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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여자

하루 만5살 0개월

Dong히 2020. 2. 13. 16:08

 

이좌식. 활기차게 손님 불러야 되는 시간 아니냐?
모든 걸 내려놓은 호객팬더

근데.. 어째 넘나 맘이 편해지는 광경이다.  인생 뭐 없다. 빠찡코나 하며 즐겨보자. 라는 메세지가 강렬하게 느껴진다.

하루 여권 갱신하려고 간 평일 긴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증발 해 버린 것도 한 몫해서 그냥 집에 가기 아까웠다.

저녁이 다 된 시간에 식물수확하는 디지털 이벤트 장을 독점.

작년까지만 해도 잘 안되면 짜증부터 내던 아이였는데 이젠 연습을 통해 실력이 늘면 뿌듯함도 느끼고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긴다는 걸 아는 눈치다. 스포츠든 게임이든 종이접기며 글씨연습 뭐 하나 처음부터 잘하는 아이는 아니지만 연습할 때 집중력이나 연습하려는 의지력이 있다는 게 하루의 가장 좋은 재능인 거 같다. 

-하루는 연습하면 뭐든지 잘하는 아이구나. 가 내 말버릇이 되었다. 

주말이었으면 대기시간 80분짜리 유명 스시집에도 바로 착석했다. 여기는 신기하게 레일이 두개 였는데 위로는 스시가 빙글빙글 돌고 아래에는 컵이랑 생강접시가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걸 보고 
-엄마! 위에는 전철이고 밑에는 지하철인가봐. 카하하하하하 한다.
진심 기엽뽀짝한 발상이라 같이 웃었다. 카하하하하하
스시레일 가운데 장인포스를 한 직원 아저씨들이 여기저기서 던지는 주문들을 분주하게 받아 바로바로 스시를 만들어주셨다. 엄청 신나는 특유의 말투로 일일이 대답하시는 것도 잊지않고. 어이~ 여기 토로 한 접시! 하고 가족처럼 아무렇게나 말하는 단골들 사이에서 나는 좀처럼 입이 잘 안떨어졌는데 하루가 큰 소리로 "쓰미마셍!!!! 아나고 아리마쓰까???" 아나고 있냐고, 아나고 안하고 뭐하냐고 알아서 기운차게 먹고 싶은 걸 시켰다. 꼬마손님의 당당한 주문을 들은 손님들은 동시에 아빠웃음 엄마웃음이 터졌다. 아저씨는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하루를 정면으로 지긋이 바라보시고는 귀여워 죽겠다는 듯 "예~ 금방 대령하겠습니다!" 깍듯이 답하셨다.  

긴자 10층 스시맛집을 나름 개그도 치며 즐기는 사이
하루랑 조카의 공동생일 파티 중

아빠가 말도 안하고 볼 만졌다고 개짜증났다. 아빠는 급 좋아졌다 급 싫어지는 존재.. 아빠야.. 신뢰감 회복할만하면 또 폭주해서 도루묵 만들지 말지.

슈퍼에서 저녁 찬거리를 사서 나오는데 비닐봉지 하나를 달라고 조르길래 하나 줬다. 나오자마자 바람에 휘익!!!!!!! 건물 옥상 높이 까지 날아오르는 봉지를 두 손 놓고 바라보다가

하루가 아주 울상으로 잡아달라고!!! 어떡하냐고!!! 난리여서 결국 쫒아가서 낚아챘다. 
-엄마가 다른 거 또 주면 되는데 왜 그렇게 속상해 했어?
-이게 잘못 떨어져서 자동차가 놀래서 사고나면 어떡해. 
그러네 하루 말이 맞네. 나에게는 없는 걱정쟁이 특유의 신중함에 또 한번 놀랬다. 엄마가 어리석었쪙.

 

 유어 보디 이즈 노 베이비 모어.

좋아하는 거- 요리

하지만 편식쟁이. 

오늘도 자기 밥은 자기가 싸 먹겠다고 하다 지각한 날.

유치원 때 많이 해라. 초등학교 가면 다 끝이야. 

기본 엄마와의 거리

뷰파인더에 얼굴만 그득할 정도로 항상 가까이 뙇 달라붙어있다. 가슴을 조물딱 하는 건 좀... 하지마 ㅋㅋㅋ 엄마에게도 수치심과 인권이란게 ㅋㅋㅋ

유치원 옆에 꽃집이 있어서 하원하다가 가끔 꽃을 같이 고른다. 하루는 핑크색 튤립을 골랐고 나는 봄맞이로 설유화를 사왔다. ( 좀 지나니까 작은 설유화 꽃들이 좁쌀처럼 후두둑 떨어진다. ;ㅂ; )

같이 빵만들기로 한 달 전부터 약속 했는데 이제야 지켰다. 오전에 유치원 끝나는 날 빵이 얼마나 오래 걸리는 작업인가 설명하고 6시간에 걸쳐 만들었다. 원래 오내일 아침에 조식으로 먹는거다~했는데

내가 못 참았다... 저녁 먹고 하나씩 디저트다 디저트!!! 하며 먹었다.  빵 굽는 냄새에 굴복하지 않을 강인한 의지 따윈 우리에게 없으니까요.

인삼같이 생긴 꽈배기 모닝빵. 나름 성공적

아빠가 좋아하는 거 먹으러 간 날.
자! 맘껏 여보짱의 취향을 질러 봐!

아빠가 뭘 시킬진 몰라도 당신을 믿쑵니다!(이럴때만 미친듯이 의기투합)

독일 맥주에 소세지 모듬, 햄버거, 감자튀김, 치킨...
ㅇㅂㅇ 칼로리 파티를 했다.

