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3월에는 5년 동안 준비만 (그것도 마음속으로만) 해 오던 일을 해냈다. 영사관과 도쿄 운전면허 센터를 왔다 갔다하며 드디어 일본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은 나.

한국에서 스무살때 면허를 따자마자 장롱속에 처박힌 내 슬픈 라이센스는 그렇게 다시는 빛을 못 볼 줄 알았는데... 번복과 변심의 여왕인 나답게 마음을 바꿨다.

스무살 새벽마다 운전면허 학원에서 뭣 모르고 스틱(이 왠말이냐) 2종 면허를 따고 엄마 차를 몰고 처음 도로로 나온 날. 성격 급하고 항상 역정쟁이인 엄마가 보조석에서 어찌나 소리를 지르던지!! 한 톨도 남김없이 내 자신감을 앗아가고 자존감까지 바닥이 드러나면서 나는 핸들 잡는 손을 점점 떨어야했다. 알던 것도 모르게 되고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여긴 어디, 옆에 있는 포악한 맹수는 누규. 나중엔 운전하는 사람이 앞을 보는게 아니라 옆에 앉은 엄마 안색만 보고 가고 있었다.
그 후로 내 평생 다신 운전따위 안해!!! 그게 엄마가 학원비 내줬지만 결국 본전도 못찾게 하겠다란 나의 소심한 복수심이었다.
뭐, 결국 내 손해였지.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고 가끔 하루한테 똑같이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이를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나도 모르게 말이다. 그래서 그날의 엄마를 단번에 이해했다. 어처구니없는 복수대신 점점 좋아지는 내 모습을 보여주며 신뢰감을 주었으면 좋았을걸. 물론 화낸 엄마가 잘못했지만 엄마는 성인군자가 아니었을 뿐.

한국에 갔을 때, 20년 동안 그렇게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으로 안보였던 써네언니가 차를 뽑아서 주말마다 애들을 태워 산으로 바다로 가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매주 낮잠자고 싶어하는 남편에게 사정해서 어디 나가자고 하기 자존심 상했대. 여기서 감동 한사발 리필.

그래서 나도 한발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사실 엄청나고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은 항상 작은 것에서 시작되고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가면 못할 것이 없는 법이다. 그저 우리에게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어떤 시작을 할 것인지 선택만 주어져있을 뿐.
나는 운전을 해 보기로 선택했다. 감이 떨어지면 남들보다 더 오래걸려 하면 되지.

면허증만 있지 실은 신호도 제대로 못 읽는 야매운전자는 학원부터 제대로 다녀 정식으로 일본 라이센스를 따야 정상이지만. 언제나 다른나라는 한국보다 불편하다.
학원이..기본 300만원??? 시험제도가 번거로워... 게다가 운전학원 시스템이 예약제인데 그 예약자체가 매일매일 전쟁처럼 광클을 해야 가능하대. 돈과 시간을 들이고도 무례한 선생님들 때문에 멘탈을 다친다는게 일본 운전면허 취득 과정의 통례란다. 무시 당하기 시져..ㅠㅠ

케군과 상의 후에 우리는 일단 한국 운전면허를 일본 운전면허로 전환한 후, 페이퍼 드라이버의 강습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운전면허 센터에 서류를 내러 가던 날. 왜 이렇게 심장이 뛰던지. 거짓말 하는 사람이랑 진배없는 상황인데.. 난 자격이 안 되는데... 쿵쾅쿵쾅. 그렇지만 걱정과 달리 신청하고 4시간만에 면허증이 나왔다. (이거슨 일본 관공서에서 뭘 발급하는 것 중 빠른 편임) 오- 당일에 나왔어 굿잡(칭찬해줘야 할 속도임)

나보다 하루가 더 신나 뛴다.
엄마가 운전한대!!! 엄마의 등 뒤에 광채가!!!
엄마 근데 열심히 연습하고 탈거야. 하루가 응원해 줄거지? 대학생들의 방학이 끝나면 운전면허 학원도 자리가 나올 것이다. 여름에는 한발 한발 내딛는 마음으로 침착하게 연습을 시작하려고 한다.

엄마, 그땐 무서웠지?
내가 멋지게 해 보일게요.

 그리고 그때 엄마가 소리질러 준 덕분에 내가 소리지르면 하루가 어떤 기분일지 알게 됬잖아. 그렇다고... 내가... 소리를 안 지르는 건 아니야.. 지르긴 지르는데 엄...

빠른 사과를 하지. ㅋㅋㅋ

여러분 운전 처음 할 때 유용한 팁 있으면 가르쳐주세요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