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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하는 여자

충격의 DODGERS

Dong히 2024. 1. 22. 14:04

야구는 모르지만, 아니 모든 스포츠를 모르지만 오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너무너무 좋다.  인간에게 약점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도록 외모도 실력도 성격도 알면 알 수록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가장 큰 매력은 야구밖에 모르는 바보임. 저런 사람을 아들로 두면 어떤 기분이려나. 나는 가끔 평범한 하루를 보면서도 어떻게 내 속에서 저렇게 착한 아이가 나왔을까 경이로울 정도인데 명실공히 세상을 경탄하게 만드는 사람이 자기 아이라면 내내 기분이 어떨까.

얼마 전 오오타니 쇼헤이 구단 이적에 일본이 축제 분위기였다. 10년에 7억 달러 계약. 1019억 엔? 9000억 원? 저런 돈이 어디서 나는 건지 모르겠다. 놀라운 스포츠의 세계였다. 계약 금액에도 놀랐지만 내가 너무 놀랐던 건 뉴스마다 도배된 구단이름이었다.
ドジャース 도쟈-스? 설마… dodgers를 카타카나로 옮기면 도쟈-스가 되는 거였어? 실소가 터졌다. 영어 스펠과 카타카나의 유연성 없는 법칙은 알고 있었지만 살짝살짝 눈 감아 줄 만한 수준이었는데 고난도 스펠들을 카타카나로 바꿔놓으니 둘 사이에 간극이 사정없이 넓어진 단어가 탄생한 것이다. 탁상공론의 정점인 표기였다. 발음이 저 지경까지 온 것이 심히 걱정스럽다.

하루종일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도쟈-스 발음을 들었다.  해외 유학하고 온 아나운서도 많을 텐데 진지하게 저 발음을 반복하고 있을 수 있다니 나는 아무리 여기 오래 살아도 저 감각을 절대로 알 수 없을 거 같다. 저녁 뉴스에 다시 도쟈-스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하루를 앉혀놓고 하루에게 설명했다.
- 하루야 엄마는 이 영어 표기에 엄청 놀랐어.
-왜에?
-이건 원래 발음이랑 달라도 너무 다르거든.
그리고 오오타니 쇼헤이가 다저스 입단 발표를 하는 동영상을 찾아서 미국 관계자의 스피치를 들려주었다.
다졀스. 다졀스. 다! 졀~스.
-하루야 어떻게 생각해?
-어!!! 진짜 다르네!!!  하루 아침부터 계속 이 뉴스 듣고 있었는데 지금 처음 알았어!!!

그리고 며칠 후, 메구상이랑 만나서 오오타니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메구상은 최근 평생소원 중에 하나를 추가했는데, 죽기 전에 로스앤젤레스에 가서 오오타니 선수의 플레이를 보는 것이었다.

-메구상, 절대 미국에 가서 도쟈-스 구장이 어디예요?라고 물으면 안 통해요.
-??? 무슨 말이에요?
나는 똑같이 동영상을 보여주며 구간 반복을 했다.
다졀스. 다졀스. 다졀스.
-어때요? 도로 시작 안 하죠? 쟈와 졀은 전혀 다르죠?
메구상이 입틀막 하며 동작을 멈췄다.
-세상에 계속 며칠 동안 오오타니 뉴스만 들었고 이 영상도 수십 번 봤는데 지금 처음 들렸어요.

사람은 청각보다 시각 정보를 우선하기 때문에 글씨로 읽어버리면 귀는 다른 말로 들리지 않는다. 앞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카타카나 표기는 자라나는 일본 청소년들의 귀를 콱콱 막아버릴 것이다. 백보 양보해서 일본의 영어표기가 영국식 영어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쳐도 다저스는… 미국 구단이고 대명사잖아. 말이란 게 통해야 써먹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가깝게 만들자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일본에서 애 키우는 한 사람으로서 속상하다… 어딘가에 나 같은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이 있을 거야… 그럴 거야… 10년에 한 번 정도 느끼는 일본에서의 외국살이 아쉬움은 (서러움까진 없음)  선거권이 없어서 내가 사는 곳을 바꿀 힘이 없다는 점이다. (내가 선거권이 있었대도 나서지 않고 방구석에서 조롱하다 말 확률이 더 높지만)

Do 이것이 도라고 일대일 변환 되는 법칙이 너무나 굳세다는 게 첫 번째 안타까움이다. 한국은 다저스. 다라고 해준단 말이야? 유연하게 외래어 표기를 하자고 시작한 한국인 누굴까. 정말 고맙다. 일본에 ‘아’ 모음이 없는 것도 아닌데 다 카타카나 놔두고 도를 갖다 쓰는 게 속 쓰림.

dger 그래 이건 고민할만해. 져라는 표기가 없단 말이지. 내 생각엔 죠가 더 가까운 것도 같은데… 아닌가.

ダジョルス 이러면 ‘다죠루스’ 라고 읽는다. 빠르게 혀를 굴리면 그럴싸하다. 이 정도 표기는 가능한데 말이야.

희한한 건 다쟈-스를 한 백번 들었더니 점점 거슬림도 잦아지고 받아들여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자꾸 받아들여져… 충격이 덜해져… 개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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