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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마루비루 (마루노우치 빌딩)에 좋은데 알아!”
이양의 주도 아래 애리, 나 이렇게 셋이 7월에 런치를 했다.

뭐든 물으면 다 나오는 정보통 이양은 어머님이 도쿄에 올라오시면 가끔 모시고 간 맛집이라며 조금 눈을 적셨다.
이양의 부모님은 말레이시아인이다.
의과대학 공부를 하러 오신 아버지는 의사 자격을 얻고도 일본에 매료되어 평생 이 곳에 살기로 하셨다. 그리고 공부가 끝나면 다시 돌아갈 줄 알고 따라 온 어머님은 어쩌다가 남의 나라에서 살게 되셨다.
예전에 이 이야기를 듣고 내내 고국을 그리워하게 된 삶을 상상하며 정말 마음이 아팠는데

그런 어머님 몸이 요즘 많이 안 좋아서 말레이시아는 커녕 딸이 사는 도쿄도 왕래할 수 없게 되었단다.
언젠간 말레이시아에 가시게 되겠지… 혹시 노후엔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하실 지도 모르지… 혼자 어머님을 위한 해피엔딩을 그려보곤 했는데 요즘 먼 훗날 같던 일들이 생각보다 빨리 눈 앞으로 온다.
벌써… 노약해지셨다니…

이양 어머님이 좋아하셨다던 부드러운 돼지고기 와인 찜. 나는 이양의 아버님처럼 내가 선택해서 왔고 삶이 더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큰 길목에서 한번씩 서럽고 그리웠었다.
부디.. 사소한 일상 모든 순간이 내 것 같지 않은 슬픈 삶이 아니었길 기도했다. 진짜.. 모르는 분인데.. 참 주제넘게도 왜 자꾸 생각이 나는지.

마루비루 레스토랑 층에 있는 음식점 죄다 분위기 좋고 수준이 높아보여 하나씩 격파하고 싶었다. 런치의 가성비라는 신이 내린 선물도 있으니까. 기다려랏! 하나씩 먹어줄거야!

그날 애리가 요즘 영어 공부 겸, 보는 넷플릭스라며 추천해 준 다큐를 봤다.
한국 제목으로는 <필이 좋은 여행! 한 입만>
먹방을 난 안 좋아한다. 내가 먹는 것도 아닌데 주구장창 맛있는 음식을 쳐다보기만 하는게 하나도 재미없다. 아무리 산해진미여도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일본 음식점 소개는 가끔 본다. 왜냐면 마음 먹으면 갈 수 있으니까. 근데 제일 이해 안가는 건 가서 먹지도 못하는데 세계 여러 각처의 (진짜 먼 곳) 진미 보여주는거. 짜증유발 ㅋㅋㅋㅋ
아무튼 그런 이유로 한국편만 봤다! 한국 맛에 대해 영어로 어떤 표현이 나오는지는 궁금하니까.
그런데… 신당동 떡볶이가!!

유명해서 가 봤는데 여기 진짜 안 좋아했다. 뜨겁고 (뜨거운 거 못 먹음) 이도 저도 아닌 맛이었는데… 내 기억엔 … 맵기만 했던 (맵찔이에 달달한 떡볶이 조아함) 것도 같고. 즉석 떡볶이 스타일이란게 그냥 신기했던 느낌?
근데 반가웠던 이유는 20대를 보낸 곳이 근처 약수동이었기 때문이다… 내 동네…

세계적인 프로그램에 우리 동네가 나왔단 게 즐거웠다.
애리한테도 자랑했다.
애리가 언젠가 꼭 데려가 달라고 했다!
제발… 코로나 때문에… 문 닫는 일 없도록 ㅠㅠ 응원합니다. 제 스타일 아니라고 한 거 진짜 취소. 때찌.
내가… 제대로 못 끓였을거야.

느닷없이 등장하는 코디컷

작년 아울렛에서 사 둔 흰 노슬리브를 입고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왔다. 이 날은 마지막으로 하루가 학교 등교하는 날이었다. 게다가 단축수업해서 12시에는 집에 온다. 나는 어딘가에서 평화로운 조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 될 것 같다!!! 서둘러!!!시간이없더!

찾다 찾다 무민 카페에 처음으로 가 봤다.
코로나 이전에는 항상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던 곳이었는데 양식에 애착이 없어 관심이 없었다. 요즘은 줄이 없으니 여기로 하자.

