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 6살 8개월

고작 몇 달전 일인데 참 아기다.

이것 저것 아침에 밥을 차려놔도 편식이 심하고 미소시루를 마실 기분이 아니네. 별로 안 배고프네. 내 마음만 상해서 전자렌지 사용법을 가르쳐줬다.
간장 바른 냉동 야끼 오니기리 하나를 데워 먹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가 학교에 가겠다며 (밥 대충 빨리 먹고 텔레비전 보면서 준비하고 학교가고 싶은 하루) 일어나지 말란다.
하루가 알아서 밥 먹고 옷을 다 입을 때까지 자다가 느즈막히 일어나서 물통 챙겨주고 안녕~ 배웅만 해주게 되었다. 왠지 중학교 가면 매일 도시락싸느라 새벽같이 일어나야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원래 인생이 공평한 법이니까.

같이 ‘카모메 식당’ 영화를 보고 거기에 등장하는 시나몬 롤이 너무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시켜줬다.

운동부족인 두 녀석을 큰 공원에 데려다 놨더니 연을 챙겨와서 날린다.
연이 바람을 타고 한참 날고 있는 걸 한 시간 넘게 우뚝 서서 지켜보고만 있다. 운동을 하라고….

바다를 보여줬더니 우뚝 서서 지켜보고만 있다.

운동을 하라고….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에 띵언이 너무 많아서 중고로 사서 소장했다.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60가지 말>

이분이 그 유명한
‘남편은 개라고 생각하자. 아예 다른 생명체라 생각하면 편하다’ 의 작가였다. 이런 논란 문구를 던져도 무사한 이유를 알았다. (참고로 남자 선생님) 영재 교육의 선구자로 포기하지 않는 힘을 기르는 유명한 ‘하나마루식’ 교육법의 창시자고 그런 유치원을 많이 설립한 분이셨다. 거기 들어가려면 경쟁률이 어마어마! 친구 아들이 그 유치원 출신인데 졸업 발표회가 마치 올림픽을 방불케 했다. 모든 원생 전원이 물구나무 서서 거꾸로 걷고 10단짜리 뜀틀을 뛰어넘는 기교를 선보인다.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성공 체험을 통해 강인함을 길러주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한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부모님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오열을 하는 현장… 비디오 보다가 나도 눈물이 줄줄났다. 이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하나같이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남도 잘 돕고 공부도 전투적으로 잘함.

‘아들은 투구 풍뎅이다 생각하고 관찰하자’

‘사춘기 여자 아이는 신입 사원이란 생각으로 대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미묘한 분위기도 바로 알아채니까 정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될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 파트 대충 읽어서 잘 기억안나는데 궁금하신 분 계시면 정독해서 다시 알려드립니다)

원래 셀카 찍고 있으면 끼어들어야 하는데?

숨어?

역시 끼어듦.

독차지

신주쿠교엔

스파게티로 저녁밥

오전에 학부모 참관 수업 갔다가 집에 와서 옷 갈아입고 로보트 교실 셔틀했다가 정신 없이 왔다 갔다 종아리가 긁힌 줄도 몰랐다. 꼭 이렇게 일이 겹칠 때 왜 케군은 결혼식장에 가는가.

둘이 동네에 새로 생긴 보드 게임장에 갔다왔다.

카드 게임들이 너무 어려워서 얼음깨서 자석 잡는 놀이정도 밖에 즐기지 못했다.

하루가 구독하는 어린이 신문에 어떤 학생이 투고한 글. 일본어를 번역해서 정성스럽게 한글을 썼다. 트와이스 지효에게래 ㅠㅠ 너무 사랑스럽…

바람이 칼같고 너무 추웠던 날
케군의 나이스 추천으로 따뜻한 온실에 놀러갔다.

도착하자마자 매점으로 직행해서 간식 하나씩 먹고

무지 작았는데 싱가폴 온실 식물원이 좀 생각날 정도로 좋았다.

이기적이게 보이는 사진이구만 ㅋㅋㅋㅋ
하루는 계속 움직여서 잘 나올 수가 없었다.

온실 베란다? 로 이어져 있는 곳을 빼꼼히 보니 이런 풍경이 보였다. 갑자기 아주 오래 전 혼자 여행한 부산의 기장이 생각났다.

와~ 좋다…

마무리는 근처 대형마트에 들러 식재료 쟁이기

이제 쌀가마도 들어주는 듬직 아들이다.

어린이 신문은 내가 제일 정독하는 거 같다. 정말 내 수준이다… 몇 번이나 사진 찍어서 스크랩 해 두는지 ㅋ 이번에는 감자 도감!

처음 듣는 일본 속담을 숙제로 가져온다.
一寸の虫にも五分の魂？
작은 벌레에도 5분의 영혼?
찾아보니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랑 비슷한 말이었다. 이제 내가 커버 칠 수 없는 날이 가까워져옴을 느낀다. ㄷ ㄷ ㄷ ㄷ ㄷ

하루가 만든 카드게임
뒤집어서 같은 그림 페어 찾기.

그냥 아무거나 페어 만들어서 가져갈 수 있는 스페셜 카드도 있음.

케군이 트럼프를 사 왔다.
원카드 놀이를 가르쳐줬다. 심플하고 스릴있어서 집중도 잘하고 진짜 좋아했다. 만5,6세에게 매우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