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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에서 일박은 <천연온천 호텔 파코 하코다테> 天然温泉 ホテルパコ函館
하루랑 나는 내내 금붕어 뻐끔뻐끔하는 입으로 파꼬파꼬하꼬빠꼬 호텔이라고 불렀다.
공식홈페이지 https://www.rio-hotels.co.jp/hakodate/
침대 두개랑
아깝게도 손도 안 댄 냉장고, 전자레인지, 싱크대에 식기까지 완비. 이 방이 세명에 만천 엔짜리였다. 너무나 저렴한 것. 새로 지은 별관이라 컨디션도 너무 좋았고 주변에 편의점이랑 가게들도 많았다. (추천추천)
호텔이랑 깔맞춤을 하고 온 것 같네 ㅋㅋ
세면대에 <하코다테 가구>가 있었다. 어깨너머로 냉큼 배운 서양 기술로 독자적인 발전을 한 하코다테 가구 장인들!! 일본인의 기술력과 손재주를 마주할 때마다 대다네대나네. 감탄한다.
세 식구는 5일 치 짐을 트렁크 하나에 전부 챙겨갔는데 특히 난 최소한의 의류로 돌려 입기의 정점을 찍었다.
일단, 하늘색 원피스 (이건 사치스럽게도 하코다테 전용으로 딱 한 번만 등장)에 핑크색 면바지로 낮 관광을 하고
같은 핑크 바지에 흰 티셔츠로 밤 관광 출발.
<海光房> 카이코보. 인터넷 별점이 엄청 높았다. 예약이 힘들고 줄이 길어서 먹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후기에 더 승부욕이 불탔고 밑져야 본전이니 일주일 전에 전화로 예약을 시도해 봤는데 여행시즌일 때는 보다 많은 분들이 즐기실 수 있도록 예약은 3 테이블만 받고 오시는 순서대로 안내를 해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료지만 가까운 주차장 위치랑 최대 요금까지 미안한 마음 가득 담아 설명하시는데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있나 감동 비슷한 걸 받음. 유선 너머의 친절함이 좋아서 줄을 서더라도 꼭 여기를 가고 싶었다.
근데 막상 가보니 너무 비싼 거시여따 ㅇㅂㅇ !!!!
수량 한정의 꽃게가 3300엔. 3만 원돈!!!! 진짜 째끄매따.
모둠 회가 얼마였지.. 기억이 안 나 아주 비쌌다…
그러니까.. 생각해보니.. 그런 가게여서 그에 어울리는 서비스를 했던 것이다. 5성급 호텔이 친절한 게 당연하듯. 뭐든 돈으로 환산하려 드는 스스로가 탐탁지 않긴 하는데 그 정도 가격이면 이렇게 맛있어야 맞지. 친절한 건 당연하지. 자꾸 갑질 아닌 갑질 마인드가 스멀스멀 올라오더라.
케군이 인터넷 쿠폰을 뒤져서 세 접시 받은 참치. 이게 제일 맛있게 느껴지는 건 공짜라서 일까.
하루 밥은 먹여야 하니 시킨 오차즈케. 게살도 별로 많이 안 들어갔는데 만 팔천 원했다.
여러분… 꼭 가격을 확인합시다. ‘ㅁ’
가게 분위기가 서민적이라서 생각도 못했지 뭐람.
그래도 하루는 홋카이도 게를 많이 먹는 게 버킷 리스트였는데 첫날에 이뤘다며 좋아했다.
나는 그냥 적당히 이 정도만 먹고 다른 데서 디저트 먹을래? 물었고 케군도 그래그래. 동의했다.
신칸센 역이 근처라 구경하러 갔다.
가로등 위엔 비둘기도 까마귀도 아닌 갈매기.
자, 이제 술 한잔 걸친 케군을 대신해서 내가 운전대를 잡아볼까.
이 장면은 하코다테 가이드북에 어김없이 나오는 야경이다. 오호… 실제로 눈에 담다니.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 로프웨이를 타고 산 정상에 올라가면
17도다. 황소바람이 분다.
아무 준비 없이 온 반팔 관광객들은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하지만 난 온 가족의 잠바를 챙겨 옴 후후후후. (심지어 신발이 젖으면 제일 낭패니까 각자 여분의 신발까지 세 켤레 넣었었다) 트렁크 하나에 있을 건 다 들어있습니다.
근데 이렇게 챙겨 왔지만 두툼한 지방을 입은 케군은 어우- 시원하다 어우- 좋다 연발을 하며 잠바 안 입고 체지방을 자랑했다.
내려가는 로프웨이를 탔다. 안에도 기계를 작동하는 직원이 타고 있었는데 한 190쯤 돼 보이는 장신에.. 앞 가르마 헤어스타일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청년이었다. 마스크로도 가릴 수 없는 잘생김이 삐져나와서 야경보다 안전하면서 잘생기게 하는 그의 운전을 감상하며 내려왔다. 좋다.. 하코다테.
