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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그룹 레슨에서  60대 여성분을 만났다. 자기소개를 하시는 첫 문장부터 발음이 예사롭지 않으신 게 일본인에겐 들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현지에 살다 온 게 아닌데 이렇게 영어 발음 굴러가는 일본 사람 처음 만났다. 모두가 궁금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스스로 오랫동안 중국어 선생님을 하셨고 특히 중국어 발음 교정이 전문이라고 하셨다. 오오- 그 어렵다던 중국어를.  내 옆자리에서 나랑 짝을 이뤄 다이얼로그 파트너를 하게 됐다. 다른 팀들보다 일찍 끝내고 도쿄의 맛있는 중국집 가르쳐달라거나 영어로 사담을 나누면서 살짝 친해진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이 분은 참 아는 것도 많고 이력도 굉장하고 그런 나이임에도 열정 있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보여 너무 호감이다…라는 인상 속에 수업을 마치고 일어났는데 나한테 Job을 물어보셨다. 나는 a housewife라고 간단하게 말했고 그 순간 뭔 일이야? 이분 눈빛이 과외선생님처럼 째릿 바뀌더니 안 되죠.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홈 메이드’라고 해야죠. 날카롭게 고치는 게 아닌가. 그 찰나의 내 기분은 그냥 가만히 있다가 바나나 껍데기 맞은 거 같달까. 그냥 웃으면서 몰랐다고 헤어졌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웹에 검색해 보고 맞지도 않은 말을 들었다는 사실까지 알고 나니 찝찝함이 점점 번졌다. 며칠을 좀 황당했다. 뭐야. 아니 뭔데… 그리고 How to get away with murder (범죄의 재구성) 미드를 보고 있는데

Homemaker란 표현이 나오는 것이다.
이거네!!! 홈메이드가 아니라 홈메이커라고 말한 거였어.. 갑자기 훅 들어온 지적질에 내가 순간 삐뚤어져서 뒷 말이 하나도 안 들리고 자기 맘대로 기억을 재구성했던 것이다. 그분은 제대로 알려주셨는데 그냥 내 기분이 정보를 각색했던 것이야…

아…

이 일로 나는 정말 크게 깨달은 일이 있었다.
아무리 알려줄 게 있어도 상대방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 해도 첫 만남에선 가르쳐 들려하지 말자.
메주는 콩으로 쑤는 게 아니에요-란 소릴 해도 웃고 있자. 우린 지금 처음 봤잖아?

뭘 가르쳐줘도 첫 만남엔 곧이들을 수가 없더라. 정말 그 사람이 제대로 알길 바란다면 타이밍도 배려해야 하는구나라는 인생의 교훈하나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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