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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생기는 경험들은 다양하기 그지 없다. 영어가 또 한 번 나한테 세상은 이렇게 재밌다는 걸 발견하게 만든다.

그날은 영어 회화 학원에서 한국에서 살아봤던 영국 남자 튜터를 만났다. 아직 20대인데 이미 두 나라 취업 유경험자라니 부럽고 신기하도다. 그룹 레슨이었지만 나 말고 아무도 예약자가 없었다. 운 좋게 일대일 수업이 되었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하자 화색이 돌며 한국에서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몇 개 에피소드 만으로도 긍정이 터지는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어 나는 즐겁기 짝이 없었다. 사기 당한 경험도 인생의 거름으로 즉각 응용 가능한 유형이랄까. 보통 몇십년 쯤 흘러야 웃으며 회상할만한 걸 단 몇달 만에 과거형으로 만들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나는 좋아하고 동경한다. 튜터의 무일푼 한국 생활은 순탄지만은 않았는데 유쾌한 해석과 개그적 승화로 나는 계속 웃음이 터지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또 고향사람 전용 웃음 버튼이 있었으니 그의 입맛이었다.

동: 한국음식 중에 뭐가 제일 좋았어? 다 입에 맞았어?
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냉… 냉.. 믿을 수 없어 이걸 잊다니.
동:  냉면? 냉국? 냉채?
튜: 노노 아. 냉족발
동:왓???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튜: 그리고 네모낳고 브롸운 컬러.. 더더..
동: 쫘장면?
튜: 아닌디 스쿠웨어. 그게 멀까 초콜릿 색인데
동: 네모낳고 갈색이라고?? 한국음식이?
튜터는 검색 중….
튜:  아!! 도우토뤼묵

ㅋㅋㅋㅋㅋ 우씨 웃겨 데지겐네 ㅋㅋㅋㅋㅋ
마사까 메뉴 이름에 난 진짜 숨 못 쉬고 웃었다.

튜: 너는 한국음식 어떤 거 좋아해?
동: ㅋㅋㅋ(웃음 수습 안됨) 나는 이번에 한국 가서 장어를 먹었는데 우나기 영어로 뭐라고 해?
튜: 일~ eel 부산에서 나도 먹어봤어. 엑스 걸프뤤이 나한테 수조에 있는 걸 보고 묻더라고 휘치 원? 그러더니 갑자기 걔 머리를 툭!! 막 팔딱이고!!! 칼 빡! 빡! 빡!

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절하겠네 ㅋㅋㅋㅋㅋ) 그 광경 좀 싫었어??
튜: 아니? 어메이징했지만 그뤠잇! 완전 좋았어.
동: 맞아 부산 장어는 소스가 맛있지.
튜: 쏘리. 너의 장어 이야기 해 봐.
동: 음 나는 구워먹는 장어는 처음이었어.  정말 맛있었어. 광주라는 곳이었는데 거긴 반찬이 아무리 테이블이 커도 모자를 정도로 네버엔딩으로 나와서 좋았어.
튜: 오 광주 알아 유명하잖아 학생운동. 그 유명한 사진 화염병과 유혈사태. 저..줜태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알아 ㅋㅋㅋ
너무 웃기고 대단해

동: 언제 한국에 갔어? How long ago?
튜: 2014년 고등학생을 태운 배가 침몰한 해
동: 세월호?
튜: 맞아.

알렉산더 매력있다.
한국을 겉만 핥는 게 아닌 거 같아.
매력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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