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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포스팅 아래 구독자 언니의  댓글이 달렸다. 집에서 한 끼 만드는데 보통 얼마나 걸리는지. 그래서 좀 우스꽝스러운 나의 습관을 공개해 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시간이 많은 편인 주부지만 밥을 무지무지 서둘러서 한다. 밥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빨리 해치우는 게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무의미한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한 끼를 만드는 게 가능한지 혼자 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요리는 내게 게임이닼ㅋㅋㅋㅋ 
 
오늘도 밥 먹을 사람들이 오기 30분 전까지 꼼짝도 안 하고 있다가 카운트다운이 들어간 후에야 경기장에 출전했다. 자 우리 군말 없는 알바생들을 소개한다.
1번 알바생 : 전기밥통

무랑 소고기 물 적당량
나중에 양 조절할 수 있으니 물은 적게 넣는다. 밥통이 정말 작아서 물이 금방 넘칠 수 있다.
그리고 취사 고!!!

다음 양배추를 숭덩숭덩 잘라 실리콘 냄비에 넣고
알바생 2 : 전자렌지에 찐다.

그 사이 고기랑 당근을 볶다가 애용하는 시판 소스 카드 사용. 조미료, 시판 소스, 밀키트 남발하는 편이다. 자연주의 저염식단 고집하면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맛도 없더라고. 가족들이 참고 먹는 얼굴을 보자니 재료가 아깝단 생각까지 들었다. 케군은 간이 밍밍하면 자기가 간장을 가져다가 막 쳐 먹는 걸 보고 허망하기도 했다ㅋㅋㅋ.

돈키호테에서 유통기한 얼마 안 남았다고 불고기 소스를 100엔에 세일하고 있었다.

채소 넣고 소스 붓고 뚜껑 덮어줍니다.
마늘쫑도 넣었다.
아마 그래도 될 걸요? 맛있었어요.

밥통 알바생이 만들어 준 소고기 뭇국을 냄비에 옮겨서 소금 간장 등등 간을 하고

하루가 좋아하는 떡도 넣어 국 완료.
그동안 전자렌지 알바생이 끝낸 양배추를 곁들어

이렇게 쌈 싸 먹었다. (김치는 삽니다.)
소요시간 20분.


또 다른 날의 퀘스트.
요리 시작 전에 세탁기를 돌려놓았다.
세탁기 알바생 출근. 놀지 말고 일햇!

빨래가 돌아가는 29분 안에 밥을 하기로 결심.

아. 냉동밥이 없어서 밥통에 밥을 해야 했다.
밥통이 본업에 충실하면 왜 아쉽지? 다른 일도 시켜야 하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다. 밥통 알바에게 밥을 시키고.

닭고기를 볶아서 무 넣고 물 붓고 냄비에 올린다.

굴이랑 방어를 사 왔다.
겨울 제철 음식으로 뭔가 해 먹고 싶었다.

쿠킹 시트에 방어랑 굴을 깔고 채소, 버터를 올려

마지막에 쑥갓은 가득 덮고 뚜껑 덮어 은은하고 찐다.

알바생들의 열심히 일하는 모습 매우 뿌듯하다.

다랑어 육수에 (약간.. 연두 같은 육수 조미료?) 마늘 된장을 섞어 양념을 만들었다.
이름 따위 없다. 그냥 집에 있는 걸로 만든 집 밥.이다.

닭고기랑 무를 끓인 국이 익으면 ‘나베 큐브’ 전골 만들 때 쓰는 큐브를 한 개 넣어 간을 한다.
한국에서 쓰는 코인육수 같은 거?

어 맞다. 감자 잘라놓은 거 있어서 먹어야 해.
에어프라이 알바생 출근하라. 올리브 오일 뿌려서 출발~

방어 요리에 수분이 부족하면 쿠킹 시트 바깥쪽에 물을 넣는다.

그리고 아까 양념한 된장육수? 뿌려주고 뚜껑 덮기.
알바생들이 다 일을 끝날 때까지 설거지하며 기다리면 끝이다.

음, 빨래가 9분 남았네요.
오늘도 20분짜리 밥이었습니다.

방어랑 굴 버터 조림..?(아… 이름은 묻지 마세요.)
닭 국, 감자랑 같이 밥을 먹었다. (밥 위엔 우엉 후리카케)

밥 할 때 누가 보면 손님 되게 많고 시끄럽고 정신없는 맛집 식당 주방 분위기다. 시킨 것도 아닌데 그냥 저러고 논다.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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