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한국여행기 Ver.8] 누룽지/ 경복궁/ 팥빙수/ 청계천

# 누룽지의 나라

<만석장 가마구이>에서 둥둥이랑 하나를 기다렸다. 겨울에 왔을 때 케군은 못마땅해하며 들어간 정식집이었는데 솥밥에 붙은 누룽지에 감격한 하루. 덕분에 ‘누룽지’와 ‘숭늉’이라는 고급 어휘를 획득했다. 서녕언니네 집에선 내내 간식으로 현미 누룽지를 씹어먹었고 광주까지 내려가서 장어보다 솥밥을 제일 맛있게 먹었다. 게다가 블로그 애독자 둥둥이 이모는 누룽지 사탕을 한 봉다리 선물해 줘서 아주그냥 여러모로 누룽지를 만끽하고 왔더랬다. 지금 현재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 ‘누룽지’…. (먹을 게 천지빼까리인 나라에서 말이대능가.. 이게)

#나는 하나에게 입덕 하나는 하루에게 입덕

드디어 영접한 하나짱. 코로나 전에 둥둥이 뱃속에 세포로 있어서 보지 못했던 너… 드디어!! 드디어!! 너를 보는구나. 하나찡. 똥그란 이마에 반짝이는 눈동자 조밀한 입뚤. 사진보다 실물은 보드라함이 더해 터지도록 안아주고 싶었지만 낯을 가려서 안전거리 유지..ㅎㅎ 그런 하나찡이 유툽에서 본 하루오빠를 실제로 보곤 나쁘지 않았는지 오빠야가 손 잡아야 걸었다. 역할극 짱 좋아하는 하루는 임무가 주어진 이 상황이 씬나. 돌봐주고 놀아주고 달래주고 오빠 배역을 열연했다. 내 앞에선 애기도 이런 애기가 없는데 세상 이치 다 아는 척 오빠 행세 깜놀이다. 진짜.. 이 갭.. 나만 아는 어쩔..

# 경복궁에 휘날리는 저고리 고름

경복궁 거리 앞 풍경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도로변에 주르륵 있는 한복 대여점 입구에서 줄줄이 한복을 입고 나오는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한국 드라마에서만 보던 고궁 안을 풍성한 한복 치마를 입고 걸어보고 싶은 로망, 엄청 이해한다. 유카타 빌려서 예쁘게 머리 또아 올려 아사쿠사를 걷고 싶잖아. 이런 판타지를 채워 줄 관광 루트가 잘 다져져서 너무 반가웠다. 많은 외국인이 한복을 차려입고 경회루 앞에서 사진 찍은데 어찌나 싱글벙글하던지 나까지 행복해졌다. 그런데 건들건들 선글라스에 삐딱하게 모자를 쓰고 하필 용포를 입은 주상전하들은 보고 있자니 불편하더라 ㅋㅋ 이것도 애국심인가? 화려한 노리개에 레이스 저고리에 한복이 겹겹이 있는 치마들은 어우동을 넘어 거의 베르사유 쪽 느낌이었다. 궁을 잘못 찾아오신 거 아닙니까. 하도 그런 신박한 한복들을 보자니 웃겨가지고 우리끼리 농담을 나눴다.
-다음엔 우리 까만 치마에 흰 저고리에 고무신 신고 유관순 느낌으로 와야겠다. 이것도 한복이잖아요! 공짜 맞죠! 이러자.
-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 여기에 찬물을 확 끼얹어?
-어어 가운데에 앉아서 대한 독립 만세 혈서 써 ㅋ 여기는 이런 데가 아닙니다!!! ㅋㅋ
어찌 됐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다 환영. 한복 체험 너무 찬성.

#한국의 자랑 팥빙수

너무 좋았던 곳. 추천하는 곳. <담장 옆의 국화꽃 COTT> 카페. 안녕 인사동 건물에 있다. 분위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너무 맛있었다. 우유얼음에 인절미, 팥, 대추가 올라가 있는 팥빙수. 세계의 자랑이여. 이걸 먹고 별로라고 할 인류도 있을까? 나는 <구움 국화떡 쑥> 맛도 시켰는데 견과류가 콱콱 박혀있고 겉은 단단하고 안은 쫄깃하고 너무 내 취향이었다. 다음에 오면 종류별로 다 먹어보고 싶음. 하나짱이 윰차 안에서 낮잠에 빠져든 동안 하루는 부리나케 팥빙수를 흡입했다. 도중에 깼나 안 깼나 수시로 확인하고 불안 불안해하며 쉬지 않고 먹었다. 혹시 의자 당기는 소리에 일어날까 봐 몸가짐 조심하면서 음식 입에 쑤셔 넣는 게 기냥 육아하는 어머님 같으셨다는 ㅋㅋㅋ

#청계천도 서울의 자랑

청계천에도 추억이 많다. 명동에서 일이 끝나면 청계천이 있는 종로까지 걸어와 일본어학원 수업을 듣고 집에 갔다. 친구들이랑 고기 먹고 여길 걸으며 아쉬움에 수다도 길게 떨었고 일본에서 친구가 오면 꼭 여길 들렸다. 케군이랑 연애할 때도 청계천 등불 축제도 보고 마치 숙제처럼 근처 연타발에서 대창은 꼭 구웠더랬다. 하루랑 케군이랑 셋이서 온 적도 있었네. 생각해 보면 케군이 여기 되게 좋아하는 거 같다. 지난번 겨울에도 엄청 추워서 꽁꽁 얼 거 같은데 청계천 보러 가자던 케군. 나도 여긴 언제 봐도 참 예쁘다. 노을 지는 물가에 하루랑 하나랑 앉아서 짧은 다리를 쫑쫑 드리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흐뭇히 웃었다. 어느 외국인은 사진을 찍어가셨다. 하루도 열심히 작품활동을 했다. (날짜가 있는 사진은 하루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날짜는 설정이 잘못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