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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트레이너와 스카이프로 영어 수업을 시작한 것이 2021년 4월부터니까 약 10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I've learned English for 10 months. 인 것이다. 예전엔 I did learn English 하면 되지 왜 Have P.P써야 하는 것이냐 꼭.. 나 써야하는 것이야..;ㅂ; 벌벌 떨었던 내가 캬 해브피피 아님 이 말은 전달이 안되네잉 하는 순간도 생겼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그 기쁨을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내가 하는 화상영어는 다른 시스템과는 독보적으로 다른 것이 교재가 있고 (여러가지 중에 학생이 고를 수 있다. 사비로 구입해야 함) 어느 페이지를 공부할 건지 예약하고 예습한 다음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행이 어려워서 그에 따른 장점이 굉장히 많다. 25분 트레이너와의 수업시간 이외에도 준비하는 시간동안 더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과 미리 질문을 준비하고 테스트를 받으면서 더 기억을 확고히 할 수 있다는 점 등등.

그런데 조금 단점이라면 이미 내가 어떤 문법, 단어가 나올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시간만큼은 술술 영어를 할 수 있지만 막상 영어권 사람들과 진짜로 얼마나 대화가 될까 불안해졌다.

그래서 동네 영어회화 학원에 체험레슨을 하러 가봤다. 종로 파고다 영어학원의 놀라웠던 가격을 경험했던 몸이라 일본 영어학원은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났던 이미지가 있었는데 어라? 설명을 들을수록 여기 진짜 일본 맞나? 정말 이게 가능하다고? 일본의 영어학원은 엄청나게 싸고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변해있었다.

먼저 그 악명높던 입학금, 등록금? 일본은 어떤 학원이든 등록하려면 무슨 계약금 걸듯 몇십만원 가져가던 시스템이 꼭 있었는데 그런건 이제 없어졌다. 자기들이 생각해도 슬슬 양심에 걸리나봉가.
그래서 다달이 수업료만 내면 되는데 물론 1년 동안 해야 한다느니 구속하는 계약기간도 없고 그러므로 위약금도 없고 (실제로 이런 조건이 있던 학원이 많았다. 도독놈들) 오로지 한달에 11000엔! 정말 저렴했다.

그런데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시간과 장소와 방법과 트레이터까지 모든 구애가 없었던 점이다.
인터넷 전용 페이지에서 공부하고 싶은 날을 예약하는데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요일도 상관없고 학원 (지점)도 상관없고 시간도 정해지지않아 원하는 날짜 원하는 장소 원하는 트레이너에 빈 자리가 있다면 거길 눌러 참가하면 되는 형식이었다. (와우!!!) 매달 정해진 포인트가 부여되고 그 포인트를 다 쓰면 다음 달까진 예약이 안 되는 시스템. 그러니까 내가 한 주에 4번의 수업을 몰아해도 되고 예약만 주루룩 해 놓으면 정기적으로 같은 시간에 같은 선생님한테 배우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발 빠른 사람이 임자지만 부지런히 예약하는 건 사실 내 전공분야.
게다가 너무 포인트 소진이 밀려서 처치가 곤란하면 3배에 달하는 포인트지만 그룹레슨에서 일대일 레슨으로 바꿀 수도 있다.
게다가 프랑스 여행을 갈거니까 프랑스 기초반을 배워볼까? 이런 식으로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를 선택해도 상관없다. 중국어, 독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등. 이 학원을 졸업하는 날이 오지 않올듯 ㅋㅋ 개미지옥의 시작인가.
게다가 내가 Face to Face로 하는 게 어려우면 화상영어로 바꿀 수도 있고 집에서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학원에 화상전용 방이 있어서 컴퓨터를 빌릴 수 있다.

처음 간 날, 그런 화상영어 하는 곳에서 후쿠오카에 있는 어느 영어선생님께 레벨테스트를 받았다.
시스템이 뭐 더 이상 시간이 없어서요… 할 데가 없어서요.. 컴퓨터가 없어서요.. 모든 핑계를 댈수 없게 만드는 철벽이었다 ㅋㅋ 너무 맘에 들어서 설명하고 있는 직원분의 말을 자르고
“어서 빨리 회원가입 신청서 같은 거 가지고 와 주세요. “라고 했다. 직원은 신나게 사인할 데를 가르쳐줬다.

