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운전은 그야말로 정신이 쏙 빠졌다. 자꾸 선을 삐져나온다. 왼쪽으로 삡삐삐- 오른쪽으로 삡삐삐- 경고음이 멈추질 않아. 나에게 스피드 80킬로로 달리면서 핸들을 이래저래 움직이며 커브를 도는 건 담력훈련이다. 하루는 아빠가 운전할 때 분명 졸고 있었는데 엄마가 운전대를 잡자마자 눈이 번쩍 뜨여 온 감각이 예민해진 게 느껴졌다 생존본능 대박 ㅋㅋ 아무도 못 자고 있다. 우리 차 안의 아까까지 있던 그 여유로움은 다 꽁꽁 얼었다. 거의 모든 휴게소에 들러 운전을 교대했다. 케군한테 참 고마운 게 묵묵히 내게 운전 기회를 많이 줬다는 것이다. 또 주차에도 다시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날 포기하지 않았다. (오예) 이번 여행이 끝나갈 때쯤 살짝 주차 실력은 늘었다. 내가 후방 카메라에 너무 의존했던 것..
우리는 2021년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가고시마 로컬 여행을 계획했었다. 국내지만 비행기를 탈 수 있고 (케군은 여행보다 플라이트를 좋아합니다.) 오키나와 위에 위치해서 도쿄보다 한참 남쪽지방이니까 살짝쿵 따뜻하지 않을까하는 기대와 남자 둘이 ‘화산’을 보러가자고 의기투합. 그리하여 가고시마라는 목적지가 정해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공항 무드 기내식이 없으니 점심 먹고 출발합시다. 아무리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도 ‘화산’을 보자는게 와닿지가 않은 애미. -하루야 ‘사쿠라지마’ 화산은 그냥 멀리서 보기만 할 수 있는거야. 막 용암이 흐르고 그런게 아닌데? 큰 산 같은 느낌이야. 그림이나 사진처럼 그렇게 보일걸? -그래도 화산 가까이에 간다는 게 엄청나잖아! 진짜 멋지자나! 케군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편..
일본은 꽤 전부터 젊은층이 점점 자동차를 멀리하는 분위기가 짙었다. 若者の車離れ '와카모노노 구루마 바나레' 라고 많이 표현한다. 차 안사고, 집 안사고, 평생 직장 안 갖고. 큰 돈이 들어가거나 대출이나 긴 계약이 필요한 것들을 하지 않기로 한 요즘 사람들. 그런데 코로나가 조금 그 판을 바꿨다. 인적이 드문 곳에 텐트를 치고 해외 여행이 안 되니 국내 여행이라도 가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급등한 자동차 판매량이 일본도 늘었고 동시에 운전면허 취득 희망자가 폭발했다. 온라인 수업 이외에 할 게 없어진 대학생들은 이 참에 운전면허라도 따 놓기 딱 좋은 타이밍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지난 봄에 몇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운전에 도전해야지 결심했던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니 할 말은 없지만 배울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