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이었다고 한다. 잊어버려서 사진첩을 뒤적여 언제 적 일이었는지 찾아냈다. 포스팅이 하얗게 비워진 공간만큼 내 인생이 지워져 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급했지만 계속 시간이 안 났다. (블로그의 부작용인가 그만둘까) 겨우 자리 잡고 쓰려는데 까맣게 기억이 안 난다. 날 '도리'라고 불러야겠다. 도리는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 친구 생선이다. 뒤돌아서면 깡그리 잊어버리는 그 단기 기억상실증 물고기. 장금이 언니가 이번에는 키치죠지로 안내했다. 도리도리 따라 간 그 곳. 四歩 네 걸음이라 쓰고 '십뽀' 라고 읽었다. 밥 집이었는데 잡화도 파는 곳이었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쓰고 자연스럽게 구경을 했다. 마치 강가에 고기잡이 하러 온 아이들 물장구에 아무 생각 없이 그물로 흘러들어 가는 송사리 떼 마냥. 쉭..
6월이었나.. 7월이었나.. (장금이 언니 제가 드디어 이 포스팅을 했어여.. 참 오래 걸렸다 ;ㅂ;) 오기쿠보 터주대감인 장금이 언니의 가이드를 받으며 찾아간 밥 집. 언젠가 인스타에서도 본 적 있는 꽤 유명한 고민가 (古民家) 정식 집이었다. 오래 된 주택을 이용해서 만든 가게라고 설명해야 맞는데 짧고 좋은 한국어 표현 없을까. 고민가는 마치 하여가, 단심가에 이어 고민하는 내용의 시조같고 말이죠… 언니가 예약 해 줘서 기다리지 않고 들어 갈 수 있었다. 분명 취업 축하한다고 내가 밥 사준지 한 달도 안 된거 같은데 벌써 첫 월급을 받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고 그 사이에 이미 언니는 지칠대로 지쳐있어서 (ㅋㅋㅋㅋ) 화들짝 놀랐다. 상사는 워커홀릭이고 동료는 단 한명이고 새벽에도 주말에도 문자가 오고 퇴..
월요일 되기 2시간 남은 늦은 밤. -추짱! 내일 뭐 해! 나 내일 5시까지 시간 많은데 무례하고 상식 없는 권유에도 추짱은 콜을 해줬다. 동네동갑친구플렉스. 게다가 나는 도쿄에서 한 시간 넘게 떨어진 가마쿠라에서 에노덴을 갈아타고 바다 보며 밥을 먹고 싶다는 황당한 희망 사항을 늘어놓았다. 근데 좋대. 추짱..너의 자비로움이란… 다음엔 내가 아무리 느닷없고 장황해도 너의 버킷리스트를 다 들어주겠노라 다짐했다. 밤 11시 45분에 패션쇼가 벌어졌다. 빨간 티를 입었다가 다시 벗고 초록 티를 입었다. 요즘 나의 공식은 롤업 한 진청에 흰 양말이지만 왠지 내일은 이 베쥬 바지가 정답이다. 늑낌이 왔어. 우에노에서 만나 가마쿠라로 가는 전철을 타고 그린석에 카드를 찍었다. 이 한 장은 오늘 있을 일을 누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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