나의 레벨테스트 결과는 이렇게 나왔다. 맨 꼭대기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확도, 어휘, 유창성, 발음, 리스닝.
레벨 5가 가장 기초반이고 나는 바로 위의 레벨 6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상에… 비기너말고 그거보다 조금 더 잘한다는 평가 태어나서 처음이다… 초초급반을 벗어난거야…
심지어 이건 아슬아슬한 성적이라 레벨 7도 금방 갈 거란다. 말도 안된다. 믿지 않았다. 아냐, 그룹레슨 방에 이제 수업 들어가면 다른 학생들의 유창한 영어에 현실을 직시하며 내 처지를 실감하게 되겠지. 이건 학원의 입바른 소리겠지?

그렇게 첫 두근두근 그룹레슨을 하러 갔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남자분은 나랑 비슷하게 문장을 만드셨다.
어떤 날은 2명의 여학생들과 같은 그룹이었는데 다들 아주 짧은 문장도 굉장히 자신없어 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 번은 영국인 출신의 선생님과 인원미달이어서 단 둘이 수업을 하고 있는데 리스닝 시간에 모든 정답을 캐치한 나를 엄청나게 칭찬하셨다.
이 단원의 리스닝에 다 대답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라며 펄펙트 하댔다.
그렇다고… 아니.. 그렇게 대단한 문장을 읽으신건 아니고요

이런 거였습니당. ‘ㅂ’
수업을 갈 때마다 선생님들이 어찌나 칭찬하는지 순간… 내가 레벨테스트를 긴장해서 절었나? 본디 실력보다 한참 죽을 써서 이런가 싶었더라는.
사실 살짝 예상은 하고 있었다. 좀 재수없는 생각이지만…일본인들보다 한국인으로서 발음은 좀 낫지 않나 싶은… 거기다가 필리핀 트레이너의 엄한 기준에 맞춰 열심히 연습한 덕분도 큰 것같다. 그녀는 (내가 항상 예약하는 최애 트레이너) 늘, 당신은 지금 코리언이 늘 하는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코리언 발음이에요. 하며 작은 것도 고쳐주신다. 예를들어 대학의 college 칼리지이이이 하고 글게 지-를 늘어 뜨리는 한국인이 많은데 (그러면 collage 콜라쥬처럼 들린다고) 치! 하고 짧게 끊으라고 한다거나. R발음의 중요성을 10개월째 강조해 주고 있다거나. 또 Bus schedule 버스스케쥴은 버스케쥴이라고. 우리나라에도 연음이 존재해서 ‘지민아~’를 ‘지미나’로 자음과 모음을 연결해 붙여버리는 링킹을 하는데 영어는 자음과 자음끼리도 링킹을 시켜서 버스 스케쥴의 중복되는 s가 사라진단다!! 이런 것들을 들을 수 있도록 훈련시켜 주었다. 물론 아직 멀었지만… 지난 수업에도 호주 선생님이 ‘올 도큐멘츠’ 라고 해서 모든 서류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는데 알고보니 old documents 오래된 서류였다. d가 연결되었으니 하나 생략 되었던 거. 왜저래… 너무 못된거 아님??? 실제로 선생님한테 So mean!! (못됬어요!!) 눈을 흘겼다 선생님이 빵터져서 웃었다.
아무튼 이런게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는 것 만으로도 감격…

물론, 필리핀 트레이너와의 화상영어도 진행중이다.

총 학습시간 70시간을 달성했다!
매달 11000엔 + 4900엔. 약 16만원으로 자신이 원하면 매일 영어 화자와 오늘의 날씨 이야기 있었던 일들 작은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남는 장사같다.
여러분도 주변에 한번 찾아보세요. 정말 비싸지 않아요. 그리고 영어를 영어로 설명듣고 그게 어떤 뜻인지 느낌이 올 때의 그 짜릿함을 뭐라 형용할 수가 없다. 이 즐거움을 뭐라하며 전파해야할까. 세상에서 제일 유용하고 다양하고 또 끝나지 않는 재미있는 취미. 찾은 거 같다.
마지막으로 괌친이에게 나 벌써 10개월이나 영어 공부를 계속하고 있어 했더니

미친개또랔ㅋㅋㅋ내취향개그를 불현듯 날려서 눈물나게 웃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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