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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중심지까지 택시로 10분이었다.
케언즈의 너무 매력적인 부분이 중심지가 요기에서 요기까지 딱 고만고만해서 짧은 시간 안에 죄다 훑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점이랑 (이런데 좋아합니다)
그리고 오성급 호화 호텔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선택한 샹그릴라 더 마리나 호텔-

너무너무 크고 깨끗하고
좋은 냄새나고
편리하고
완벽했다.

호텔은 좋은데 ;ㅁ;
하와이에서처럼 새벽 비행기로 도착해 추가 금액을 낸대도 방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헬스장의 샤워실도 쓰게 해 주고 방이 준비되면 메일을 보내 주신다고도하고 여러 가지 도움을 주셨지만 역시 졸린 상태로 기다리는 일은 힘들었다.
케군이 얼리 체크 안 될 줄 알았으면 그냥 1박 더 예약해 둘걸 그랬다며 주판알을 굴렸다. 음… 고민 좀 되지만 있을 수 있는 선택이군.
하와이를 4박에 (3인) 40만 엔에 잤고
케언즈는 1박에 (3인) 3만 오천엔 수준이니까
4박 14만 엔 + 3만 오천 엔을 더해도 하와이의 절반인 것이다. 나는 몇 푼 더 아끼려다 숲을 못 보기 일쑤지만 케군은 항상 큰 그림을 본다. 여기서 이렇게 컨디션 망가져서 하루종일 골골하느니 아침에 체크인하고 점심때까지 자고 개운하게 여행 시작했으면 하루를 번다는 계산인 것.

케군의 우려대로 망가져가는 하루

나는 여행을 오니 도파민이 돌아 졸리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나와 하루를 들처업고 셋이 호주의 아침을 먹으러 나섰다.
새벽에 도착해도 호주는 6시면 상당수의 가게가 문을 열고 오히려 저녁 일찍 문을 닫는 아침형 나라여서 이 순간만큼은 다행이었다. 다른 순간을 상상해 본 이유는 아침엔 몸에 영혼이 깃들지 않는 내게 고문의 나라일지도 몰라 … 잠시 살아도 될지 고민을 했다. 비자 준다는 사람도 없는데. 쯪쯪..

호텔 옆에 있던 카페로 갔다.
자리를 안내받고
메뉴판을 받고
오더 의향을 물으시고
내가 해가 비치니 옮겨도 되냐고 물으니까
여기가 괜찮은지
지금은 괜찮은지

유쥴락투~Would you like to 가 계속되었다. 난 이번에 저 유쥴락투 리듬과 느낌이 너무 맘에 들어서 들릴 때마다 혼자 맘 속으로 따라 했다. 유쥴락투~ 얼마나 정중하고 기분 좋게 말씀하시는지.
저 표현이 원래 정중해서 기분이 좋은 줄 알았는데 중간에 깨달은 건 저 말을 할 때마다 호주 사람들이 미소와 함께 곁들인 비언어 때문이었다.
호텔에서도 카페에서도 편의점에서도 술집에서도 심지어 야시장 푸드코트 점원도 화장실 가려고 들린 게임센터 직원도… 너무너무너무 친절하다…. ;ㅁ;
사람들이 누구 하나 굳은 표정으로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말투며 제스처가 항상 유쾌하면서 공손했다. 일본의 굽신거리는 공손함이 아니라 자신있고 당당하게 공손해서 유쾌했다.
저거 어떻게 하는 거지… 배우고 싶어서 정말 유심히 봤다. 저 바이브 잊지 말아야지..

나는 살몬과 포치드 에그 토스트를 시켰다.
예술이다. 예술이야.
이걸 느끼기 위해 호주에 왔다고 해도 난 과언이 아니다. 사방이 bills야!!! ‘ㅂ’ 다른 것 보다 호주의 브런치 플레이트 볼 때마다 설레고 감동이었다.

케군이 시킨 올스타즈 느낌의 브런치.
어우… 요건 너무 꽉꽉 채워서 플레이팅을 보여줄 여백이 없군요. 한 입씩 먹어봤는데 작은 종지에 들어있던 칠리 콩이 진짜 맛있었다.

살몬 각도에서 본 내 브런치.


하루는 아담한 팬케이크 시켜주고 베이컨이나 계란을 아빠랑 나눠먹었다.
잠 깨라고 아이스크림을 용허 했다.


오들오들 떨고 있음.
혼자 유배 온 느낌임.
유노~ 애 컨디션 = 여행의 성패
오늘은 망한 걸까요…?

대망의 라떼를 시켜보았다.
호주의 커피가 또 맛있다대요?
너모 향기롭고 크리미 하고 설탕도 뭐도 안 넣었는데 우유의 고소함이 다 이겼다. 내 취향이다.

