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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가만 보니까 발음을 후드려 패면 언어 습득이 극적으로 빨라지는 게 아닐까라는 가설이 생겼다.

내가 본 한국어 학습자는 다양해서 (이제 곧 수업이 100회 달성이에요 유후) 10년을 배워도 아직 회화가 서툰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배운 지 2년밖에 안 된 독학파가 끊이지 않고 술술 말하기도 한다. 사실 말한 내용을 전부 타이핑 쳐 놓으면 10년 공부한 분이 문법적으로 훨씬 정확하고 2년 학습자는 애매하게 아는 말도 많고 조사도 많이 틀리는데 압도적으로 2년 학습자가 ‘한국어 잘한다!’라는 강한 인상을 준다. 학습이력을 모르더라도 말이다.
그런 분들의 특징은 발음이 너무 좋다는 것.
그분들은 발음 공부를 자주 한다. 단어 하나하나 여러 번 듣고 자주 따라 하고 소리 내서 해 본다. 그리고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학습자의 특징은 발음이 안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순환의 시작은
발음이 좋다 - 바로 칭찬을 받는다 - 자신감을 얻는다 - 틀린 거 같아도 걍 일단 던지고 본다 - 누군가 고쳐준다 - 새로운 어휘를 흡수한다.

악순환은 이렇다.
발음이 안 좋다 - 네? 상대방이 되묻게 된다 - 자신감을 잃는다 - 아웃풋의 횟수가 적어진다 - 새로운 어휘를 집에서 외워서 말해봐도 발음 때문에 소통이 안 된다 - 상대방이 뭐라고 하셨죠? 되묻는다 - 자신은 늘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참 신기한 게, 발음이 좋은 사람들은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 휩싸이지만 “어 괜찮아 난 문법은 되게 잘하니까” 이런 자신감을 갖는 학습자는 거의 없다.

내가 영어에 재미를 붙인 것도 일본사람들 사이에서 그룹 회화하면 받침 있는 나라에서 온 나의 발음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다른 학생들의 눈빛. 일본인 발음만 듣다가 받침 있는 나라 사람이 하는 영어를 듣고 눈이 띠용한 네이티브 튜터들의 폭풍 칭찬을 받고 - 자신감이 샘솟는다! - 나는 영어를 잘한다고 착각한다! - 집에서 더 많은 어휘를 배워 간다. - 또 써먹어본다! - 그 발음도 막 통한다 - 칭찬받는다 - 와 씨 나 쩐다 - 또 배운다. 이런 선순환이 큰 지분을 차지했던 것이다.

물론, 유튜브나 다른 영어 배우는 동영상 보면 금방 착각이었던 것을 깨닫지만 다시 그룹 회화만 가면 수업 끝나고 어쩜 발음이 그렇게 좋아요~ 제가 외국에 갔을 때 한국인들 다 영어 잘 하드라고요~ 평소에 뭘로 공부하세요~ 이런 칭찬 듣고 다시 자만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다요.
(여러분, 일본에서 영어 배우세요.)

아 그래서
요즘, 한국어 수업할 때 자주 하는 칭찬이 조금만 좋아도 발음 너~~~무 좋아요!! 꼭 해 준다.
그러면 그 학생 눈에 자신감이 차 오르는 게 보인다.

근데 얼마 전에…. 하루가 영어 학원에서 배워 온 문장을
I’m good at it
아임 굳 앧 읻
이렇게 로봇처럼 읽길래
아임 구래릿. 해봐. 했더니
아임 구… 래….릿…
아…!!! 안 할래 이거 쫌 부끄러!!
링킹을 부끄러워했다.
망한 스멜이….
영국식 영어를 잘하네라는 칭찬으로 어떻게 좀 밀어붙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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