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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을 사 들고 급행열차를 탔다.

나고야 역에서 30분 떨어진 곳에 내려 관광객이 거의 없는 풍경이 보이니까 너무 좋았다.

아담한 역
내 기억엔 新清洲 신키요스 역이었나? 근처에 역이 두어 개 있었는데 어디에서 내려도 성까지 15분은 걸어야 했다.

강둑 따라 걷는 이 길이 나는 나고야 여행 중에 제일 마음에 남았었는데 전라도 사는 홍이가 우리 동네도 많다. 저런 길. 이래서 터졌네ㅋㅋㅋㅋㅋㅋ 느네집 강둑길 걸으러 한국 가야겠다.

다들 멈춰서 한 컷 씩 찍던 포토존.

성 오른쪽에 가자미 같은 거 뭐지? UFO?

여기는 알고 보면 아쉽게도 현대에 전부 복원한 성이긴 하지만 그냥 모르고 보면 저 붉은 다리와 그림 같은 성

자갈로 꾸며진 일본 가든까지
두루두루 조화로워서 너무 예뻤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꼭대기까지 입장할 수는 곳이었다.  하루가 정말 좋아했다.

사실 역에서 내려 걷는 동안 운영시간이 홈페이지, 구글, 리뷰 다 다르게 나와서 못 들어갈까 봐 전화로 물어봤다. 4시까지만 입장하면 4시 반까지는 천천히 볼 수 있다고 안내해 주셨다. 마구 서둘러 정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못 들어갈까 봐 진짜 똥줄과 애간장이 탔지 뭔가.
우리가 마지막으로 티켓을 사고 표 창구가 문을 굳게 닫았는데 뒤에 온 스페인어 쓰는 외국인이 구글 번역기로  “위로 올라가서 사진이라도 한 장 찍게 해 주십시오.” 음성을 틀자.
그래유 뭐, 들어가유.
하고 쿨하게 들여보내주셨다.
우리가 태운 애간장 내놔… 똥줄은 드릴게요.

枯山水(카레산수이)

물을 쓰지 않고 모래로 그리는 산수화

둥둥둥둥~

나고야 성보다 너무 아름다워요.

하루가 성큼 들어가 밟아대길래 깜짝 놀라서 끌고 나왔다.
-하루야 일본인은 이걸 감상하는 문화가 있어. 이거 자갈에 그린 그림이야.
-그래??!! 몰랐네~~

저렇게 예술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일본 문화가 하나 더 있는데 水琴窟 수이킨쿠츠.
물소리를 즐기는 정원 문화 중 하나다.
땅 속에 커다란 항아리를 묻어놓고 그 위로 물을 흘려보내고 파이프에 귀를 갖다 대면 세상 영롱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시스템임

한 바가지가 엄청 작아서 실로폰 같은 물소리는 아주 순식간에 끝나는 데다가 굳이 저기에 귀를 대야 나는 소리라 자세도 힘들다.  모든 번거로움을 갖다 붙이고 또 아무 쓸모없는 행위이지만 신기하게도 인간이 즐거워진다.

물 넣고
귀 대고
물 넣고
귀 대고

케군이랑 하루가 몇 번이고 반복했다.
나도 소리가 아름다워서 동영상에 담아왔다.

눈부셔서 하루가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지만 나고야에서 제일 좋았다고 엄마 아빠 여기 데려와 줘서 너무 고맙다고 계속 고마워했던 곰돌이.

성 스탬프도 한 장 GET

진짜 계속 고마워함

전철 기다리고 있는데 아까 입장권 창구에서 봤던 외국인이 나고야역 가는 게 이거 맞냐고 영어로 물어봤다. 영어로 친절히 알려드렸다. 예전에도 물어보면 열심히 대답했지만 지금 제일 달라진 점은 딱딱하게 무서운 얼굴로 버벅거리는 게 아니라 미소 지을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답형 영어인 대답도 좀 더 친절해진 기분이 든다.

어제 산 치즈빵을 가방 구석에서 찾아냄

저녁 6:30분에 우리가 2만 보 걸었다는 걸 알았다. 하루는 다리 아프다 힘들다 걸을 때마다 곡소리를 냈다. 안 되겠다 싶어 케군이 혼지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으러 갔고 나는 그동안 지정석 전철표를 구입했다.

지정석에 보이는 홀더는 티켓 꽂이라고 하는군요

더 빨리 가는 열차는 아니다. 같은 전철인데 웃돈을 주고 비싼 전철 칸을 이용하는 것.

혼자 짐 가지고 와 준 아빠
30분 밖에 안 가는데 지정석 예약해 준 엄마
그 마음들이 너무 따뜻했는지 소리 내서 말했다.
엄마 아빠, 하루를 위해서 다 너무 고마워.
엄마한테 한국말로는 길게 말하고
아빠한텐 일본말로 엄청 쑥스러워하며 한마디 한다.
아리가또… ‘ㅁ’ (근데 얼굴은 이랬음)

사실 우리도 지쳐서 애 핑계 대고 타는 건 비밀이지만.

덕분에 조용히 노을을 감상하며 常滑 도코나메 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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