을 사서 탑승했다. 연한 커피에 우유 듬뿍 넣은 커피를 좋아해서 반샷만 달라고 하면 해 주는 한국의 카페 문화가 너무 좋다. 근데 이럴 때
샷 하나 빼 주세요 인지 - 반 샷만 주세요 인지 - 연하게 해 주세요. 인지
엄청 고민하다가 계산대에 다다르면 버벅댄다.
자연스러운 한국어 가르쳐주실 분 댓글 부탁합니다.

여행 시작하기 전에 진에어에서 자리 바꿔달라는 전화를 받았었다.
유료 자리 선물로 주신다는 말에 냉큼 입구 근처 자리를 찜 했는데 타서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 단체 관광객 사이에 깍두기 마냥 끼어있었다. 나랑 반대쪽에 유럽 커플 빼고는 주변에 온통 70대 어머님 아버님들이 일본으로 효도관광을 떠나는 길... 비행기를 처음 타시는 것 같아서 짐 넣어드리고 화장실도 알려드렸다. 그랬더니 이륙하자마자 오징어 다리랑 삶을 계란을 너도나도 꺼내서 드시기 시작. 뭐.. 관광버스 같고 좋네유... 조금 있다가 오징어 다리랑 삶은 계란 먹고 방구를 뿡뿡 뀌시기 시작... 내가 얼마나 잘해드렸는데...ㅋㅋ 하지만.. 엄마가 살아있었다면 저랬을 거 같아서 이 분들 자식들이 너무 부럽기만 했다.
비행기가 착륙하니까 갑자기 벌떡 일어나시더니 그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제히 짐을 다 내리기 시작했다. 아니 왜.. 비행기 처음이라고 하시더니 이건 본능인가!!! 눈치껏 복도 쪽에 앉은 나도 우리 줄 할머니 짐을 다 내려드렸다. 그런데 저쪽 유럽 커플들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커플의 짐이 없어졌다. 할머니들이 남의 짐도 다 내린 모양 ㅋㅋㅋ 막 당황한 얼굴에 대고 한국말로 "으잉??? 이거 총각 꺼여? " 하신다. 이게 또 통했다. 저 멀리 간 짐을 향해 큰 소리로 "이거 저 짝 총각 거래유~ 넘겨유." 하면서 주인을 찾아갔다. 손짓 발짓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쌩 한국어로만 ㅎㅎㅎ (아마) 일본 여행 가려고 인천에서 경유한 거 같은 커플은 비행기 안에서 한국 관광을 했다.
마지막에 내가 우리 줄 할머님들 잊어버린 물건 없는지 앞자리 포켓도 한 번 보라고 권유했다. (나는 거기에 많은 걸 분실해 옴) "아가씨는 승무원이에요?" 하시길래 "아뇨. 그냥 일본에 시집가서 자주 왔다 갔다 해요." 했더니 내 프로필이 저 그룹 뒤에까지 전달됐다. "여기~ 결혼해서 일본에서 산대." "으잉~ 타지에서 아유 고생이 많네. (뒷사람한테) 저기 이쁘장한 아가씨 일본에서 결혼해서 산대~ " "그랴~ (또 뒷사람한테) 저기.."
그... 그만....
부끄러워서 얼굴이 터질 듯해요..

전철을 타고 간단히 저녁밥을 먹었다. 그리고 우에노에서 내렸는데 옆자리 할머니 단체가 똑같이 우에노에서 우르르 내리셨다. 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뇌정지ㅎㅎㅎ)

한국에만 있는 코닥 어패럴.
서녕언니가 보자마자 하루 하나 사 주자! 센스 있게 호다닥 사 줬다.
코닥 디지털카메라를 소중히 쓰는 하루에게 완벽한 선물이었다.

어딜 가나 문신처럼 가지고 다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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