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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시마에 다녀온 다음날도 무작정 전철을 타러 나갔다. 한국은 추석 명절에 연휴를 지내지만 일본은 절기와 상관없이 8월 15일 전후로 여름휴가 기간인 회사가 많다.
그래서 학원 선생님들이 쉬었고 덕분에 학원 수업도 없었다.
8월 15일 즈음의 일본 여행은 피하는 게 좋다. 일본인도 휴가를 가서 호텔이 극성수기 요금이 되기 때문이다. 도쿄 관광지가 일본인 + 외국인으로 더욱 붐비기도 하고.


하지만 보통 출퇴근 열차로 사용되는 사이타마나 치바 외곽 쪽 열차가 텅텅 비어있었다.

계획이 아예 없도다.
그냥 한 번도 안 타 본 노선을 타 보는 게 다였다.

구름이 지브리네.




혼자 있을 때도 저렇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어머님... 정말 건강하십니다!

아까까지 청명하던 하늘에 비가 쏟아졌다.

우르릉쾅쾅. 비가 오는 게 며칠 째인지 세다가 포기했다.


하루가 갑자기 내리고 싶다며 폴짝 내린 역 이름이
高麗駅였다.
어? 이건 고려라는 한자인데?
일본어로는 고마역이라고 했다.
고려랑 절대 무슨 연관이 있을 거야.




이거 봐!!!
역을 나오자마자 진짜 놀랐다.
지하여장군이랑 천하대장군 정승이라니.
이거는 무조건 뭔가 있다.


공공 화장실에는 색동저고리 문양이 칠해져 있었다.
놀랍게도 고려가 아니라 고구려의 후손들이 이룬 마을이었다. 고구려의 약칭이 고려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아무튼 이 마을은 고려가 아니라 고구려 사람들이 살았다.
신라와 당에 의해 멸망한 고구려의 왕족 귀족들이 여기저기 흩어지며 일부는 일본으로 건너왔는데 농업 기술이 좋은 고구려사람들을 여기에 모셔서 마을을 형성했다고 한다. 백제 사람들이 많이 왔던 것은 유명하지만 고구려 사람들이 1799명 왔다는 기록은 몰랐다. 매우 흥미롭고구려.
하루한테 저저...천하대장군이랑 지하여장군이 한국의 마을 입구에 여기저기... 이게 색동 모양이라고 한복에.. 우리나라가... 옛날부터 침을 튀기며 말했지만
어~ 그래~
아이구~ 그렇구나~
영혼 없는 대꾸만 돌아왔다.





아무것도 없는 동네를 조금 걷고
다시 전철을 탔다.



飯能駅 한노라는 역에 잠시 내렸다.


비에 불은 강물과

먹구름 사이에 삐져나온 해를 보고

문이 열릴 때마다 화가 난 듯 내리치는 비를
구경하며 반대쪽 전철을 탔다.

중간에 所沢 도코로자와라는 번화가에 내려 우동을 먹었다.



수타면이었다.

우엉 튀김 엑스짜로 보인다.
뭔가에 탈락한 기분 ㅋ

너무 두꺼워서 수제비 같음.
엄청 쫀득해서 정말 맛있었다.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산책 기분을 내는데 하루가 갑자기 어느 간판을 손가락질하며 으하하하 웃는다.

“엄마!! 저기 가게 이름 봐. 이새끼래 이새끼 ㅋㅋㅋ”
“으하하하하 진짜네. 이새끼가 무슨 새낀지 들어가 볼까?”
아하핰핰핰핰
이새끼는 원단, 털실, 뜨개질 같은 재료가게였다. 한국인 전용 겁나 웃긴 이름이다. ㅋㅋㅋㅋ

여름휴가 떠난 도쿄 사람들을 대신해
하루가 여기 전철 한 칸을 잘 이용했습니다.
실제로는 원숭이 소리도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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