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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시작 전이지만 다 털지 못한 유월의 사진. 뒤태가 이제 청년스럽네.
근데 하는 짓 좀 보래요.
박스에 뭘 덕지덕지 붙여 수제 책상을 만들었다. 과자 통은 청테이프로 붙여 연필꽂이로 하고 쓰레기 봉지도 달려있고 뭐가 많다. 문제는 숙제하려고 앉으면 지우개 한 번 연필 한 번 쓸 때마다 각각의 소재지에 넣었다 뺐다가 주객이 전도돼서 개정신머리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다행히 싫증 났다. 바로 퇴출시킴.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은 자전거를 마지막으로 탔던 날. 새 자전거는 살 건데 산타한테 받은 자전거는 버리지 말아 달란다. 둘 데도 없고 나중에 버리려면 돈이 드는데 (헌 자전거 공짜 처분 서비스가 있어서) 새 자전거랑 교환하면 될 것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진짜로 산타의 존재를 믿는 어린 영혼이 너무 사랑스러웠지만 우리 부부는 늙은 영혼이라 단호박.
기아 6단짜리 자전거를 샀다. 2년 전까지 자전거 못 타는 사실을 부끄러워했단 게 믿기지 않을정도다. 아빠랑 매주 30분을 달려 할아버지 집에 간다. 내가 서울에서 오사카로 왔을 때 몇 배로 많은 전철 라인 수에 깜짝 놀랐었다. 그리고 오사카에서 도쿄로 왔는데 또 한참 늘어난 전철 수에 입이 벌어졌었다. 반전은 전철 라인 맵만 보고 놀랐던 사실. 거기에 추가로 지하철 맵은 한 장 더 있었다. 너무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지하철과 전철을 한 장에 다 그릴 수가 없는 거였다. 그런 복잡한 도시를 케군은 구석구석 아는 게 신기했었다.
-고등학생 땐 집에서 자전거로 시부야까지 놀러 가고 그랬어.
이 말이 얼마나 쩔던지. 나의 설렘 포인트 이상함. 아무튼 하루도 도쿄를 잘 아는 남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써 놓고 보니 이상한 희망사항이네.
애미랑 둘이 스시 집.
케군이 하루한테 생애 첫 프라모델 (플라스틱 조립이라서 프라모델인가 보다. ㅎㅎ )을 사줬다. 어지러울 정도로 산더미 같은 부품들을 여덟 살이? 솔직히 포기할 줄 알았다.
그런데 조금씩 조금씩 끈기 있게 하더니 결국 완성시켰다. 이 과정 중에 내가 제일 성과라고 생각한 부분은 끝까지 완성시킨 것보다 섬세한 과정을 해 낸 것보다 사실은 어느 정도 포기할 건 포기할 줄 알았던 순간들이다. 부품들이 너무 작다 보니까 어른도 힘 조절이 어려운 파트가 많았다. 백 프로 딱 맞는 것도 아니어서 부러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이 하이퍼 매뉴얼 성향인 하루가 얼마나 짜증을 내며 좌절을 해댈까 그게 사실 걱정이었는데 두어 번 겪으며 그래, 결과물에 비하면 이 부품은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해.라고 스스로를 다스렸다. 몇 개 바스러진 작은 부품들을 과감히 버리고 빅 픽쳐를 향해 포기하지 않았다. 장하다. ;ㅂ;
하루랑 같이 본 어느 전시에서 일본에 전해진 최초의 해부학 책 샘플을 봤다. 사람 몸이 오장육부뿐이라고 알고 있던 일본인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고 한다.
유럽 책이어서 남자 여자의 머리 스타일이 유럽 스타일이다. 그림들 너무 흥미진진 신기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하루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러고 잠들었다.
나는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하루는 독서 감상문을 위한 독서를 하러 <코메다 커피>에 갔다. 햄버거를 시켜봤는데 세상 큰 것이었다.
어린애 얼굴만 했다. 하지만 하루 얼굴도 만만치 않게 커서 잘 전달이 안되네?
아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방학. 낮에는 꼼짝도 할 수가 없어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기 한달 째다. 조금만 덜 더웠어도 여기저기 다닐 수 있을 거 같은데 내 의욕은 이 습기 속에 다 녹아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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