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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거기만 불을 켠 듯이 밝고 뽀얀 홍이 얼굴이 보인다. 나이들 수록 피부를 타고 난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슙니다요~

모르는 게 없는 홍이가 또 신기한 걸 알려줬다. 카드키를 꽂아야 전기를 쓸 수 있는 호텔에 아무 신용카드를 꽂아도 불이 들어온다고. (안 되는 곳도 있다고 함) ‘ㅁ’  어…엄청 신기하다 ㅋㅋㅋㅋ

블로그로 친구가 된 둥둥이를 홍이한테 온라인으로 소개해줬었다. 둥둥이는 암 보험이 필요했고 홍이는 보험왕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 둥둥이 보험 잘해 줬냐고 물었더니 일단 가지고 있는 보험을 탈탈 털어 검사해 줬고 “둥둥이 언니는 암 보험이 지금 문제가 아니던데?” 라며 암보험보다 더 시급한 여러 가지 것들을 일사천리로 디자인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에 둥둥이가 부정맥으로 쓰러졌다. 집안에서 잠시 기절을 했다고 한다.

그때 홍이가 넣어 준 보험 덕분에 꽤 큰돈을 탔다. 무당도 아니고 소름이 쫙 끼쳤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걸 아냐고 했더니 사실 사람들이 겪는 질병이나 사고는 다 통계적으로 비슷비슷하단다. 결국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라고. 토정비결과 관상도 엄밀히 말하면 통계학이니까 일리가 있었다.

이날 처음으로 둘은 실제로 만났다. 보험뿐만 아니라 주식에도 밝은 홍이가 (자기가 밝은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어두컴컴한 거라고 하지만 나는 믿을 수 없음) 이것저것 우리 질문에 대답해 줬다. 스무 살 때 나랑 팔짱 끼고 다니던 애기가 저 쪼꼬만 입으로 으른스럽게 이러쿵저러쿵 가르치는 게 너무 기특해 죽을 뻔했다. 내 눈에서 진짜 꿀이 나오는 줄 알았다.

나는 종종 대화 중에 유체 이탈 하듯 빠져나와 위에서 우리 테이블을 내려다보며 한 가지 생각에 잠겼다. 내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라서 정말 좋다… 고. 예전에 그런 희열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마흔이 넘어가면서 항상 자문하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그날은 둘이 서로 친해지는 모습을 보며 혼자 긍정적인 대답을 얻은듯해서 좋았다..  

어디 내놓아도 재능 많고 똑똑한 데다 심성이 고운 둥둥이. 그리고 또 홍이는 어떤가. 멀리 내다보는 선견지명에 계산이 빠르고 당차서 무슨 예언자 같다. 만약에 부족사회에 태어났다면 다들 섬겼을 듯. 없던 샤머니즘도 창시했을 듯.

서로에게 너무 좋은 사람들을 알아가게 해 주는 거라 내가 살아온 인생까지 다 뿌듯해지려는 순간이었다. 둘을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이 신기한 기분은 뭘까.  

예언자 홍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홍이랑 대화하고 나면 돈이 생기는 일이 일어난다. 치과 다녀온 친구가 그냥 이가 아팠다고 일상 수다를 떨면 “아 그 치료~ 보험 나와.” 이런 식으로 눈먼 돈을 주워 먹게 해 주는 능력이 있다. 둥둥이가 내일 위내시경 하러 간다고 했더니 “언니 그거 폴립 나오면 바로 보험 타세요.” 이랬다. ㅋㅋ이 글을 쓰는 지금도 홍이가 금을 사 두라고 한참 전에 말했는데 미친 듯이 금값이 치솟아서 땅으로 후회 치는 중.

둥둥이가 이것저것 잔뜩 사 왔다. 화장품 성분 연구하던 분이 픽한 립이랑 치크랑 헤어 에센스랑 헐… 너무 좋음. 나는 일본에서 가져 온 기능별 치약이랑 에코백으로 물물교환을 했다. 부족사회 ㅋㅋ

아무 정보도 없이 강남역을 빙글빙글 돌다가 고깃집 된장찌개 먹을 수 있으면 괜찮다는 생각에 대충 삼겹살 집에 들어갔다.