아.. 근데 …. 여기..
친구를 빌려주는구나.

-실례하겠습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왔다.
이런 귀여운 합석 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여기가 일본이라는 사실이 갑자기 실감나지 않나요
함께 셀카를 찍어도 너무나도 자연스럽습니다.

쟤는 마치 동창같군요

어찌나 크고 희고 말이 없던지.
이….익숙한… 이… 느낌.. 그러나 누군가가 함께 있단 이 느낌…. 케군이랑 둘이 밥 먹은 줄 알았네.

간질 간질해진 귀여운 마음을 한 가득 안고 나가며 담엔 줄을 서서라도 또 와야겠다 싶었다. 중독적이야…

카츠오 타타키
다랑어 회를 겉면만 그을려 반 조리한 음식이다.
보통은 갈은 생강, 간장을 찍어 먹지만 난 스리라차 소스에 ‘야마가타 다시’를 올려 깻잎에 싸 먹었다.
야마가타 다시는 오이 가지 등 여름 야채를 잘게 썰어 끈적한 양념(?) 스타일로 만든 음식이다. 밥 위에 올려 먹는다. 끈적한 이유는 다시마였던가…

마늘에 스리라차 소스만도 맛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조합이 뭐든 입에 넣으면 다 맛있는 듯… ;ㅂ;

디즈니랜드 갔다가 죽어가는 얼굴로 돌아오는 길.

아무생각 없이 시켰는데 880엔짜리여서 땅을 치고 후회한 프라페. 카페 파스쿠찌였다. 정말 째깐했는데…

7월에 나와 케군이 화이자 접종을 시작했다.
물론 모든 것은 나의 행동으로 성사되었다.
접종권이 왔다고 집으로 누가 찾아와 주사를 놔 주지 않고, 맞을 수 있는 방법이 여러개 있다는 건 반드시 그 중에 가장 빠르고 현명한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예감했다.
그리고 발빠르고 민첩한 마마토모가 있는데 그 친구는 어떻게 했는지 물어봤다.

30대 후반 (만 나이로 30대에 턱걸이 중이었다 ㅋ)접종예약 개시는 8월이 되야 한고 도쿄 단체 접종은 슬슬 예약이 아슬아슬했다. 그래서 동네 병원에 구석구석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잔여백신 어플? 그런 거 없다. 우편엽서로 응모하는 게 아니라 다행일 뿐이다.
여기까지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행보였는데 나는 같은 병원에 다른 날 여러번 거의 출근도장을 찍듯 전화를 걸었다. 비굴모드로 읇조리는게 포인트다.
그랬더니 여러 병원 관계자 분들이 속사정을 이야기 해주셨다. 그 중에 8월부터는 도쿄에서 백신 공급이 어려울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발에 불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더 본격적으로 전화를 매일같이 돌리자 자주 가던 피부과에서 드디어 예약 캔슬이 나왔다. 스스로 돕는자를 하늘도 돕는거시다! 그렇게 케군은 내가 차려준 밥에 숟가락만 얹어서 7월 중으로 화이자를 접종했다.
그리고 나서 델타 변이가 급증을 했다. 정말 난리가 났다. 케군은 진짜 나한테 고마워했다.

나를 업고 다녀라!! 어서!!

얼마 전에 택시 타고 운전수 분이랑 짧은 대화를 나눴다. 기사 할아버지께서 앉자마자 자연스럽게
어느 대학에서 실험을 했는데 말이죠. 1차만 백신 맞은 사람들이랑 2차까지 맞은 사람들이랑 아예 안 맞은 사람들이랑.. 누가 몇프로에 누가 얼마나 걸리고.. 그렇다더라고요 하면서 백신 안맞으려는 젊은 층은 아닐까 노파심에 열심히 피력하셨다.
이른 시기에 2차까지 다 맞았다고 하니 오히려 놀래시면서 아니 어떻게 그렇게 빨리 하셨어요?
이야… 좋은 색시네. 우리 어머니 같네 하셨다.
아까 분명, 어머님이 엄청 적극적으로 온동네 뒤져서 백신 예약해 주셨다고 기가 아주 세다며 살짝 디스 하셨잖아요ㅋㅋㅋ 나 똑똑히 기억하는데.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자기 모습이 한 번은 언젠가는 어떻게든 사는데 도움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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