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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블로거 이웃 분께서 일본에 온 김에 만나주셨다. 가끔 온라인으로 (마치 눈앞에 있는 듯한 텐션으로) 찐 수다를 떨 수 있는 이웃분으로 어떤 부분에선 맞고 어떤 부분은 극으로 다르지만 서로 선을 지키는 분이다. 거기에서 오는 안정감과 신뢰감은 상당히 크다. 그 보더라인을 정성껏 존중하는 분이시라니 어떤 취향을 가진 분이든 좋은 교류가 가능하지 말입니다. (내가 실수한 건 없을런지!!!)
기타센주는 나와 이웃님 거처의 중간인 것도 있고 도쿄 못지않게 은근히 괜찮은 가게가 숨어져 있다. 이런 응답하라 갬성의 레트로 카페도.
오래된 물건들에 먼지가 쌓이면 으스스한데 반짝반짝 닦아 놓으니 귀엽고 컬러풀한 소품들을 의식해서 모은 듯하다.
나는 블로그로 너무나 활짝 오픈되어 있어 더 이상 비밀이나 사적인 이야기랄게 없다. 이렇게 직접 만나면 반대로 이웃님들의 구독자님들의 이야기를 캐묻는 걸 좋아한다. 흥미진진할라치면 하루가 자꾸 말 걸어서 흐름이 끊겼지만.. 자꾸 자기도 한국말하고 싶어 함.
와플, 핫도그가 있음.
푸드 음료도 괜찮았다.
글보다 실제 말투랑 눈빛이 더 선하고 미인이셨던 이웃님. 너무 즐거웠습니다.
같이 이른 저녁도 함께했다. 내가 소개한 <다나카 구시카츠> ㅋㅋ 김경욱 다나카 때문에 저 구시카츠 체인점 볼 때마다 그 다나카 생각나 ㅋ
튀김을 밥대신 먹는데 정말 안 느끼해서 계속 들어갔다던 이웃님! 그쵸!!! 이 기술. 뭐지 싶지 않나요??? 여긴 할머니 할아버지도 이상하게 꽤 먹을 수 있는 게 잘 나가는 이유. 얇고 고르게 튀기는 게 비결일 텐데 집에선 요게 안된다.
맛있다고 해 주셔서 너무 기분 좋았습니다.
그렇게 연말이 지나고 연초에 대학친구인 이쿠미에게 연락이 왔다. 급작스러웠지만 그런 기회도 놓치면 다음 턴은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어린아이 키우면서 일하고 게다가 집이 먼 친구사이기 때문에 바로 튀어 나갔다.
도쿄까지 날 보러 오겠다고 했지만 큰 역 주변의 도쿄는 그저 똑같이 찍어놓은 체인점 진열대에 한정된 테이블을 차지하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이는 의자 뺏기 게임 현장이라 내가 가겠다고 했다.
저녁때 이쿠미의 동창 모임이 기타센주였고 나는 지난번 이웃님을 만나려고 선별해 둔 곳 중에 못 가본 다른 한 곳을 생각해 냈다.
이쿠미는 한참 못 와 본 기타센주가 이렇게 바뀌었냐며 놀라워했다. 겉만 훑어서는 아직도 길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들과 자주 마주치고 싸구려 술집과 큰 파칭코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긴 하다.
그런데 구석구석 유심히 보면 흥미로운 곳들이 꽤 많다.
구글로 찾은 KiKi
오래된 목조주택을 개조해서 잡화점과 카페를 영업하는 곳이었다. 이쿠미도 결혼과 동시에 단독주택을 구입해 주차장을 셀프로 개조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동종업의 경향도 살피고 얻을 게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내부는 아주 작았다.
다다미 방에 테이블이 두 개.
난간인가 싶을 정도로 가늘은 테이블이 하나.
손바닥만 한 폭의 바 테이블이 하나.
음료만 마시며 죽치지 못하게 디저트 주문이 필수였고 가격이 비쌌지만 센스 넘치는 플레이트 실력을 보고 (맛도!!!!!) 불만이 남지는 않았다. 호우지차 파르페가 정말… 맛있었다.
계속해서 손님이 문을 열었다.
만석이라 아쉽게 돌아가도 다시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이쿠미가 역시 음식이 있어야 손님을 끌어당기나 봐. 라며 부러워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밀린 숙제 하듯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쏟아내는 날(굵직한 것만 말해도 너무 촉박해) 묵묵히 듣다가 정말 별일 없었다는 자기 이야기를 천천히 했다. 말투가 원래 진짜 천천히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얘랑 내 시간이 전혀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착각이 든다. 좋고 나쁠건 없어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주인 언니에게 양말을 구입하는 이쿠미 옆에서 “이 친구도 집에 가게를 내서 잡화점을 하거든요.” 슬쩍 내비쳤다. 아까 우리가 “넌 결혼해서 가게 자리 잡아놓고 아이 낳았잖아. 혼자 스케줄을 정할 수 있는 일터를 확보하고 보람도 느끼면서 육아를 시작했다는 게 정말 계획적이고 잘한 거 같애” “나 전혀 계획 같은 거 없는데 ㅎㅎㅎ” 이런 대화를 할 때 주인분이 관심을 보이시는 얼굴을 나는 봤었다.
그 말을 듣고 주인분은 가게 이름을 물어보시고 바로 인스타를 찾아내셨다.
“내년에 저희 애가 학교 입학하거든요. 그때도 지금처럼 가게 일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에요..” 하며 동종업 손님에게 조언을 구하셨다.
둘이 쑥떡쑥떡 언제 한번 찾아가겠다. 다시 꼭 또 오겠다. 우리 이벤트 콜라보하자. 주고받고는 기분 좋게 가게 문을 나왔다.
“나 원래 쑥스러워서 내 가게 이야기 잘 안 하는데 고마워. ” 신기하게 좋은 인연을 만난 거 같다며 이쿠미가 웃었다.
고맙긴 뭘.
난 원래 입이 화근에 웬수지만
특기가 입방정이고 장기도 입방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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