어차피 서울에서 아무리 날고 기는 식당에 가봤자 광주에서 온 홍이 입맛에 다 편의점 음식 같았을 거고 아무리 막 만든 식당에 갔어도 일본에서 온 내 입맛엔 전부 개쩌는 한국 음식이었을 것이다.

원래 잘 나오는 한정식집이라도 갈까 생각했지만 홍이가 몇 군데 보더니 언니.. 참.. 서울은 신기하다잉? 참 개코딱지 만하고 별 것도 아닌 것들이 십만 원이 다 넘냐. 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그래서 제대로 상 차려주는 한정식은 기필코 광주에 가서 먹자 다짐했다.

그런데 들어간 삼겹살 집이 평균은 넘었다. 홍이가 반찬이며 국들이 괜찮다고 했다. 어쩐지 내 입엔 어마무시하게 맛있었다. 일단 외국인 직원이 아무도 없고 어머님들이 이것저것 챙겨주는 것부터 제대로 맛을 내는 곳 같다했다. 홍이 눈썰미…. 나는 아무 생각 없음.

후진하는 계란

아 맞다 언니 블로그 사진 찍고 싶지?
도로 올려놓는 계란 ㅋㅋㅋㅋㅋㅋㅋ

해물 된장찌개가 느므 맛있었는데 그 사진만 없네 에라이~ 늙어서 블로그도 때려쳐야겠다.
<강남역 신부자 식당>

강남 올리브 영이 엄청 힙하고 커서 정말 쾌적하게 화장품 쇼핑을 했다.
세일하는 시기에 동네 올리브 영 가면 사람들 손이 마구 뻗어 나와 틈 사이에서 낑낑 샘플을 써 봐야 하는데 그런 지옥도 없이 ㅋㅋ  

강남 벤치가 그네 모양이었다.
나무에 부딪히지만 실제로 스윙이 됐다.
하루한테 동영상으로 전송해 줌.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너무 예쁜 공차 매장을 발견했는데 (강남 스토어 인테리어들이 다 케데헌 같은 건 내 기분 탓인가?) 한국어 학생 한 분이 “한국에 가면 공차 아이스크림 꼭 먹어보세요!” 하던 게 생각나서 들어갔다.

키오스크 결제창에 내 카드를 갖다 댔더니 또 홍이가 자기가 낸다며 만류한다.
“아니 이거 일본 체크카든데 한국에서 되는지 해 보고 싶어 ”
이랬더니 별 연기를 다 한다며 내가 돈 내고 싶어 수 쓰는지 알고 시리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아! 진짜라고 이 자식아!! ㅋㅋㅋㅋ 진짜 내가 이거 되는지 써 봐야 하는데 기회가 없었다고!!! ”

나는 정말 한국에 오면 힘들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베푸는 걸 많이 못 봐서 베푸는 법을 잘 모르는 탓에 기술적으로 먼저 돈 내고 남들 모르게 사주는 걸 못한다. 내가 낼게~ 내가 낼게~ 이런 실랑이는 그냥 생각만 해도 피곤해서 상대가 계산하게 내버려둘 정도로 취약함… 근데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정녕 프로다. 그래서 한국에서 사람 만나면 한 번을 기분 좋게 돈내기 게임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정말 나는 내 일본 체크카드가 여기서 되는지 알고 싶단 말이야… 어제 동네 카페에선 안 됐단 말이야…

나의 진심이 통해서 내가 결제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체크카드는 한국에서 되는 곳이 있고 안 되는 곳이 있었다. 갸우뚱이구만.

