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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 차게 내가 준비한 후라노 호텔은 <히토하나> 一花 여긴 이 근처 중 가장 최근에 오픈한 곳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특이점은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회사가 만든 호텔이라는 것. 그래서 리셉션에 자사 와인을 언제든지 시음할 수 있고 판매도 한다.

대중탕이랑 방 사이즈는 올망졸망함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었지만 저걸 돌리는 시간도 아깝고 남은 여행은 이틀밖에 안 남아서 패스. 하루 양말만 넉넉히 가져왔는데도 좀 부족했지만 그냥 고 코딱지만 한 발꼬락 들어가는 천 쪼가리 세면대에서 후딱후딱 빨아 널었다. 어뗨 아직도 냥말, 송수건들이 쪼꼬마코 귀여운지. 폐도 심장도 다 쪼꼬말텐데 그런 파트들이 다 잘 움직이는 게 생각만 해도 기특해… 간지러…

좋은 브랜드 침대였던 기억이.. 꿀단잠
성공한 일곱살이다. 나 어릴땐 이런데 꿈도 못꿈

실내복.

호텔이 유카타나 (둘러 입고 끈으로 매는 타입) 사무에 (위아래 나뉜 바지 타입)을 제공하는 곳은 그걸 입고 온천, 조식, 매점 전부 갈 수 있지만
이렇게 파자마로 제공하는 곳은 온천은 괜찮지만 조식 먹으러 가기엔 조금 망설여진다. 딱히 국룰은 아닌데 파자마 입고 조식 가도 돼요? 물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가끔 어떤 곳은 조식 먹는 곳에 파자마는 자제해 달라는 당부를 받기도 한다. 여긴 파자마 입고 아침밥 먹어도 된다고 하셨지만 이 새하얀 홈웨어 스타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긴 좀 그랬다. 실제로 아무도 안 입고 왔음.

대중탕보다 방에 있는 어메니티가 월등히 좋아서 샤워실도 썼다. 엄청 좋은 냄새.

북해도 26.8도!

줄무늬 긴팔티/ 카키 바지를 입고 저녁밥을 먹으러 갑니다. 사실 와이너리 호텔의 최고 장점은 기절하도록 와인을 부어 마시고 방에 올라가 뻗을 수 있다는 점인데 (케군의 욕망) 내가 실수로 저녁밥 비포함 플랜을 예약한 것이다!!! 그걸 깨달은 순간 부부의 위기를 느낌… 부리나케 저녁식사 추가할 수 있냐고 전화했지만 여긴 호텔에 투숙하지 않아도 각지에서 찾아올 정도로 레스토랑 (평점 별점 리뷰 매우 좋은 곳!!) 예약 경쟁이 치열해서 당연히 자리가 없었다. 망해꾸나. 할 수 없이 근처 제일 큰 리조트 호텔 일식집에 예약을 했다. 며칠간 그 생각만 하면 나는 내가 너무 싫었다. 이렇게 중요한 일에 실수를 하다니요. (난 아닌데 케군한테 매우 중요함)
그런데 체크인 하루 전에 호텔에서 전화가 왔다. 테이블 하나 캔슬 났는데 오시겠냐고!!!! 와!!! 이 분들!! 친절하고 일도 잘하네!! 가만있어도 전화가 빗발칠 레스토랑이 투숙객에게 먼저 연락을 해 준 센스. 나는 수화기를 잡고 호텔 방향으로 큰 절을 올렸다. 이렇게 부부 문제를 원만히 해결. (케군의 실망한 표정과 다시 새 생명을 얻은 표정 나만 구경한 거 아깝군)

엄청 기대를 안고 간 호텔 레스토랑

뭐지 왜 남자들 다 흰티 입고 있지 사원여행아님 단체티아님
요리 시작전 브리핑 처음 봄

셰프님이 오늘의 전채요리부터 디저트까지 어떤 재료를 썼는지 프레젠테이션을 하셨다. 특히 야채 하나하나에 애정을 가지고 설명하시는데 아스파라거스가 어디에서 나고 어떤 맛인지 도쿄랑 무엇이 다른지, 주목해야 할 재료가 무엇인지 이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각 코스마다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니까 자신들이 생각한 요리와 와인의 조합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와인 코스를 추가해 달라고 했다.
케군은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듦.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려고 케군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들고 있음.

먼저 맥주 한잔 마시고 시작하다고 하심

북해도엔 삿뽀로 클래식이라는 캔맥주도 유명하니까 생맥주는 더 맛있을 거예요. 북해도에 당최 평범한 재료는 무엇인가.

그리고 나랑 하루는 고민 고민하다가 포도주스를 한 잔 사서 나눠마셨다. 와이너리에서 짠 생 포도. 이걸 지나치면 아까울 거 같아서. 근데 한 잔에 700엔이었다. 뜨아.

갓 구운 빵도

요래 맛있고요

애들은 (거의 요금도 안 받았지만) 또 그렇고 그런 플레이트가 나온다. 처음에 나온 옥수수 수프가 수라상에 올라가도 손색이 없을 진국이었는데 그건 또 너무 옥수수 같다며 안 먹었다. 참네… 입 짧고 편식쟁이 애들은 그렇고 그런 플레이트가 차라리 나아요. 정성을 들이면 들일수록 거부하는 알 수 없는 메커니즘이거든요.

