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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추야, 이케부쿠로에 신전떡볶이 생긴 거 알아? 나 그게 너무나 먹고싶고 궁금한데 같이 가 주지 않을래
추: 내가 너무 궁금해서 혼자 가 봤거든
동: 어!!! 어땠어?
추: 정말 한 입먹자마자 ‘헐....’ 했잖아. 소리가 너무 커서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봤어.
동: 뭔데 뭔데 왠데
추: 너무 맛이 황당해...진짜 맛없었어... 두입 먹고 도저히 안넘어가서 싸 왔는데 결국 집에서도 못먹고 버렸다...
동: 그 정도야??? 외국까지 건너왔는데 그렇게 성의없게 만들었어? 실망이네..
추: 그렇다니까 쇠고기 다시다를 그냥 끓인거 같애. 그냥 맵기만하고
동: 아... 그래??? 음.. 그래???
추: 진짜 주변애들은 다 맛있게 먹던데 일본애들이 그게 진짜 떡볶이라고 생각할까봐 겁나더라 야.
동: 아...... 추짱 정말 미안한데 그... 서울떡볶이의 보통 맛일수도 있어.
추: 엥? 어????? 뭐라고? 아니 진짜 조미료 맛 밖에 안나더라니까 진짜 푸학.. 그건 아니다.
동: (이거 참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주춤주춤) 부산에서 살았던 너의 미각으론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서울사람들이 많이 쓰레기같은걸 먹고 자랐어 ㅋㅋㅋㅋㅋㅋ(서울사람들 미안. 쓰레기는 과격한데 부산의 그 수려한 음식맛에 비해!!!)
추: 말도 안돼!!! 그냥 맵기만 하고 떡은 플라스틱 같았다니까
동: 아.. 평범한 밀떡. 학교 앞 추억의 그 맛이란 소리군
추: 오... 말도 안돼!!! 암튼 같이 가 봐!! 가서 확인을 해 보아!!!

우린 두근두근 자리에 앉았다.
나는 고등학교때도 우리반에서 제일가는 맵찔이였기 때문에 (엽떡 먹고 입에서 불쏠뻔하고 닭발먹으면 피를 토함)제일 순한맛에 치즈까지 토핑했다. 추짱은 까르보나라 떡볶이라는 일본한정 메뉴로 정했다.

시뻘건게.... 난 지금 너무나 기대돼...
기대를 안할려고 하는데도 기대돼....
그냥 저 채도와 명도가 내가 아는 그거야....

그리고 내 입으로 들어가는 떡볶이에 추짱의 시선이 집중 되고 추짱의 설마....설마... 하는 표정을 온몸을 느끼며 아앙.입장!!!!!! 하는 동시에 나는 발을
도오오도도옫오도도도오동동동동ㄷㅇ동 굴렀다!
아 미쳐!!!! 진짜 맛있어!!! 추짱... 이거야... 내가 찾던 맛이야... 이걸 일본에서 먹을 수 있다니. 꿈이냐고!!

이런 다시다국물 먹고 저리 좋아할 수가 있을까 하는 추짱과

추짱의 진심으로 놀란 표정에서 내가 모르는 엄청난 맛의 떡볶이로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서로 엄청난 문화적 충격으로 한참동안 헤어나올 수 없었다.

추: 진짜 이게 맛있다고?
동: 응응. 이런 몸에 해로운 걸 먹고 싶을때 사람들은 떡볶이를 찾는거 아니야? 이렇게 막 폭력적인 맛
추: 절묘하다 어어... 폭력적이야 맞아. 모든 밸런스를 뭉갰잖아
동: 그렇지!! 맵게!! 그리고 달게!!! 그리고 자극적이게! 라면스프 입에 털어 넣는 그런 불량한 맛! 어릴때 좋은 집안에서 잘자란 애들은 엄마 몰래 떡볶이 먹으러 가고 그랬어. 먹다 걸림 엄마한테 혼나거든
추: 부산은 엄마랑 같이 떡볶이 먹으러 갔는데...
동: 뭘로 끓이길래... 다시다를 안 넣어? 후추 고추장 다시다 이 정도는 때려 넣어야 되는거 아니야?
추: 일단 부산오뎅을 잔뜩 우린 오뎅국물이 베이스지. 그런 육수맛이 하나도 안나잖아.
동: 아... 육수.... 그런 장르가 있긴 있어. 오뎅국물로도 끓이는데 있어. 근데 보통 서울에서 맛집이다 하는데는 요런 맛이많아. 내 입도 이런 맛에.. 절여져있지.
추: 그리고 그냥 맵기만 하잖아. 뭔가 걍 매우려고만 하는 맛이잖아 이건?
동: 부산은 안 매워?
추: 아니 매운데 맵기만 하진 않아. 그리고 떡이 진짜 쫄깃한 쌀떡이거든. 이 떡 너무 하지 않아?
동: 요고 밀떡 중에선 되게 우수한데? 엄청 쫀득한 편이야. 솔직히 말해도 돼? 나... 이거 입에서 녹는다고 생각했어... 동무룩...
추: ㅋㅋㅋㅋㅋ 이게? ㅋㅋㅋ 아진짜 충격이다. 그리고 오뎅도 하나 없잖아. 이건 외국이라서 오뎅이 비싸서 안 넣어주는건가?
동: 오뎅?서울에서도 오뎅은 예의상 한장 들어있긴 해
추: 한장?????? 대박........ 충격.... 떡볶이의 주역은 오뎅일 정도로 들어있는거야...
동: 와오.... 정말... 몸에 좋은 떡볶이....아니 부산오뎅의 위엄인가.. 와... 이렇게 다를수가. 보통... 너무 스트레스 받거나 짜증날때 막 기분 풀고 싶을때 아니 기냥 과자나 불량식품처럼 거하게 자극적인거 위에다 때려놓고 싶을때 떡볶이가 생각나거든. 난 라면뿌셔먹는 느낌이랑 비슷해.
추: 아.. 불량식품 같은 느낌인가봐.
동: 부산은 매우 훌륭한 요리 느낌인가봐.
추: 왠지 부산이랑 서울은 떡볶이에게 바라는 점이 많이 다른거 같다.
동: 나는... 왜... 부산에 가서 떡볶이를 안 먹었을까. 나 지금 너무 후회되는거 알아?
추: 어쩐지 서울살던 친구가 놀러 왔을때 그냥 우리집 앞에 떡볶이집에 가서 먹여주니까 몇박몇일 갈때까지 떡볶이 얘기만 하더라
동: 너가 좀.... 부산에서도 맛집인 그런 가게 옆에 산 거 아니야?
추: 아니야 ㅋㅋㅋ그냥 어떤 시장 떡볶이도 다 비슷해.
동: 궁금해미쳐불겠네.
추: 근데 진짜 너 이거 맛있어?
동: 응. 꿈에서도 생각날 거 같은 아주 중독적인 맛이야. 넌 정말 이거 두번째 먹는데도 너무 별로야?
추: 두번째라 그런가 그렇게 못 먹을 정도는 아니네
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생각나는거 아니야? 중독되는거 아니야? ㅋㅋㅋ

