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내 몸뚱이의 결점이 이것만은 아니지만 나는 위가 약한 편이다. 이십 대부터 걸핏하면 위경련, 위궤양, 위산역류. 이유도 다양하게 위통을 발발시켰다. 기름진 걸 좋아해서 그런가 보다 추측했었는데 꼭꼭 씹어 먹는 케이디 다이어트 때 단 한 번도 위 트러블이 없었다는 걸 깨닫고 항상 허겁지겁 삼키기부터 하는 습관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 좋은 습관은 잠깐이었다. 슬슬 유지어터라는 간판 달은 채 다이어트 폐업한 실상 때문에 또 요즘 덜컥 위에 경고를 먹었다.

그날도 일을 보러 나왔다가 밥은 먹어야겠고… 그래, 죽 파는 곳 어디 없을까? 검색하다 중국요리 집을 찾았다.

새로 오픈한 곳이라 일단 쾌적해서 첫인상이 좋았다. 그리고  90프로 넘는 손님들이 중국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났다.
여긴….. 찐이야!!!
갑자기 기대감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메뉴의 설명이 부족해서 이 죽은 재료가 뭐예요? 하고 물어봤다. 양고기 같은 게 들어갔을까 봐 걱정되었다. 그런데 직원이 일본어를 못했다. “오징어!” 한 단어로 대답하셨다.
오오… 여긴… 찐이야!!!
라고 생각해 놓고 그 직원의 대답이 미심쩍어 옆에 있던 확실해 보이는 생선 죽을 시켰다.

간이 진짜 딱이었다…
이렇게 감칠맛 나는 죽 오랜만이야…. 일본은 아플 때만 먹는 음식이라 소화에 방해되는 재료는 하나도 안 들어 있으니까 밍밍한 유동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먹는 동안 도대체 가게 이름이 무슨 뜻인가 찾아봤다.
粤港美食 미식은 맛있다는 거겠고… 처음 보는 한자라 손글씨를 아이폰에 입력해 검색했다.
粤港澳 大灣區 웨강아오 대만구. 홍콩, 마카오, 대만을 가리키는 지명이었다. 그렇게 거슬러 거슬러 내가 지금 온 곳이 ‘얌차’ 가게이고 나는 처음으로 얌차문화를 의식하며 식사를 한 것이었다! 딤섬 전문점은 타이완 여행 중에서도 먹었고 한국, 일본의 딘타이펑에서 이미 경험했지만 사실 두리뭉실 그냥 중국음식, 대만음식으로만 알고 전혀 무지했었다. 홍콩에 가면 이런 얌차를 꼭 즐긴다면서요? 이런 죽을 콩지라고 하는구나… 외우기 쉽다. 죽은 팥쥐보단 콩쥐가 먹을 거 가긴 하쥐.

이왕 온 것… 딤섬 하나 시켜보자…
그냥 지나가면 넘나 아까운 것.
(이러니 배가 아프다.)
직원분에게 맨 위에.. 죽 위에 있는 저 메뉴는 뭐냐고 물었다. 안에 뭐가 들어있어요? 그러자,
“빵!” 한 마디로 대답하셨다.
옆에 빵 그림을 가르키며 ”이 빵“ 하신다.
튀긴 빵을 만두피에 싸서 쪄서 촉촉이 소스 묻혔다고?
머릿속이 급하게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그럼… 전 이 신기한 요리는 패스할게요..
나중에 ‘창펀’이라고 읽는다는 것을 알게 됨.

새우 딤섬을 시켰다.
진짜 미안한데 “이 빵!!” 이란 설명을 듣고는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어…
밀가루 만두피가 아니라 쫄깃한 쌀가루 딤섬피는 너무너무 내 취향이다 ㅠㅠ (물론 이건 처음 먹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이 집은.. 찐이다!!)

콜라 끓인 차도 관심 있었지만 위가 아프니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다가 마마토모들을 불러 다시 한번 찾아갔다.

베이징에서 유학한 리카짱을 시켜 이것저것 중국어로 물어봤다ㅋㅋㅋ 여긴 일본인데 왜 일본말이 통하지 않는가. 하지만 마마토모들도 여긴 …. 찐이구나!! 라며 이 통하지 않는 기쁨(?)을 만끽했고 지난번에 못 먹어 본 푸얼차와 창펀과 내장 같은 볶음이랑 여러 가지 시켜 다 맛봤다.
-리카야 이거 진짜 튀긴 빵 넣은 거 맞아?
-네. 맞아요.
-맛있어?
-아니요. 튀긴 빵으로 딤섬을 넣은 맛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비기너가 안 시키길 참 잘했다. 해산물 들어간 창펀은 아주 쫄깃하고 맛있었다. 나 정말 이런 요리 몇 번이나 먹었었는데 이것은 홍콩 대만 문화이고 중국요리와는 다르다는 걸 의식하고부터 왜 이렇게 처음 먹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그리고 혼자 이케부쿠로에 갔다가 검색해서 백화점 안에 있는 얌차 전문점에 갔다. 중국인 직원분에게 저 배 아픈데 따뜻한 차는 무슨 찻잎이 좋아요? 물었더니 배 아프면 먹지말랜다. ㅋㅋㅋ 쏘 쿨. 어떤 허브 작용을 할지 모르니까 그냥 먹지 말래.

그런데 여기 런치에는 각기 다른 맛 딤섬 4개 세트 가성비가 너무 좋아… 안 시킬 수가 없었다.
직원분이 잠깐 흠칫하며 주문을 받으셨다. ‘너 배 아프다며’라는 텔레파시가 들림.

부추 들어간 것이 제일 맛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부 다 중국어만 들렸던 <웨강미식> 이 훨씬! 맛있었다. 역시 거기가 찐이었어.

위는 아직도 100퍼센트 회복되지 않아서 덕분에 한국에서 쪄 온 살이 쭉쭉 빠졌다. 이렇게 인생은 더하기 빼기 제로가 되는 것인가. 뭐든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인가. 반대로 결론은 똑같으면서 매일매일 무슨 일은 일어나고 우리는 아무 일도 없이 사는 일은 불가능한 것도 같다. 뭐라는 거지.

아무튼, 이번 일로 꼭꼭 씹어 먹을 이유가 또 생겼다. ‘좋은 습관’은 반드시 다양하고 복수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물을 마시는 습관은 다이어트에도 좋지만 피부도 좋아진다거나 운동하는 습관은 살도 빠지지만 근육도 키우고 정신 건강도 좋아진다. 다방면에서 다 잘 되려고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다이어트에만 집중하거나 피부관리에만 집중하거나 공부에 전념하거나 딱 한 놈만 잡아서 자신을 성장시키면 결국 모든 면이 선 순환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근거 없는 소감은 이만 줄입니다. 뒷받침할 연구 결과 같은 건 없어요~ 미안해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