그리고 대망의 전채요리 플레이트!! (2인분용)
이건 꽃다발인가 작품인가 요리인가.
너무 아까워서 젓가락 끝을 주저하게 된다.
왼쪽에는 소금 간 완료된 해산물들이 산을 이루고 있고 앞쪽엔 애호박 느낌의 북해도 야채 튀김, 뒤에 우엉, 토마토 등등 그릴 꼬치구이, 데친 야채, 감자, 옥수수 (종류별로) 북해도 생 햄 (햄도 유명함)

뒤엔 감자튀김, 마늘빵 (바질 페스토), 살짝살짝 오리고기 같은 것도 껴있다. 같이 주신 안초비 소스가 너무 맛있어서 좀 더 달라고 부탁했다.

이건 호오즈키라고 하는 열매였다. 한국말로 찾아보니 ‘꽈리’라는데 꽈리 고추의 꽈리 아니고 뭔가 방울방울 열리는 (붉은색) 주머니들 같은 모양이다. 일본에서도 식재료로는 생소해서 이걸 먹어 본 건 처음이다. 알고 보니 가지과의 식물이라고 한다. 먹을 때 토마토 같기도 하고 가지 같기도 했다.

우리 테이블에서 오른쪽 대각선에 보이는 여성분은 유투버로 추정. 혼자 코스를 즐기며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을 찍으셨다. 오오- 실제로 저런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라 부끄럽진 않을까? 대단한 용기다. 싶었는데 레스토랑 쪽도 좋아하는 눈치고 나도 몇 분 지켜보니 금방 익숙해져서 별 감흥이 없어졌다. 당사자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동하니까 그랬던 것 같다.

포도주스 엄지 척! 진하고 프레쉬하고 달았다. 700엔 납득함…

메인 요리는 위에 생선, 왼쪽 소고기, 오른쪽 돼지고기.
생선을 비닐로 싼 이유를 나름 생각해봤는데 저걸 싸서 조리한 건 아닐 테고 바질 소스가 다른 고기에 묻지 않게 싸 둔 게 아닐까? 가운데를 손으로 뜯으면 좌우로 쉽게 벌어졌다. 바질 소스도 다른데 흘리지 않고 생선에만 묻혀 먹을 수 있었다. 엄청 오래 생각한 나의 결론.

자사 와인뿐만 아니라 프랑스 와인도 셀렉 되어 있었다. 잘 모르지만 좋아 보임….

마지막 디저트. 앞에 반달 모양은 샤베트였습니다.

노보리베츠의 여관 일식도 좋았지만 나는 오늘 먹은 후라노 창작 코스가 홋카이도 먹부림 중 최고였다. 먹어본 적 없는 야채는 물론이고 같은 재료를 다르게 조리하고 다르게 담아내는 테크닉을 경험해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잠시 산책한 홋카이도의 밤하늘엔 영화처럼 별들이 무수해서 셋 다 넋을 놓고 봤다.

여성용 스몰 사이즈인데 못 입을 정도가 아니네.

어제 노보리베츠 온천 여관에서 ‘웰컴 간식‘으로 받은 도라야끼 (팥빵)을 챙겨 뒀다가 하나씩 줬음.

온천이 있는 호텔에 가면 대부분 녹차와 당분이 있는 간식거리가 놓여있는데 장시간 탕에 들어가서 탈진할까 봐 탕에서 나오면 혈당 높이고 수분 보충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렇게 오늘은 셋째 날 굿나잇~

아침 일찍 혼자 일어나서 목욕하고 화장까지 했습니다. 여긴 그냥 뜨건 물일 뿐 진짜 온천물은 아니어서 뚜룬뚜룬 탱글탱글 이펙트가 없네요.

하아… 여기 히토바나의 조식을 또 내가 거론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구구절절 거론하긴 하는데 여긴 특히 내가 열 띄게 걸고 넘어가야 할 곳이다.
먼저, 홋카이도 산지의 브랜드 우유 3가지를 비교하면서 마셔볼 수 있음. 산뜻함과 농후함의 정도가 달랐다. 샐러드, 양식 반찬은 평범하다치고 이 집 무슨 쿠커를 쓰는 거지? 푹 고아 나오는 수프가 매일 아침마다 최고인 것. 이 날은 오른쪽 위에 어니언 수프가 그랬다. 소고기를 푹 고아 양파는 형체가 사라질 정도로 푹 끓였는데 양질의 소고기에서 우러난 이 맛이…. 가…. 갈비탕! 흡사 갈비탕이었다…

빵도 맛있고요~
그런데 홋카이도에서 맛있어 맛있어하면서 빵 잘 먹었지만 다녀와서 매일 가던 도쿄 빵집에서 빵을 먹으며 다시 생각했다. 빵이.. 일본 빵이 어딜 가도 너무 수준이 높고 맛있으니까 홋카이도가 유난히 맛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 같다. 심지어 집 앞 편의점에서 저당질 크로와상을 사 먹어도 푹신하고 버터 버터하고 짭조름하고 겁나 맛있다. 체인점 베이커리도 깡그리 다 맛있고 가끔 개인이 하는 베이커리나 이름난 유명 빵집에 가면 입 틀어막게 맛있다. 정말 짜증나게 빵이 맛있다. 체중 감량 잘하다가 가끔 삐끗하는 건 라면이나 곱창이 아니라 일본에선 빵! 그놈의 빵!이다.

그래서 얘도 빵돌이. ㅎㅎ
아무튼 일본에 오시면 1일 1 빵을 꼭 하시길 바라며 이제 다음 포스팅은 홋카이도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관광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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