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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서점에서 비누로 만드는 행성 키트를 발견했다. 오오오... 이건 물건이다. 투명비누와 색색깔 비누를 전자렌지로 녹여 틀에 굳히는데 실제 행성사진을 찾아보니 꽤 유사하다. ​

이렇게 반 쪽씩 만들어서 투명비누로 붙인다. 지구 같지 않습니까? 하루야 목성은 가운데에 약간 주황색 띠를 두르고 있네. 지구는 구름 때문에 이렇게 햐얀색을 섞어야 하나 봐. 말그대로 몸소 배우는 행성모양. ​

꼼꼼한 설명덕분에 둔팅이도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우주, 로켓, 블랙홀, 행성에 관심이 많은 하루와 함께 츠쿠바 (진짜 멀다!!!)에 있는 우주센터에 견학을 가기로 했다. ​

집에서 나와 버스-전철-쾌속전철-버스를 타고 타고 반나절이 걸리는 여정이었다. ​

시간표도 안 맞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시골버스로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무료치고는 알찼다. 반나절 걸려 올 곳은 아니었지만 하루는 츠쿠바 익스프레스 (전철)를 타 본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말해주네.​

너무 지쳐서 반쯤 돌아온 지점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이미 뉘엿뉘엿 해가 지가 있었다.​

기념으로 사 온 우주스테이션에 물자를 배달하는 보급기도 사고 ... ;ㅂ; 내가 아들 키우며 평생 모를 뻔한 것들을 많이 배운다. 여자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어떤 분야에 정통하게 되나요.​

무슨 4살이 스테이크만 보면 환장하는거야. 스테이크 많이 먹을 수 있다고 영어권에 유학가는 걸 꼬셔볼까.​

예전에 케군이랑 연애하면서 많이 왔었던 기타센쥬. 청춘이었지. 풋풋했던 그때. 분명 이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대판 싸우고 여기 육교 위에서 씩씩대면서 서로 노려본 기억이... 풋풋은 개뿔 ㅋㅋㅋ 그 질풍노도하며 연애하던 시간이 좋았지만 귀찮아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게 놀랐다. ​

빨리 배나오고 푸근한 아빠한테 어서 돌아가자.​

그리고 버스 한 대만 타면 바로 집인데 아 또 힘이 안난다... 하루야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갈래 ㅋㅋ 엄마가 독약이다. 폐점시간 다 된 앙미쯔집에서 팥 아이스를 시켜줬다. ​

나는 할머니처럼 안미쯔. 너무 달지 않아서 좋아.​

와- 엄마 새버스다!
엄마 아까 핸드폰 배터리 없다고 하지 않았어? 여기 충전해.
그건 어떻게 기억했을까. 집에 다 와 가지만 기억하고 충전하라며 배려해주는 네 의견이 너무 귀여워서 꽂고 갔다.​

-하루야 우리 긴자 가서 놀까?
-그럼 지난 번엔 엄마가 좋아하는 거 먹었으니까 오늘은 하루가 좋아하는 거 먹을래
-그치.. 그게 공평하지 좋아하는게 뭔데?
-켄터키.

왘... 케군이랑 대화하는 거 같애.
이유식부터 잘못된 걸까. 유전의 힘 맞지? 그렇죠?

긴자 도큐플라자 옆에 메토아 라는 건물에서 미츠비시 전기를 알리는 이벤트가 하고 있었다. ​

대기업의 돈 들인 공짜 시설. 알차구나.​

막 이렇게 아톰처럼 손에 뭘 차고​

온 몸으로 전기를 만들어 던지면 아바타 캐릭터가 움직여주는 다이나믹한 게임.​

4살에 벌써 이런 걸 즐기면 감각이 이상해 질 거 같애. 예전에 우리 부모님들이 어린애들이 손가락 하나로 점프하고 상자 머리로 치고 버섯먹고 동전 잡고 맹스피드로 현란하게 화면을 쫒는 걸 보고 얼마나 걱정했을까. 그 이름 슈퍼 마리오. ㅋㅋ ​

오늘은 미호랑 코우짱이랑 이케부꾸로의 놀라운 세계를 보여주기로 했다. 자, 일단 고기랑 빵을 먹고 시작하자. ​

이제 너희들은 다 컸다.
이 문을 들어가렴.
이케부쿠로에 있는 선샤인 시티는 수족관으로 유명하지만 난쟈타운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실내 유원지가 있다. 어트렉션이 역동적이지는 않은데 게임기와 접목시켜서 꽤 버라이어티한 체감을 할 수 있다. 오락실과 유원지의 중간쯤?

맛보기로 커다란 화면에 여러명이서 낚시대를 잡고 대어를 낚고 보스 물고기를 전기충격으로 해치운다는 스토리의 게임을 하러 들어갔다.
화면이 어찌나 스펙타클한지 애미들이 죽어!!!! 죽어!!!! 잡아!!!!! 줄 감아!!!!!! 대어를 낚겠다고 소리소리를 질러댔다. ㅋㅋㅋㅋㅋㅋ 다 큰 어른들이 말이야. ;ㅂ;​

고작 4,5년 밖에 살 지 않은 녀석들에게 이 얼마나 자극적인 재미인가. 둘이 들어 간 곳은 엄마가 안 보이는데도 (게임을 할 수만 있다면)괜찮다며 걱정말라며 ㅋ​

알아서 척척 벨트도 매고 돌아가는 의자 위에서 열정적으로 화면을 향해 공을 쏘아댔다. 이왕 할 게임이면 다 같이 하자. 두려운 게임의 유혹들. 남자아이를 키우려면 피할 수 없겠지. ​​​​​​​

한국가기 전에 긴자에서 이것저것 선물을 사러 나섰다.​

긴자 맛집. 만네켄 와플도 하나 사 주고​

비행기에서 먹을 과자도 고를 겸 긴자 무지루시에 들렀다.​

호텔, 레스토랑, 빵집, 점포까지 갖춘 긴자매장. 이상하게 똑같은 상품인데 여기에 진열되 있으면 다 이뻐보였다.​

한국 남원에서 생산 된 목기가 셀렉 되어 있었다.​

이것도 한국 거. 엄청나게 이뻐 보인다. ‘ㅂ’ ​

매장 중간에 100엔에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었다. ​

여기 숨은 명소네. 100엔에 분위기 갑.​

하루는 한참 키즈 스페이스에서 놀았다.​

이제 슬슬 집에 갈까?​

엄마 헬리콥터다!!!
그러네
찍어!!!(뭐해!!!!)
엄마 블로그 하는거 아는거니? 아니 근데 이건 왜 찍어...

아무도 퇴근 안 한 5시반 긴자 이자카야에서 장어, 밥, 국을 시켜서 하루 저녁을 챙겨줬다.​

나는 참치회에 토로로(갈은 마)를 얹은 거랑, 절임을 하나 먹었다. ​

꼭 노을만 지면 하루는 거기가 어디든 집에가기 싫댄다. 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최면이야.​

하는 수 없이 산리오매장에 들어가서 제일 싼 가챠가챠(코인넣고 손잡이 돌리는 뽑기)를 시켜줬다. 구데타마가 머랭 거품에 들어갔다 나오는 인형이었다.​

하루 혼자 못해서 저걸 힘겹게 벌렸다 꺼냈다 하는 건 내 몫이었다. ;ㅂ; 이렇게 시녀노릇을 하다가 어느 날 이제 아무 도움도 필요없고 대화도 필요없고 애미란 존재도 필요없어 지는 거 아냐? 중간이란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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