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흔들려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예쁘니까.

어느 저녁시간 시험 합격 시켜주기로 유명한 마을 신사에 산책을 나왔는데 수북한 소원들 속에서 아름다운 글을 봤다.
” 합격기원 아빠가 제61회 마취과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게 해 주세요. “
중학생 이상은 되 보이는 반듯한 글씨의 아이 아빠라면 최소 마흔 이상이실 텐데 의사에 도전한다니 멋져죽겠다. 가족들의 응원 속에 꼭 단번에 합격하셨길.

돌돌말아 컴팩트하게 접히는 테이블을 가지고 학교 끝나고 오붓하게 피크닉도 다녔다. 주판 숙제 끝내고 체스를 뒀다. 처음엔 몰래 져 줬는데 이제 팔 걷어부쳐도 못 이기겠다. 내가 더럽게 못하는 것도 있지만 남자아이의 승부욕은…
자주 보는 아들 교육 유튜브 ‘김민준TV’에서 그랬다.
-남자들은요. 여자친구가 ‘오빠 나 엄청 맛있는 맛집 알아!’ 하면 뭐라는 줄 아세요? ‘내가 더 맛있는데 알아’ 이래요.
진짜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ㅋㅋㅋㅋㅋ 정말 너무 웃겼다. 하루도 저러거든 ㅋㅋㅋ 애가 어려서 저러는 줄 알았는데 어른이 된 남자도 저런다고랔ㅋ

참고로 케군은 승부욕 이전에 대화 의욕이 없기 때문에 거의 듣고 있기만 하는 편이다.
내가 한 번은 여보한테 저렇게 수다스러운 아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 봤어? 엄청 말 많지 않아? 어때?
물었더니.
ー楽でいい
편해. 좋아.
아들의 인생을 점쳐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어떤지 대답했다. 어이가 없네 ㅋㅋ

동네 식물원에 피크닉 갔던 날
이게 가을 같지만 사실 도쿄의 초겨울이었더랬어요.

입장료 파는 곳에 길 고양이가 접객을 하고 있었다.
돈은 낼 테니 입구에서만 놀면 안 되겠습니까.

작년 11월에 좀 특이한 개기월식이 있던 날
유튜브 라이브로 달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케군이 객기로 산 천체망원경을 혼자 낑낑 설치했다. 두어번 만지작대더니 처박아둬서 먼지 쌓이는 걸 보다 못해 내가 궁시렁거리며 또 커버씌워 잘 보관해뒀다가 이젠 그게 어딨는지 알지도 못하는 구입자를 대신해 (아오! ) 이때 아님 또 언제쓰겠나 하아.. 밥하다 말고 꺼냈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달을 하루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국민학교 동창 그룹방에 다들 달 사진을 주고받다가
남자 동창들이 달 봤냐고 마냥 신나 하는데
여자 동창들이 다들 밥 하다 말고 뛰어 나갔다
밥하고 치우느라 정신없어 죽겠는데 이 이 시간에 개기월식을 하고 난리 다냐 (그렇다고 애들한테 안 보여주는 건 또 싫어) 불평불만을 했더니
남자 동창 한 명이
-달님이 잘못했네~ 다음엔 밥시간 피해서 부탁요.
귀여운 멘트를 날려 다 같이 ㅋㅋㅋㅋㅋㅋ을 띄웠다.

아빠의 로망이라며?
아들이랑 같이 구기종목 하는 거

폼은 진짜 그럴싸한데
한 개도 못 맞췄다.

자켓도 벗고 파이팅 넘치게 재 도전했는데
한 개도 못 맞췄다.
우리 애기 갱차나~

혼자 에비스역 미술관에.

푸드 트럭 분위기가 좋았지만 줄 서기 싫어

지하 슈퍼에서 타코라이스를 사다 먹었다.

도쿄도 사진 미술관 TOP MUSEUM

내가 본 전시는
<신기한 힘>  Small Miracles
野口理佳 노구치 리카

그녀는 가족들을 총동원에

신비로운 찰라가 카메라에 맺힐 때까지 여러번 실험해서 결과물을 얻는다고 한다.
그 과정도 엄청 재밌을 거 같다.

하루 뒷덜미의 말랑한 살갖이 너무 좋다.

파자마에 새겨서 집에 들어오면 입고 다니고 싶은 문구다. 남편과 아이를 내 인생의 귀한 손님처럼 여겨라.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