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작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있지만 내게 인생을 가르쳐 주시고 있는 신상은 마치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화수분 같은 경험치 만렙의 소유자다. 늘 수업하기 전에 짧은 작문을 해 오는 신상의 보물 노트를 폈다. 일기처럼 일상 이야기가 쓰여있을 때도 있고 책이나 영화 이야기가 적혀있을 때도 있다. 그날은 딸아이의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신상에게는 30대 딸이 있다. 딸은 여자 중학교에 진학했다. 장신의 탄탄한 체구로 ‘아름다웠다.’ 그렇게 한글로 아름다운 몸이었다고 표현하셨다. 그런데 가장 민감한 나이에 무서운 속도와 정도로 여론이 침투하는 여학교에서 딸아이는 다이어트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먹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게 됐고 머지않아 거식증으로 이어졌다. 가족들은 점점 심각해지는 딸아이의 식이장애에 모든 생활..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여기 여기가 제일 즐거워... 내 호텔 (인수한 줄) 늦은 오후로 넘어가는 지금 이토록 인자한 정적 속 풍경과 손목의 시계가 매칭이 안 된다. 이 시간 도쿄라면 학교에서 집으로 달려오는 (천천히 와도 돼...) 하루가 총을 쏘듯 초인종을 누르면 (제발 살살 눌러줘..) 바빠지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우리 애기 다음 스케줄을 위해 머릿 속도 손 발도 풀가동이 시작되는 시간이라서. 게다가 이번 여행 내내 하루는 아빠 손 잡고, 아빠 차 옆좌석을 꿰차고, 온천탕도 아빠랑만 가니까 나는 같이 이동만 하는 관광객인 것처럼 (같은 투어 상품 쓰는 다른 손님? ㅋ) 퍼스널 스페이스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럼 나는 혼자 여성 전용 노천탕을 가 볼까? 밖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
7월 말이었다고 한다. 잊어버려서 사진첩을 뒤적여 언제 적 일이었는지 찾아냈다. 포스팅이 하얗게 비워진 공간만큼 내 인생이 지워져 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급했지만 계속 시간이 안 났다. (블로그의 부작용인가 그만둘까) 겨우 자리 잡고 쓰려는데 까맣게 기억이 안 난다. 날 '도리'라고 불러야겠다. 도리는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 친구 생선이다. 뒤돌아서면 깡그리 잊어버리는 그 단기 기억상실증 물고기. 장금이 언니가 이번에는 키치죠지로 안내했다. 도리도리 따라 간 그 곳. 四歩 네 걸음이라 쓰고 '십뽀' 라고 읽었다. 밥 집이었는데 잡화도 파는 곳이었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쓰고 자연스럽게 구경을 했다. 마치 강가에 고기잡이 하러 온 아이들 물장구에 아무 생각 없이 그물로 흘러들어 가는 송사리 떼 마냥. 쉭..
6월이었나.. 7월이었나.. (장금이 언니 제가 드디어 이 포스팅을 했어여.. 참 오래 걸렸다 ;ㅂ;) 오기쿠보 터주대감인 장금이 언니의 가이드를 받으며 찾아간 밥 집. 언젠가 인스타에서도 본 적 있는 꽤 유명한 고민가 (古民家) 정식 집이었다. 오래 된 주택을 이용해서 만든 가게라고 설명해야 맞는데 짧고 좋은 한국어 표현 없을까. 고민가는 마치 하여가, 단심가에 이어 고민하는 내용의 시조같고 말이죠… 언니가 예약 해 줘서 기다리지 않고 들어 갈 수 있었다. 분명 취업 축하한다고 내가 밥 사준지 한 달도 안 된거 같은데 벌써 첫 월급을 받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고 그 사이에 이미 언니는 지칠대로 지쳐있어서 (ㅋㅋㅋㅋ) 화들짝 놀랐다. 상사는 워커홀릭이고 동료는 단 한명이고 새벽에도 주말에도 문자가 오고 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