이 날은 신청한 여권 찾으러 갔다가

요즘 많이 생긴 타이완 디저트 가게에 가 봤다. 타피오카 말고 두부로 만든 달달이에 도저언!
이건 흑당느낌 국물에 타피오카, 젤리, 두부, 덕, 고구마 젖은 땅콩이 섞여있었고 맛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맛이었다. 고구마는 고구마가 맛있으니까 맛있는거고 젖은 땅콩이나 두부처럼 생소한 재료들의 조화는 기냥 생소하기만 했다. 아으... 난 모르겠다. 이제 남은 여생 아는 맛만 먹을란다.

등원길이 쨍하고 기분좋은 날씨들이 늘었다.

니가 버스를 타는 자세 (제 무릎 위입니다)

마치 태아로 돌아간 듯한 느낌.
애미 배에 붙은 이 분 체중18킬로...

좀 오래 입히려고 살짝 큰 니트를 샀더니 팔이 너무 길다. 저 옷만 입으면 봉산탈춤을 춘다.

접어줘도 다시 파닥대서 탈춤을 춘다
찢어버리고 싶다 :)

드디어 마스크를 샀다. 구정 때 중국인과 함께 모든 마스크가 일본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쥬스는 마시겠다고 (왜 마스크를 위로 드는것인가 요령없다 ;;;)

벗겠다 안하는게 어디냐

주말에 도쿄타워에 갔었다. 스카이트리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도쿄타워가 이렇게 작고 깜찍했었나? 너무 앙증맞게 느껴졌다.

오늘의 방앗간

자리 찾는 서양인 가족에게
아임 피니쉬~ 히얼 오케. 해줬다. 뤼얼리? 오 땡큐 어쩌구어쩌구 하셨다. 쿨한 척 했지만 내 맴속은 둠칫둠칫 둠칫둠칫 축제한마당.

여보야... 여보야가 나한테 사귀자고 했을때 도쿄타워 보고나서 근처 뭐 공원아니었어? 저긴가? 저기 나무 많은데 저기 아냐?
흠.. 흠흠 뭐.. 그런가? 아 저쪽으로 가볼까?
왜이래 왜 옛날 이야기 표정으로 못하게 해! ㅋㅋㅋㅋ 나 계속 할거야!!! 너 오다이바에서 나한테 뻐뻐하구~ 어디 가! 귓구멍을 열어!! 내 말을 들어!!

케군이 잊어버려도
내겐 영원히 로맨틱 할 도쿄타워

자전거에 공 하나 싣고 공원으로 나선다.

 지진과 태풍이 오는 곳에서 사는 우리가족은 할수 있는 예방을 하며 일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마스크를 사는 건 불가능해졌고 시댁에서 받아 온 마스크만으론 모자를 것 같아서 단골 편의점 아저씨한테 물건 들어오는 시간을 물어봤다가 딱 맞춰갔다. 하나 건졌다! 같이 기다리던 중국인 할머님이 내가 먼저 고른 여성용 마스크를 너무 부러워하셔서.. (똑같은 거 또 없나봐요.... 또르르 하심) 바꿔드렸다. 동네 곳곳을 돌아 마스크를 사서 고국에 보내고 계시겠지. 점포마다 한 사람은 하나씩 밖에 못 사서 계속해서 발품을 팔아야 하실거다. (부디 가족과 친지들을 위해 쓰세요. 장사하지 마시구 ㅠㅠ)

-엄마 나 사진 찍어 줘. 아니다 다시! 다시다시!!

-하루야 뭐 한거야? 왜 다시 찍었어?
-귀엽게 다시 찍을라고.
맙소사. 며칠 전에 “엄마 엄마 하루 언제가 제일 귀여워?” 하는데 방 닦느라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던 내가 세상 영혼없이 “어. 가만있을 때.” 하고 대답했었다.
잊지도 않고!! 진지하게 접수하다니!! (농담일거란 의심도 안 한거야?)

-엄마 그림 그리는 거 해 죠.
-이건 누구 그린거야?
-엄마야. 귀여운 하루랑 같이 찍은 거 같고 좋지?
엄마의 대한 사랑만으로 가득한 네 녀석을 어쩔...

하루야 아빠 봐봐 사진 찍는다.

아까 웃던대로 그냥 찍어!!
일부러 가만있는 하루를 연출하지 마 ;ㅁ;

이 집 텐동, 소바, 카라아게 다 맛있었다.

하루랑도 한참 웃긴 이야기로 빵빵 터지고 음식도 맛있고 기분 진짜 좋은 날이었는데

사진만 들이대면 제일 귀엽게 가만있는 하루 때문에 분위기 전달이 안 된다. ㅋㅋㅋ
진짜 엄마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나 봐. 제발 다른 말이나 잘 들어줄래? (이쯤 되면 알고 저러는 거 같다. )

집에 가는 길에 설정 놀이에 물 올랐다. 취업준비하는 하루

누추한 의자랑 애미& 구마몬
-하루야 사진 찍을 땐 제일 망가지게 웃어야 귀여워.

어 그래? 이렇게 ?
어어 ㅋㅋㅋ 잘 한다.

이렇게? 안 가만있는데 귀여워?
어어. 귀여워 ㅋㅋ

우리 모두 까불어 봐요~

 

이제 정신차리고 마스크 씁시다. 지금까지 꽃가루 알레르기도 없었고 미세먼지도 못 겪어 본 나는 마스크 쓰는 습관이 안 되어서 심장 철렁!하고 부리나케 쓰는 걸 반복했다.

 세상은 그래도 돌아가고 아이는 하루하루 착실히 크고 있고 인생은 역경의 연속일 뿐 끝나지 않았다. 귀여운 네 볼이 자꾸자꾸 사라지는 것처럼 나쁜 일도 열심히 지나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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