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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일 없는 착장이지만 내년의 나를 위해 기록합니다. 매년 시즌 옷 정리하고 나면 당췌 작년엔 뭘 입고 다녔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막바지 세일 때 사서 아주 잘 입고 다닌 줄무늬 민소매

대학가 앞에 오래 된 다방 하나를 찾았다.

특히 서양사람들 뜨악할 정도로 낮은 의자들이 내겐 너무 편했다. 무릎이 아주 직각으로 접히는 것이 공부가… 잘 돼네…. 무슨 효과지.

예전엔 신나게 흡연했을 것 같은 분위기지만 냄새 없고 부지런히 틈만 나면 청소해 놓으신 티가 나는 곳.

케이크 맛은 쏘쏘.
내겐 커피젤리랑 코코아가 맛있었다.

일요일, 피부과에 온 김에 긴자를 휘휘 둘러본다.

적극적으로 무언가 밀어부치는 인물과 무드가 없는 일본은 자연스럽게 위드 코로나가 된 지 오래이지만 그런 일본에서도 이런 느낌의 문화적 이벤트는 오랜만인 것 같은데.

유락초에서 도쿄역으로 가는 빌딩가에 테이블과 피아노가 나왔고 점심거리, 차,  디저트를 팔았다.
그리고 우연히 피아니스트 ‘하라미짱’을 목격했다. 여기 저기 공공장소에 설치 된 피아노에서 연주하는 모습이 유투브에 화제되 유명해 진 피아니스트. 예전에 케군이랑 뉴스에서 그녀의 연주를 보고 피아노는 칠 줄도 모르고 음악에 대해 딱히 아는 것도 없는 나지만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져 막 박수갈채를 쳤었다. 그런 하라미짱이 서프라이즈로 짠! 나타나서 폭풍 연주를 하고 사라졌다. 이 곳은 잠시 흥분의 도가니. 악기를 연주하는 세상 모든 분들. 존경합니다.

짧은 단발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군

(몇 살까지 흰티에 청바지를 입을 수 있나 기록용)

배경도 좀 찍고 싶은데 여보짱.

손을 휘저으며 협조하지 않은 아들 ‘ㅂ’ 에라이

목이 너무 늘어나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안녕을 고한 로고 반팔티.

깅엄체크 위

깅엄체크 아래

너무 추워서 깜놀한 어느 늦여름

다시 더워짐

음? 착장이 몇 장 없네?

복씅아 롤케이크

한 달에 보트를 두 번 탐.

8월이었나.
하루랑 같이 서점에 가서 각자 좋아하는 책을 골랐는데 “아이 뇌를 지켜주는 엄마 말하기 법” 뭐 이런 육아책이 있길래 하나 집어들었다.
처음 몇 장 만화로 된 프롤로그를 하루가 읽고는 엄청 신나는 목소리로 “엄마!! 엄마 이거 사서 읽어보자! 엄마 그럼 엄청 엄청 좋은 엄마가 될 거야!” 라길래. (뭐지. 지금은 어떤 엄마지?ㅋ) 그래그래! 아이랑 같이 보려고 샀다. 아이에게 소리지르지말고 차분하고 이야기하고 그게 왜 그래야하냐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과학적으로 적혀있어서 흥미로웠다. 당연하지만 잘 안지켜지니까 반복적으로 리마인드를 하는 수밖에 없어 이런 책이 집에 열댓개는 있지만 또 사게 되는 것이다.
아니 그런데 내가 이걸 적극적으로 읽고 있다는 걸 의식한 하루는 자기가 뭔 짓을 해도 엄만 화내지 않는 노력 중이란 걸 역이용하더라?
갑자기 버릇 어디갔지. 말투 왜 이러지?
가르쳐 준 적도 없는 말투로 “아 엄마 되게 못하네~ 완전 이상한 아저씨네. 짜증나 저리가” 말끝마다 나의 리미티드를 건드는 것이었다.
낮고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하지말라 몇 번 경고를 했는데도 안 먹히길래 버럭 썽을 냈다. 아니 의도치 않게 썽이 났다. (이런 걸… 어뜨케 참냐…;ㅁ;)
“엄마가 화 안내야 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너가 가족들이 화 나지 않게 행동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거야. 나쁜 행동을 보고도 엄마가 웃고 넘어가면 넌 나쁜 사람이 될테고 그건 엄마 탓이 되잖아. 하루 할 일은 뭐야! 학교 가고 밥 잘 먹고 양치하는 거지? 엄마 할 일은 뭐야. 엄마가 하루를 좋은 사람으로 키우는거지. 그러니까 엄마는 그거 잘못이라고 말해줘야 하는 거고. 그런 엄마가 밉고 싫어도 어쩔 수 없어. 엄마는 할 일을 해야 돼” 내가 자주 쓰는 레퍼토리인데..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건가? 여러 시각에서 평가 부탁드립니다.
하루는 바람빠진 풍선마냥 쭈글쭈글하다 잘못했다고 울었다. 에휴… 내 맘도 쭈글한 풍선됐어…

다시 시간을 되돌려도 똑같은 말을 할 것 같은 나.
좀 더 현명하려면 어찌해야 하나요.

가족들 먹거리가 들은 비닐 봉다리를 무릎에 얹고 간판 등불 사이를 달려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있으면 안심된다. 우리집으로 가는 저녁 버스. 강아지처럼 나를 반기는 하루 얼굴이 벌써 코 앞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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