공차의 아이스크림은 진짜 맛있었다.
바닐라 아니고 밀크티 아이스크림이었고 타피오카가 곁들여져 있어서 완전 쫀득이었다. 이건 일본에 없는 메뉴다. 같이 먹은 홍이도 반해서 광주에서도 찾아봤댄다. 차를 끌고 가서 먹고 왔다고 ㅋㅋㅋㅋ 그런데 강남 공차가 더 맛있었단다. 다행히 광주에서는 못하는 경험을 강남에서 하나 건졌네ㅋㅋㅋ

광주 사람들한테 “강남에서 먹은 공차 아이스크림은 광주 매장보다 맛있더라?” 이렇게 거들먹거리는 홍이를 상상해 보았다. 왜냐면 나는 일본 오자마자 케군한테  “아… 한국 공차는 아이스크림도 팔던데..막 타피오카도 들어가 있고. “ 심하게 거들먹거렸기 때문이다.

함께 같은 방에 누워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는 한 10년 전에 오사카와 교토를 여행했었다. 내가 숙소를 다 예약해 놨었는데 지금 시간을 다시 돌린다면 그러지 않았을 철없는 것들이 너무 많이 생각난다.

호주에서 1년 동안의 생활을 정리하고 오는 홍이한테 나는 가파른 마루 계단 2층의 게스트하우스를 준비했다. 아주 빅엿을 해맑게. 지하철도 없는 교토 시내에 커다란 가방을 버스에 밀어 넣고 타야 하는 장소였고 심지어 오사카로 이동해서는 남아있는 방들이 거의 모텔들 뿐이라 끔찍한 곳에서 잘 뻔했었다. 한참 있다 겨우 비즈니스 호텔에 체크인할 수 있었다. 참 생각 없고 자기밖에 모르는 철부지였다 싶다. 그래도 우리 진짜 엄청 웃고 다녔는데 나쁜 기억은 다 잊었다고 믿는다-

다음엔 부산 여행 그리고 단둘이 유럽여행 가기로 약속했다. 그때도 나는 철없는 짓을 하겠지. 일단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보자.

다음 날,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하고

편의점에서 아무거나 김밥이라도 사서 입에 넣을까 하다가 홍이랑 서브웨이를 들어갔다. 어? 그런데… 한국 서브웨이에만 있는 거 발견!

쉬림프 아니고요.

양송이 수프!!!!
아니 이것은 동네 돈까쓰집 식전 수프 그 맛이 아닙니까. 후추 팍팍 뿌려 먹는 그것. 추억의 맛.. 일본에는 없는 맛 ㅋㅋㅋ 어릴 때 먹었던 그 맛이 너무 맛있어서 너무 웃기다.

서네 언니가 복잡한 강남 일대를 뚫고 데리러 왔다. 홍이를 보자마자 “우리 홍이 아니야~ 언니 기억나지? 홍아… 연락처 좀 언니 줘 봐. ”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 등급을 목전에 두고 있는 암웨이 여왕과 보험왕이 만났다. 왠지 다음 편이 기대되면서 불안하다. 고수가 고수를 만나면….?

불안은 서네 언니는 내가 얼굴 보여준 고등학교 친구를 섭렵해 같이 제주도에 여행도 가고 절친이 되어버린 전력이 있다. 괜히 홍이도 뺏길 거 같은 예감이 밀려온다. ㅋㅋㅋㅋ 안대!!! 내 홍이 ㅋㅋㅋㅋ

참 이번 편에도
성공한 선물템 하나 소개합니다. 파하하하

얼마 전에 지인한테 샤넬 비누를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다. 샤넬에서 비누를 만든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람은 명품을 받으면 그게 뭐든 차암, 기분이 좋더라는 것도 말이다. 그리고 선물해 주신 분이 향이 점점 날아가니까 아끼지 말고 바로바로 써야 된다고 하셔서 받자마자 세면대에 놔두었더니 세상에- 온 집안에 진한 샤넬 향이 퍼져 최고의 방향제가 따로 없었다.

홍이에겐 에르메스에서 비누를 샀다. 향이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퍼퓸드 솝 바레니아)

홍이 집에 잘 도착

일본에서 사다 줄 아이디어가 바닥난 나의 깊은 고민이 이렇게 조금씩 해결이 되고 있다. 어느 나라 사람이 받아도 좋은 선물이 = 좋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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