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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하루 떨어진다!!!​

받아!!! 까앜ㅋㅋㅋㅋㅋㅋㅋ이런 사소한 상상력도 어머어머 막 사람같은 장난도 해 어머어머 하는 도치애미.
방학때를 이용해서 한국어를 의식 한 여러가지 만남을 가져보았다. 처음은 의도치는 않았지만 좋은 자극이 된 일이 있었다.

오랜만에 도쿄 외곽에 사는 동생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왔다.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그리고 세 살배기 삼남매를 키우는 아웅이 (가명)는 예전 면세점 근무 할 때의 직장동료. 까마득한 그 옛날에는 아직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명품이다 골프여행이다 돈을 썼고 면세점엔 일본어 가능자 우대였더랬다. 그래서 일본에서 어학원 좀 다녀봤다 하던 젊은 아가씨들이 조금 (약 500명) 우글우글 함께 일했었는데 나랑 아웅이처럼 돈 모아서 다시 일본으로 탈출(?)을 하던 애들이 있었다. 역향수병이라고 할까 일본이 뭔데 그리워서 자석처럼 다시 와서 유학을 하다가 꿈에서 깨고 다시 한국으로 간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웅이랑 나는 결혼을 하고 일본에 질척거리며 사는 ㅋ 케이스였다. 아... 케군 말곤 뭣도 없는데 콩깍지 스케일 보소. ​

아웅이는 하루를 보자마자 한국어 너무 잘한다며 폭풍칭찬을 해 줬다. 초등학생 형아는 다 알아듣지만 부끄러워서 말이 잘 안나오는지 쑥쓰러워하고 나는 그 부끄러움조차 익숙해 질 때까지 한국말로 삼남매에게 한국어를 쏟았다. 착한사람은 단 번에 알아보는 하루. 이 형아... 좋은 사람 아우라가 장난 아니야... 라는 걸 느꼈는지 형아 손을 꼬옥 잡고 형아 이거 해 줘. 저기 같이 가자. 졸졸졸졸 강아지가 따로 없다.

형아보다 누나보다 한국말 잘한다고 하니 어깨가 으쓱으쓱 했나보다. 정말 형아도 ‘인정.’ 의 눈빛으로 쫴끄만게 진짜 한국말 잘하네... 하고 기특하고 신기하게 하루를 봤었다. ​

집에 가는 길에 형아가 하루 한국말을 너무 잘 해서 정말 신기했대. 다음엔 하루가 형아한테 한국말 가르쳐줘야겠어. 하니 다음에 또 만날 구실이 생긴게 좋아서
-어!!! 그래!! 하루가 가르쳐줘야겠다!!
신나했다. ​

도쿄에서 요코하마는 멀긴 멀지만 못 갈 거리도 아니다. 전철을 한 번 잘못 타거나 하나를 놓치면 순식간에 여정이 험난 해 지거나 개빡이 칠 수 있으니 그 긴장만 아니면 못 갈 거리는 아니다. ‘ㅂ’

그래서 맘 먹기가 어려웠는데 이번 방학 때 그런 아키네집에 놀러갔다. ​

내 타이완친구. 날씬하고 머리하고 화장하는 여자를 나는 좋아한다. 남 보다 자기를 소중하게 하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외국여자가 일본인에게 시집와서 시댁에 넙죽 남편에 넙죽 할 말 다 못해 하고 싶은 거 있지만 안 해. 옆 사람 고구마 먹이는 여자들과는 나는 어울리지 못한다. 세상엔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주장이 왜 어때서. ​

역시나 아키는 애를 키우는 데 있어서도 참 말이 잘 통했다. 아이들에게는 무조건 타이완말로 이야기를 하며 키우고 있었다. 첫째 형아는 그 작은 입으로 복잡한 대만어를 솰솨로사롸솰 (아웅 멋있어.)
-유치원가서 일본어한다고 안했어? 엄마 일본어로 해 이런 말 안하든?
-하지. 갑자기 대답을 일본어로 하고 앉아있더라고 기가차서.
-그래서 넌 어떻게 했어?
-멀 어떻게. 후드려 혼냈지. 타이완사람에게 타이완 말을 하는 것이 어떻냐고. 여기가 일본이든 미국이든 타이완이든 상관없는 일이라고.
푸하하하하하하. 나랑 똑같은 말을 해서 웃기도 했고 나만 그랬다는 게 아니라는 안도감에 웃음이 터졌다.
아키 집 근처에 같은 타이완 출신 주부가 있는데 아이들이 벌써 장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타이완 말을 하는게 이목을 끄니까 위축되서 어릴 때부터 일본어로 말을 걸어왔다고 한다.
-근데 그 엄마가 일본어를 막 네이티브 처럼 하는 것도 아니야. 누가 봐도 외국인이 하는 일본언데 왜 일본어를 하냐고. 난 너무 꼴보기 싫은거있지. 아직도 다 큰 애들한테 너무 애 같은 말투로 좀 답답한 일본어를 해.
-타이완 말을 하면 너무 멀쩡해?
-어. 그냥 교양있는 성인 말투야. 나는 그게 너무 싫은 거 있지. 내 지적수준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언어를 쓰는게 애들한텐 더 나은거 아니야?
백퍼동감.