집에가서 네이버를 찾아봤다.



어묵과 떡에 불만 팍팍 품은 부산사람들이 서울에서 떡볶이를 찾아해매고 있다!!!!

 


부산에서 떡복이를 영접한 서울사람들이 맛의 비밀을 캐고 있다!!! ㅋㅋㅋ

우리만 느낀게 아니었다. 추짱.
여태껏 살면서 이런 문화충격이 존재한다는게 너무 놀라웠다. 같은 한국사람끼리 흔하디 흔한 떡볶이를 대상으로 말이다. 서울에서 떡볶이로 연명하고 있는 서녕언니한테 신전떡볶이 오늘 처음 먹었다고 했더니 스윗하게 답장이 왔다. “신전은 조미료 맛이지~ 맛있었겠당”

신전레시피를 찾아보니 죄다 다시다로만 끓인건 아니지만 (카레가루랑 후추가루로 앙칼지게 만들수있다고 함) 어찌됐든 그 정도의 조미료를 허용해줘야 우리가 화끈하게 떡볶이를 즐길 수 있는데 부산은 그것조차 용서하지 않고 아예 뭐랄까 노선이 다른 기차선로를 달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사진으로만 봐서는 진짜 맵고 진짜 자극적일 거 같은데 육수가 우러난단다. 간은 센데 그렇게 맵지는 않탠다. 너무 어려 가지 표현이 난무해서 궁금증이 부풀기만 할 뿐이었다. (글로 떡볶이를 먹을려고 하는 기분)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건 둘 다 먹어본 사람중에 그 누구도 서울 떡볶이가 더 좋다는 사람은 없었다.

아!!! 우린 도데체 뭘 먹고 산거야
날 부산으로 데리고 가 줘요!!!!!!


참고로, 몇일 후 추짱에게 톡이 왔다.

“ 나 미쳤나봐. 그날 신전떡볶이집 사진 볼때마다 왠지 다시 가서 먹고 싶어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것도 참 신기한일

댓글로 신전떡볶이는 대구 거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서둘러 알아봤습니다. 와우. 대구의 맛이었구나!! 얼마전에 방영했던 떡볶이에 대한 방송에서 대구 떡볶이에 대한 특징이 있었는데 엄청 맵다고 합니다. (역시 그러나 저러나 부산은 독보적이고 독자적임)

아래 기사 : http://www.newsinside.kr/news/articleView.html?idxno=1090412

근데 조금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었어요?
원래는 아주 혼쭐나게 매운 (후추가 특징) 신천 떡볶이가 대구의 상징이라면 신전떡볶이는 그의 복제품 정도라고 한다. 근데 신기하게도 원조인 신천은 서울경기 지역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는데 신전은 쭉쭉 뻗어나갔다고!!! 이거이거 서울에서 인정받았다는 말 아닐까?
이미 신전떡볶이의 프렌차이즈는 수도권지역에 포화상태고 새 가맹점을 모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아래는 퍼 옴)




위 서울 떡볶이 랭킹 정리만 봐도 ㅋㅋㅋ 신전은 이제 서울 떡볶이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우겨봅니다 ‘ㅂ’

근데 이 떡볶이 사건을 통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서울떡볶이의 정체성이나 신전떡볶이의 본고장 보다도 바로 부산떡볶이의 특별함과 나는 못 먹어봤다는 억울함과 아쉬움!!!!! 너무나 격한 부산 떡볶이를 향한 갈망이랍니다. 여러분. ‘ㅠ’


이거 보라고요... 대구분들도 부산떡볶이가 너무 생각난다잖아요....
부산 떡볶이를 일본에서 먹을 수 있는 곳. 부디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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