다행히 유배지에서도 잘 적응해 주고 서서히 웃음을 찾으심.
Cafe 정보 : Blu Marlin Bistro
Blu Marlin Bistro · 1a Spence St, Cairns City QLD 4870 オーストラリア
4.4 ★ · カフェ・喫茶
www.google.com
한 가지 화가 될 수도, 복이 될 수도 있을 요소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기온이었다.
호주가 정 반대 계절이 되는 건 유명하지만 케언즈는 별개였다. 시드니랑 한 2500킬로쯤 떨어져 있는 케언즈는 원래 7,8월 겨울에도 평균 26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 여행 일정 동안 최고 22도 최저 18도. 아무리 봐도 따뜻할 수 없는 기온이었다.
미리 일기예보를 알고 간 우리는 어? 이거 완전 가을 날씬데? 얇은 잠바 가지고 안 되겠다 판단해서 케군은 도톰한 후드잠바에 나는 맨투맨 티에 하루는 경량 다운 베스트까지 챙겨갔었다.
따뜻한 휴양지인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쌀쌀해서 실망할 수도 있었고 35도 이글이글하는 도쿄를 탈출한 데다가 가을까지 만끽했다고 전화위복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여행. 어느 쪽이 될지 가기 전에 걱정이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날마다 이랬다 저랬다 했다.
하지만.. 다녀와서 매일 계속되는 사우나 도쿄에서 케언즈의 날씨의 기억은 기냥 축복.. 오로지 은총이었다…

이 풍경을 보는 이 시각도 서늘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내 여름휴가.



이렇게 동네 한 바퀴 돌고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루가 호텔 수영장에 가자며 조르기 시작. 귓가에 사일렌이 울린다… 아 시끄럽다… 말싸움도 지친다. 설득하다 힘 빠진다. 지금 20도라고. (아 썅그릴라)
좁은 샤워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갈아입히고 이것저것 챙기고 (귀…귀찮…)
수영장 물에 허벅지를 담그자마자 하루랑 팝콘처럼 튀어나왔다ㅋㅋㅋㅋㅋ와- 너무 추워서 심정지 올 뻔했어. 하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타월을 온몸에 감았다. 케군은 수영복도 안 갈아입고 처음부터 선 베드에 드러누워 있었다.
으이구 그렇게 가자 해놓고 한참 시간 걸려서 준비 했는데 1초 들어가고 마냐. 어쩌고저쩌고 빈정거리기 시작한 나를 보고 조용히 케군이 말을 낚아챘다.
결국 얘는 지가 이렇게 당해보지 않음 몰랐을 거고 우린 설득 할 방법이 없었을 거다. 이제 알았으니 잘 된 거라고. 내 수고는 하나도 헛 된 거 아님을 보장한다는 식의 말을 해서 감정이 수그러들었다.
옷 갈아입고 정리하니 방에 갈 수 있다는 메일을 받았다.
이러나저러나 시간이 갔네.
생각해 보니 케군 말대로 여기 있으면서 언젠가는 호텔 수영장에 가겠다고 용을 쓰는 시간이 왔을 텐데 미리 그 소리가 쏙 들어가게 해 줄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케군이 한 말이 이거군.

방은 진짜 모든 면에서 만점이었다.
채광도 좋고

침대도 널찍하고 푹신하고
청소 상태가 흠잡을 데 없고

가구로 꽉 차 있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평수가 넓었다.

베란다도 합격

하버뷰…
여기에서 본 야경이 감동적이었다. 기대하셔유

냉수 목욕 한 번 해 준 덕분에 잠도 확 깼다.



입실하고 조금 있다가

환영의 마카롱을 갖다 주셨다.
어머머머
맛도 있네.

가방을 대충 풀고 근처 박물관에 가 봤다.




입구에서 어린이를 위한 퀴즈 페이퍼를 나눠 주시고 여러가지 설명 하시는 걸 다 알아들었어
오아-
천천히 말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케언즈의 역사 이야기랑 옛날 생활 모습을 소소하게 전시해 놓은 곳


아무도 안 오는데
은근히 이쁘죠?



이번 여행에서 이 파란색 맨투맨을 주야장천 돌려 입었다. 20킬로짜리 캐리어에 세 식구 가을 옷 챙겨 왔더니 한 벌씩만 넣어도 꽉 찼기 때문이다. 짐을 늘릴 만큼 딱히 더 입고 싶은 옷도 없을뿐더러 그것만큼 헛헛한 게 또 어딨을까 생각할수록 회의적인 기분이 들더라… 나이들었나 봅니다.
구독자 분들이 같은 옷을 계속 보는 지루한 포스팅이 되겠지만 이번에는 파란 옷의 케언즈 여행기로 하면 되죠!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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