내게도 좋은 만남이었지만 더 없이 좋았던건 하루의 반응이었다.
하루는 항상 친구들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언어로 말하는 아이와 엄마였다. 유치원 아이들은 신기한 얼굴로 뚫어져라 하루를 보곤 했다.
그런데 눈 앞에 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밥을 먹으려고 우리가 둘러 앉아서 아키는 아들에게 현란한 대만어로 주의를 주고
“ㅓ39ㅕ$%&^^^5^%^%^&%&$#@@@????” 이렇게 묻자, 아들은 “##%#%^&*(“ 이렇게 답했다.

어? 이거 되게 신기한데... 익숙하다. 근데 이상하진 않아. 아... 애들도 그냥 신기해서 본 거구나.

하루의 얼굴에서 평화로움을 본 것 같다. 아이들은 일본어로 대화했고 엄마 얼굴을 보면 각자 자신감있는 목소리로 각자의 언어로 말했다. 비밀이야기를 작은 소리로 할 필요도 없었다. 단점보다 장점이 생기고 특별해 보였던 일들이 평범해 지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

참, 아키네 집에 오자마자 내가
-하루야 손 씻어
하니까 아키가 지금 애한테 손 씻으라고 한거지? 알아들었다. 뭐야? 지금 어떻게 알았어?

중국말로 씨-서- 가 ‘손을 씻다’래 ㅋㅋㅋㅋㅋㅋㅋㅋ
개빵터졌다. ㅋㅋㅋㅋㅋㅋ
하루한테 말 했더니 너무 웃기다며 같이 웃었다. 이런 글로벌 개그에도 함께 웃고 아 진심 좋다. ​

하지만 아키가 만들어 준 타이완 식 쟈쟈멘을 입에도 안 댔기 때문에 집에가는 전철에서 편의점 라멘을 후루룩 허겁지겁 먹은 하루였다. 입맛이 글로벌하지 않앜ㅋㅋ​

자, 그럼 애미는 이번 방학 최대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본격적인 이중언어 응원에 나서 볼까?
나는 ‘엄마와 네가 한국어로 말 하는 것을 그렇게 창피해 하지마. 넌 혼자가 아니고 여기 도쿄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단다’ 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우리와 같은 사람’들을 모았다.
일본에 있는 한국엄마들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8명 모집 해, 신주쿠에서 운영하는 다다미 방을 하루 대실했다. 100엔샵에서 여러가지 재료들을 사다가 워드를 열어 이미지를 넣고 프린트 시작.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에게 10개의 동물 스티커가 붙은 카드를 목에 걸어주었다.
-애들아, 여긴 한국어로 말하는 곳이에요. 그런데 일본어를 실수로 말하게 되면 이모가 스티커를 하나 떼어야 되요.
(어머!!!!! 이렇게 이쁜 스티커를 왠일이야. 아이들의 눈빛이 동요했다.)
그런데 다시 한국말로 고쳐말하고 모르는 말은 엄마한테 물어보면 스티커는 안 뗄거에요~
(아 깜짝이야. 엄마챤스가 있었어.헐 십년감수 아이들의 눈빛이 누그러졌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에서
​​

아이들은 내 생각보다 정말 열심히 한국어를 썼다!!! 그리고 엄마들의 노력이 엿보였다. 모르는 어휘가 없네. 정말 잘 했다. 서로가 서로의 아이를 칭찬했고 아이들은 자부심 가득하게 한국어로 소리쳤다. 가끔 일본말이 튀어나온 엄마를 아이들이 나무랐다.
-엄마!!! 한국말로 해!!!!!!

이건 우리가 가끔 듣곤 했을 “엄마 일본말로 해”의 정반대의 문장 아닌가. 대충 처음에만 지켜지다 흐지부지 되더라도 시작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두자고 시작했던 모임이었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열성적으로 한국어를 말해 주어서 어른들이 감동받아 버린 모임이었다.​

다 같이 색종이와 휴지심으로 물고기를 만들고 나무젓가락에 자석을 붙여 낚시도 하고 낱말 카드로 퀴즈도 했다.


마지막으로 스티커가 10개 다 붙어 있는 어린이에게는 이모가 상을 줄게요. 순서가 돌아왔다.


하루랑 전 날 1시간 동안 만든 과자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었다. 이 걸로 아이들은 다음에 또 하자고 또 가자고 조를 것이다. 이중언어가 되면 콩고물이 떨어지는 일은 있어도 손해보는 일은 없는 거라고 이 어린 아이들도 몸소 알았으면 좋겠다. 세계 여러 곳에 사는 우리 아이들아 경쟁력이 있든 없든 엄마 말을 배운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라고 이모는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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