사실은 또 오랜만에 잡은 운전대라 무지하게 긴장하고 말았다. 조금만 예감이 안 좋으면 어설프게 속도를 팍 줄여 케군이 펄펄 뛰었다. 뒤차한테 케군한테 너무 미안하고 내가 너무 못나서 속상하고 이래저래 쫄아버리는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히 연수받을 땐 언제든지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를 하는 게 좋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도로에선 브레이크를 수시로 밟는 것처럼 민폐인 게 없다. 요즘 매일 보는 운전 유튜브에서도 (초보가 아니라 좀 더 능숙한 운전을 하기 위한 콘셉트인 채널) 저렇게 브레이크 밟으면서 커브 도는 차량, 빨간불이 자꾸 들어오는 차량은 피하시는 게 상책입니다. 어휴 위험해요 위험해요. 마치 음쓰라도 만난 듯 피하는 멘트… 흑흑… 그 음쓰 운전자 저요… (용기를 주세요)
그리고 시도하는 족족 주차는 어김없이 삐딱하다. 가장 큰 문제는 뭐냐면 사이드미러로 확인했을 때 아주 정확하게 일자로 맞춘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데??? 하고 확신에 차서 내리면 말도 안되게 사선으로 주차되어 있는 것이다. 왜 자신있게 내린거냐고... 쎄하다… 내 자신이 쎄해. 도대체 이걸 어디부터 고쳐나가야 하는 거냐. 편의점 주차장에 세웠을 때 케군까지 아무 말이 없길래 승리의 미소로 내렸는데 개뿔 진짜 깜짝 놀랄 정도로 비스듬했다.
우리 차 앞에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쭈그려 앉아 애정행각하고 있던 어린 커플한테 부끄러웠다.
차를 클릭해서 편집에 들어가 수평 맞추기 하고 싶은 심정. 케군한테 이거 어떻게 참았어? 하니 그냥 포기했어.라고 해서 철렁했다! 싫어!! 날 포기하지 마 ㅋㅋㅋ 수학도 영어도 이런 식으로 결국 점점 멀어져 갔다고 날 제발 질책하고 구박하라고 구걸했다.
주전부리를 다 사고 "주차장 결제는 어떻게 해요?" 물어보니 센서가 번호 인식하니까 1시간 안 넘으셨으면 무료라서 아무것도 안 하시고 그냥 나가시면 돼요. 의외로... 최신 시스템에 놀란 내가 미안했다. 나 은근히 여기 시골이라고 편견 가졌었네. 부끄러워…
여기 온천물 참 보들보들하고 너무 좋았다.
이렇게 홋카이도에서의 첫 날을 굿나잇.
굿모닝~ 목욕하고 오시라요.
핑크 바지와 카키 바지. 딱 두 장만 가져온 내 하의. 오늘은 파랑 티에 카키 바지로 하코다테를 떠납니다.
체크 아웃을 하고
(모두가 예상했듯 : 하코다테는 이 루트가 그냥 수순입니다 ㅎㅎ) 돈부리 요코초 시장에 가서
아침 해산물 덮밥을 먹는다.
하루는 아직 회를 못 먹지만 (회뿐이겠는가 이것저것 편식 대마왕) 그나마 게살을 좋아해 주는 것이 고마웠다.
나는 이런 모둠으로
오징어랑 연어구이 같은 반찬도 좋았다. 근데… 나만 그랬을까 회덮밥이 그렇게 맛있진 않은데? 그냥 도쿄에서 먹는 맛. 너무 기대를 했나 보다. 아니면 교통이 워낙 발달해서 큰 지역차 없이 어디서든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는 건지.
근데 이것만큼은 여기 오지 않으면 맛볼 수 없을 거 같다. 문 열고 들어갈 때부터 다정하고 친절하게 우릴 맞이하던 아주머니가 아구 우리 애기 왔네~ 하는 말투로 과자 하나 쓱 밀어주고 오구오구 하신다. 너무 좋아… 작은 도쿄닝겐 하루도 연신 웃는다. 가슴 가운데서 퐁하고 따스함이 퍼지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도쿄 사람들이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걸 아실까.
하루가 하코다테에서 꼭 하고 싶다고 누누이 말했던 ‘오징어 잡기’ (낚시 수준은 아니라 잡기)를 하러 왔다.
한 명씩 잡고 잡은 오징어를 회 떠서 그 자리에서 제공해야 하니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줄 서는 걸 피할 순 없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잡는 거 구경하고 번갈아서 시장 구경도 하고 금방이었다. 오징어는 그날그날 가격이 달라지는데 우리가 갔던 날은 1마리당 1500엔이었다.
하루 차례.
헙! 들어 올리면 힘차게 물을 쏜다. 먹물이 아니라 다행.
기념사진도 찍게 해 주시고
회 뜨는 장면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무심히 머리가 잘려나간 다리를 도마 위에 세워주신다. 신경이 살아있어서 기괴하게도 바닥을 딛고 서는 오징어.
아주 꼬들꼬들하고 초장이 아니라 생강 섞은 간장에 찍어 먹지만 생각보다 아주 맛있었다.
그리고 오징어 잡으면 시장에서 쓸 수 있는 100엔 할인 쿠폰을 주신다. 400엔짜리 멜론을 300엔에 구입. 한 입 먹으면 입에서 침샘 터진다. 와- 달다 달아. 500엔이어도 재 구입의사 있음!! 놀라운 멜론 맛이었다.
다음은 홋카이도 최고의 온천지역 <노보리베츠>로 떠납니다. 212킬로미터 약 3시간의 여정. 저도 고속도로를 막 밟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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